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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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관계부터가 시작이다.
관계에 대한 경계를 지키는 것.
경계를 넘나들면 결국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관계.




관계에서는 정답이 없다

『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김선영 옮김/ 북다드림/ 2024년



“당신이 나를 싫어해도 돼.
그래도 나는 당신의 내일이 좋은 날이 되기를 바랄거야“


작가소개
데라치 하루나
35세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2014년《비올레타》로 제4회 포플러사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2024년 현재까지 20여 종의 책을 출간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데라치 하루나는, 여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초기작에 이어 최근에는 사람 간의 차이, ‘당연’, ‘보통’의 위험성 등 더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기슭에 선 사람은》 일본 서점 직원들의 연이은 찬사로 2023년 일본 서점대상 후보, 일본 최대 책 리뷰 사이트 ‘독서미터’ 추천 랭킹 1위에 올랐다. 여성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작품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아온 작가는, 최근 사람 간의 관계, 다름에서 야기된 오해와 상처 등으로 주제의식을 확장하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작가로 사랑받으며 그의 작품은 ‘읽는 디톡스’로 불린다.

작품소개
카페 점장으로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요세는 연인 마쓰티가 크게 다쳐 의식불명이라는 전화를 받는다. 몇 달 전 마쓰티의 집에서 숨겨진 노트를 발견하고 다툰 후 서로 만나지 않았다. 기요세는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기 위해 마쓰티의 집을 가게 된다. 기요세는 그곳에서 어린 아이같은 글씨로 써진 글이 잔뜩 쓰인 노트를 발견한다. 노트에는 마쓰키 게이타가 감춰왔던 진실이 적혀있다. 게이타가 기요세에게 감추고 싶던 진실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에 기요세와 게이타의 관계의 회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사랑이란 각자의 가치관과 서로의 사랑 방식에 따른 차이이다
기요세는 게이타와 연인이다. 그런데 이 둘은 게이타가 침대 밑에 숨겨둔 노트로 다툰다. 그 노트는 스가이 아마네라는 여자에게 연애의 감정이 실린 편지글이 쓰여져 있었다. 기요세는 게이타에게 묻는다. 하지만 게이타는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진실을 숨긴다. 기요세는 말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에 더욱 화가 나 게이타의 집에서 뛰쳐 나왔다. 그 뒤로 둘은 만나지 않았다. 어느날 게이타가 의식불명이라며 병원에서 쓸 용품을 챙기러 게이타의 집으로 간다. 기요세는 그 노트를 꺼내보며 진실의 퍼즐을 맞추어간다. 게이타의 친구 이와이가 마오라는 여인을 짝사랑하며 편지를 주고 받기로 한다. 이와이는 글씨를 쓰지 못해 게이타가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이와이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이러한 사건으로 오해가 생긴 게이타와 기요세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이와이가 좋아한 마오는 동거남 고타키로부터 괴롭힘과 폭행으로 시달리고 있어 이와이에게 도피하려고 했다. 이에 고타키는 마오가 자신의 고가 시계를 훔쳐 달아났다며 이와이에게 그 값을 받으려고 한다. 이와이는 마오를 고타키로부터 지켜주고 싶어했다. 그러나 마오는 이와이에게 사랑이라는 감정보다는 자신이 먼저였다. 자신이 고타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이용도구로서 이와이가 적격이었던 것이다. 마오의 칼처럼 베이는 말에도 마오는 이와이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보여준다.

“그 사람, 글을 제대로 쓸 줄 몰라요. 알고 있어나요? 도시락을 사러 갔을 때 악필로 메모를 쓰고 있었는데, 제가 보니까 부끄럽다는 듯 손으로 가리더군요. 전에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서 바로 알아차렸어요. 남에게 들키기 싫은 약점을 가진 남자는 이용하기 쉽거든”

“반드시 고타키에게서 마오씨를 지킬거야. 그런 말도 하던군요. 자아도취 남자라니, 정말 질색이야”

“마오씨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오사카에는 달리 의지할 사람도 없어. 줄 곧 줄곧 불안하지 않았을까? 고타키도, 그전에 만난 남자도, 그때는 그 방법밖에 없었던거야, 그걸 생각이 얕다거나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런 상황에 처해보지 않아서 그래, 나는 그런 비판은 하기 싫어, 그 순간만 모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 응? 그렇지? 내게 이용 가치가 있다면 오히려 기뻐. 그래. 마쓰키 말이 맞아. 마오씨는 나를 이용하면 돼”

이와이는 자신이 마오에게 이용당해도 괜찮다고 하며 마쓰키에게 자신이 한 말이 맞다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인지 응? 그렇지? 하며 되묻는다. 이와이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이와이와 마오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가는 것이 정답일까?

각자의 방식대로의 사랑을 지속하는 이 관계가 정답일까?
본인의 이성에 대한 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야말로 지속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너무 멀어도 문제지만, 너무 가까워도 문제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최소한의 갖춰야할 예의나 최소한의 격식, 도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이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특히!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하고 현명한 인간관계의 원칙은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
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 분노, 고통, 자비, 희망등.
우리들 가슴에 품은 여러 가지 감정들은 언제 솟구쳐 나오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관계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정답은 없지만 정답에 가까워지려고 인간은 늘 가슴에 여러 가지 돌덩이들을 품으며 무게로 짓눌러 쉽게 분출하지 못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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