옆사람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
고수경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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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사람 / 고수경 / 열린책들

 

고수경의 첫 소설집 옆사람은 사람과 사람 사이, 특히 가장 가까운 이웃과 가족, 동반자에 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는 작품이다. 열린책들 <한국 문학 소설선>으로 출간된 이 소설집에는 2020매일신문신춘문예 당선작을 비롯해 문예지에 발표했던 단편과 새로 쓴 작품 총 여덟 편이 실려 있다. 고수경은 등단 이후 꾸준히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를 탐색하며, 타인을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온전히 그 존재를 존중하는 시선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조경란 소설가가 추천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를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인물에 있다. 고수경은 인물 하나하나에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고, 그들의 내면과 삶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흔히 소설에서 마주하는 불편하거나 어색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은 고수경 소설의 큰 특징이다. 이는 인물들이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삶의 깊이를 가진 존재임을 느끼게 하며, 독자는 단순한 공감을 넘어서 이해라는 보다 깊은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고수경의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감정을 지니고 살아가며, 그들이 겪는 일상과 내면의 소소한 갈등과 고민은 우리 곁의 옆사람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만든다.

옆사람에 실린 이야기들은 극적인 사건이나 과장된 갈등 없이도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탈선으로 보이는 학생과 지도 교사의 관계, 현관문 비밀번호를 계속 틀려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인물과 그의 줄넘기 이웃, 치앙마이까지 전해 줄 물건을 들고 가는 친구 사이, 그리고 저어새를 반려동물로 키우게 된 부부의 고민 등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모여 삶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일상에 흔히 존재하는 옆사람과의 관계를 재검토하게 하며, 가족과 이웃,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지갑을 잃어버린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남편이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저 옆에 있는 존재로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한 미묘한 질문을 품게 한다.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스케줄에 맞춰 동행하는 동반자의 모습은 많은 이가 공감할 법한 현실적인 관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고수경 소설은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미묘함을 은밀히 드러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은 평가나 비난이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그려지기에, 독자는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생각하며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옆사람은 일상 속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관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복잡하지 않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우리 모두가 겪는 작지만 중요한 감정과 고민을 포착하며, 타인과의 간격을 다시 한 번 성찰하게 만든다. 고수경의 첫 소설집이기에 앞으로 그가 펼쳐낼 더 깊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이 책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갖고 싶거나 평범한 삶 속에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옆사람#고수경#일상이야기#평범한삶#보통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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