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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
김서정 지음 / 책고래 / 2025년 3월
평점 :
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 / 김서정 / 책고래
김서정 선생님의 신작 《어린이 책 번역이 쉽다고?》는 어린이 책 번역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500권이 넘는 어린이 책을 번역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 작업의 치밀한 전략과 고민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어린이 책, 특히 그림책의 특성상 번역자는 어린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단어 선택과 문장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번역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어린이 책 번역이 단순히 문장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특히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의 번역 사례를 통해, 번역자가 의도한 뉘앙스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프레드릭이 친구들로부터 "너는 시인이야!"라는 칭찬을 받을 때, 그가 "고마워!"라고 대답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해석인지를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프레드릭의 자기 정체성이 겸손으로 왜곡될 위험이 있다는 점은 번역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번역자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작의 감정과 주제를 충실히 전달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림책의 경우 그림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글은 번역 과정에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 책은 그러한 변화가 단순한 번역 문제를 넘어서 언어와 문화,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드러낸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넓힐 수 있다. 번역자는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각 언어의 특성과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여 번역해야 한다.
특히 김서정 선생님은 번역자가 직면하는 자가 당착의 문제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섬 하나가 쑤욱》에서는 원문의 단어와 지시 대상을 그대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번역자는 과감하게 변형해야 하며,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번역자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김서정 선생님의 경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아동문학의 길로 들어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앨리스의 모험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앨리스가 토끼 구멍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down, down, down"의 번역을 고민하는 과정은 번역자가 독자를 위해 얼마나 세심하게 작업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번역자는 단어의 선택과 배열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은 결국 독자에게 전달되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책의 끝부분에 소개된 한국에 온 외국 동화 리스트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탐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올 한 해 그림책에 더욱 빠져들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 김서정 선생님의 이 책을 통해 어린이 책 번역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번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번역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을 연결하는 중요한 작업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어린이 책 번역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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