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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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인사>함정임/열림원

 

함정임 작가의 신작 소설 <밤인사>는 단순한 이야기 전개를 넘어, 독자에게 깊은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구술된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 텍스트와 뉴스 미디어 자료, 예술 인용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문학적 콜라주를 형성한다. 이러한 접근은 독자에게 단순한 독서의 경험을 넘어, 다양한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미나와 장, 윤중이라는 세 인물은 각각 다른 시공간에서 살아가지만, 그들의 서사는 끊임없이 얽히고 엇갈린다. 이들은 SNS를 통해 비록 파편적인 소통 방식 속에서도 여전히 정서적 연결을 이루며, 우연히 시작된 대화가 운명으로 여겨지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관계의 복잡성은 독자에게 위로를 주며, 이별과 만남, 기억과 현재, 가능성과 소멸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미묘함을 탐구하게 한다.

특히, 작가는 보들레르, 낭시, 쉼보르스카 등의 고전 텍스트를 인용하여 인물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기능하게 한다. 이러한 인용은 독자가 작품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문학적 감상의 폭을 넓힌다. 미나가 파리에서, 장이 부산에서, 윤중이 온라인 공간에서 나누는 대화는 마치 현대인의 삶과 관계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소통의 갈망을 통해 독자에게 공감의 순간을 선사한다.

<밤인사>는 또한 기억의 궤적과 관계의 지문을 탐구하는 여정으로, 각 인물의 발걸음이 단순한 여행이 아닌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세 사람의 시차가 하나의 타워를 완성한다는 표현은 이들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이루는 만남과 어긋남의 리듬을 탐구하며, 독자에게 삶의 복잡한 연결성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세상의 모든 밤을 향해, 잘 자요라는 다정한 메시지를 전한다. 이 말은 독자에게 작별이자 인사이며,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밤인사>는 새벽과 닮아 있으며, 지나간 하루를 조용히 떠나보내고 내일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요소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삶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밤인사>는 단순한 이야기의 연대기를 넘어, 현대인의 관계와 감정을 깊이 탐구하는 작품이다. 함정임 작가는 독자에게 우연이 어떻게 운명으로 변모하는지를 보여주며, 삶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일깨운다. 이 소설은 우리 모두에게 다정한 안부를 건네며, 사랑과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문학적 위로를 제공한다.

 

책 표지 컬러는 책제목<밤인사>와의 설레임이 핑크로 마주쳤다.

미국 화가 크리스토퍼 클락의 책표지 그림은 소설<밤인사>를 읽으며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놓은 듯 하다. “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톱 위를 걸었다. 해변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노을을 따라 시나브로 빠져 나갔다. 간간이 검은 창공 위로 비행기가 광선을 그으며 김해 쪽으로 날아갔다. 나는 그림자의 그림자가 아득하게 보일 때까지 바다 쪽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갔다. 모래밭을 걸을 때면 모래 속으로 발이 빠져 동작을 크게 하느라 힘이 들었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아 숨이 차올랐다. 이렇게 힘주어 내딛은 발자국도 다음 날이면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나날이 사라지면 생의 순간들처럼,”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몰입되면서 이 구절을 메모해놔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부분이 함정임 작가가 글로 그려난 책표지인가 싶다.

이 구절을 읽으며 우리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 생을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별에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떠나보내는 것이 힘겹지만 살아내야하므로 힘겹게 떠나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일상을 살아내다가 그 추억들을 머릿속에서 들춰보며 회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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