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 교과서 여행 시리즈
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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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달라진 점 중에 하나는 내가 학부모가 되었다는 것이다. ‘부모이라는 단어가 하나 붙었을 뿐이데도 나는 뭔가 무거운 짐이 더해진 듯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 시계 보는 법도 날짜 읽는 법도, 돈을 계산하는 법도 모르는 아이를 세상에 홀로 보내려니 엄마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하다. 주말을 보내는 시간에 있어서도 그렇다. 예전에는 그저 즐겁게 놀다 오면 그만 이었는데 이제는 뭔가 아쉽다. 이제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게으름 때문에 아이의 호기심을 그때그때 채워주지도 못하면서 욕심만 많아져 큰일이다.

 

 

 

<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은 전국 여행지 백과사전 같다. 전국에 걸쳐 아이들과 가볼만한 거의 모든 여행지가 빼곡히 수록되어 있다. 테마별, 지역별, 과목별, 학년별로 여행코스를 추천해 주니 나처럼 게으른 학부모도 알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특히, 저학년, 고학년으로 대상을 특정화한 여행루트는 현실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그에 따라 대상을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사전에 관련된 책을 읽고 가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일인으로서 연관도서를 제시해 놓은 부분도 무척 마음에 든다. 아이에게 질문할 꺼리를 던져주는 엄마.아빠와 배워요코너도 유익하다. 아이가 갑작스레 질문을 던져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아이가 쓰기, 읽기가 자유로워지는 3학년쯤 되면 꼭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가 아이가 주도하는 여행하기다. 여행지 선정부터 여행루트까지 아이가 결정하고 부모는 절대로 토달지 않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 평소 자기 주장이 많지 않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가서 꼭 뭔가 보지 않아도,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겐 큰 공부가 될 것이다. 그 때 이 책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일단은, 책의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유익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배우는 재미를 위해 이번 주말에라도 가볍게 떠나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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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 -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다른 결과를 내는 혼자 공부법의 모든 것
박인연 지음 / 제8요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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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반에서 공부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일이 드물고, 대부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길었다. 내가 수업시간에 종일 졸거나 몰래 소설이나 만화책을 읽는 동안 그들은 필기를 하고 교과서를 읽었다. 사실 공부는 학교에서 해야지 학교 밖에서 전전긍긍하며 학원을 돌아다닐 일은 아니었는데도 당시엔 왜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알수가 없다. 공부 자체에 흥미가 없었던 탓일까? 그렇게 따지면 누군들 공부가 좋아서 할까 싶기도 하다. <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 이 책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학습 목표와 학습 동기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할 것인지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인지하는 과정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혼자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들기에 앞서 일단, 내 아이가 어떤 성향의 아이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각각의 성향에 따라 코칭 방법과 공부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학부모 상담을 다녀와서 집에서 보는 아이와, 밖에서 보는 아이의 모습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쪽이 아이의 실제 모습에 가까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아이의 성향을 바르게 파악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도 같다. 이 책에는  나처럼 아이의 성향에 대해 아리송한 엄마들을 위해 MBTI 같은 구체적인 성향 테스트도 실려 있다.

 

 

 

이처럼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체적이라는 사실이다. 애매하게 이론을 들먹이기 보다는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복습노트, 플랜짜는 법, 진로 적성 찾는 법, 패턴 학습법 등, 실제로 아이와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이 자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좀 이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정도라면 누구나 시도해볼 법한 방법들이다. 사실 이 내용을 습관화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 체득되기만 하면 엄마나 아이 모두 공부해!’ 라는 세글자에서 영원히 해방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역설적이긴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이 될 때까지는 부모도 같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나처럼 사교육에 대해 반감이 있는 부모라면, 아이가 혼자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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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장편소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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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젊음도 잃고 사랑도 잃은 반백살의 동성애자 레스(less). 이름마저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로 방금 출판사로부터 작품 하나를 거절당한 참이다. 거기다 떠나간 옛 애인의 결혼식 청첩장까지 받고나니 이 난감한 현실에서 하루빨리 도망치고 싶다. 절대 응할 생각이 없던 출판사, 학계, 지인으로부터의 모든 초대를 받아 드리자  뉴욕,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일본까지 아우르는 세계문학기행 지도가 완성된다. 우리의 레스는 어떤 여행을 하고 돌아오게 될 것인가? 돌아와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   

 


p.45 신사 레스, 작가 레스, 힙스터 레스, 식민주의자 레스. 진짜 레스는 어디에 있을까? 사랑을 두려워하는 청년 레스는? 25년전의 완전 진지한 레스는? 글쎄, 그 사람은 하나도 챙겨오지 않았다. 그 모든 세월이 지난 지금 레스는 그 사람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위트, 유머와 풍자가 난무한다. 시공간이 한줄 상관으로 뒤바뀐다. 이 정신없는 여행에서 레스라는 인물을 따라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초반에는 이 소설의 형식이 전혀 짐작되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읽어갈수록 어떤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을 정도로 적응이 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되려 이 책을 더욱 블랙 코미디스럽게 완성시켰다는 느낌도 든다.

 


p.89 “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게 스물다섯 살짜리가 주식시장 얘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 아님 세금이나. 아님 빌어먹을, 부동산이나! 마흔 살이 되면 그것밖에 할 얘기가 없거든. 부동산이라니! 재금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스물다섯 살짜리는 누구든지 끌어내서 총살해야 한다니까. 사랑과 음악과 시에 대해서 얘기해. 한때 중요하게 생각하게 생각했다는 걸 모두가 잊어버리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야. 매일을 낭비하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거야

 


여행지마다 회상되는 레스의 과거는 온통 젊음의 황금빛 아우라가 넘치는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쉰살을 앞둔 지금은 껍질이 없는 사람, 바보 사랑꾼, 피터팬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이 그의 선천적인 순진무구함 때문이라면 지금 닥친 현실의 가혹함은 견뎌야 할 시련일까. 여러 나라에서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레스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그리워 하지만 결국 본인이 얼마나 희극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남은 시간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우치는 계기도 된다. 자신의 인생에서 로버트, 프레디 같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p.275  “아서, 난 생각을 바꿨어. 너한테는 희극인의 행운이 있어.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는 불운이 따를지언정, 중요한 문제에서는 운이 좋은 거지. 내 생각엔 아마 넌 동의하지 않겠지만- 네 인생 자체가 희극인 것 같아. 전반부만이 아니라 전체가.

너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이상한 사람이야. 너는 모든 순간을 갈팡질팡 넘어가며 바보가 됐어. 오해하고 말실수를 하고 우연히 마주치는 그야말로 모든 것에, 모든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도 네가 이겼어. 넌 그걸 깨닫지도 못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이 가장 크게 들었는데, 하나는 사랑의 결말이 꼭 결혼이어야 할까? 또 하나는 나이가 든다는 건 불행한 일일까? 이다. 동성애에 대해서 그다지 너그럽지 못한 나조차도 책이 전개 될수록 레스가 하는 사랑이 매우 보편적인 로맨스로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다 같은 동성애자 클라크의 연애의 결말을 보며 사랑의 결말이 꼭 결혼일 필요는 없지라며 주억거리고 있다. 레스는 극 중 내내 젊음이 시든 스스로를 형편없이 여긴다. 그런 레스에게 내 경험에 한정된 얘기지만 늙어가는게 영 재미없는 일만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가 가장 젊은 하루가 아닌가라고물론, 그의 옛 연인 로버트가 이미 다 해준 말이기도 하다.


  혼몽한 봄바람 속에 조금 부족한 게이 친구와 정신없이 뒤죽박죽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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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의 내 동생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0
토모 미우라 지음, 이성엽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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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의 내 동생> 제목만 봐도 무시무시하다. 두 명의 아이로도 충분히 쩔쩔매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500명이라니… 500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무리 전지전능한 신이라 한들 녹록치 않을 것이다. 하룻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을까. 나의 어두운 상상과는 상관없이 표지에서부터 천진난만하게 기차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너도나도 즐겁다. 그렇다 이 책은 500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500명의 동생이 생기는 일에 관한 책이다. 그러니 너무 쫄지 말자.

 

한 아이가 있다. ‘만약 동생이 하나 있다면…’으로 시작한 상상은 둘에서 셋으로, 셋에서 더 큰 수로 점점 더 불어난다. 동생들이 늘어날 때마다 재미있는 놀이도 늘어난다. 탑을 쌓거나 숨바꼭질을 하는 정도에서 케이크를 나눠먹고, 더 많은 간식을 찾아내는 놀이, 더 큰 도화지로 그림을 그리는 놀이, 더 큰 이불을 덮고 자는 놀이, 그래서 끝내 500명의 동생이 생긴다면 엄청나게 긴 기차놀이를 할 수 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긴 그림자 뒤로는 텅 빈 기차뿐이다. 아이는 동생들이 없어도 괜찮았을까?    

 

<500명의 내 동생>에 그려진 500명의 동생들은 똑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눈꼬리, 입꼬리, 표정이 디테일하게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동생들의 움직임이 더욱 개구지고 동적으로 보인다. 일본인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터치가 너무 예쁜 그림책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으면서 동생이 없거나 많다면, 언니가 없거나 많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봤다. 붙어 있으면 10분을 못가 투닥거리는 자매의 입에서는 거의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지금이 좋아요.”

이 책에서 주려는 메시지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외동이든 다둥이든 현재 사랑받고 있는 상태로 충분하다는 것. 형제자매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한다고 느끼는 상태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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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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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은 내가 듣는 거의 유일한 클래식 음악이다. 서정적인 음률이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듣기에도 그저 막연히 아름답다. 특히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세상에 알려진 후, 쇼팽의 폴로네즈는 가장 많이 듣는 클래식 음악이 되었다.(그래봐야 몇 번 안되긴 하지만…) <안녕, 드뷔시>를 펼치니 초입부터 쇼팽의 폴로네즈가 나온다. 조성진 같은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도 나온다. 미스터리나 추리물을 잘 보지 않는 내게 이 소설이 전혀 거부감 없이 술술 읽혀나간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사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이 소설의 몰입감은 엄청나서 책을 읽다가 아이의 픽업 시간에 늦어 허둥지둥 집을 나서야 할 정도였다.

 

하루카와 재해로 부모를 잃은 사촌 루시아는 함께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사이좋은 오누이 같던 둘이 할아버지 댁 별채에서 자던 어느 날, 화재가 일어나 루시아와 할아버지는 죽고 하루카는 겨우 살아남지만 심각한 화상으로 피부이식수술에 고통스러운 재활치료가 불가피하다. 한편 할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하게 된 하루카는 여전히 거동이 불편한 채로 피아노를 다시 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된다. 그때 미사키 요스케라는 천재 피아니스트가 나타나 하루카가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돕는데, 그러는 중에도 하루카의 목숨을 노리는 일련의 상황들은 벌어지고 급기야 어머니마저 살해당하기에 이른다.

 

 사건을 이끌어가는 문장의 매끄러움, 화재 상황과 화상 치료에 대한 디테일한 접근과 실제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실감나는 묘사, 법을 공부한 피아니스트라는 매력적인 인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예상을 뒤엎는 스토리의 반전으로 마지막 장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은 너무 하드코어 하거나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소설은 그것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p.50  “너는 비뚤어질 만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 불행에 끌려다니지 말거라. 두 다리로 서서 앞을 보거라.

슬플 때는 울어도 된다. 분할 때는 이를 갈아도 된다. 다만, 네 불행이나 주위 환경을 실패의 핑계로 삼아서는 안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해.

 p.75  “잊지 않도록 한 번 더 말해 주지. 네 몸의 3분의1은 다른 사람이 제공해 주었고 내가 열심히 수술한 몸이다. 그리고 많은 간호사들이 끼니를 거르고 잠을 반납해 가며 보살핀 몸이다.

 잘들어. 너는 살아 있는게 아니야. 살려져 있는 거다.

그걸 잊고 재활 치료를 피하거나 살아가는 것에 비관이라도 해 봐, 어디.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할아버지가 루시아에게 해주는 말이나, 성형외과 의사가 하루카에게 해주는 말들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면 꼭 작가가 독자들에게 해주려는 말 같다. 일본 사회를 음울하게 감싸고 있는 폐색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염원, 재해 혹은 장애 등 훼손된 모든 것에 대한 치유와 회복을 꿈꾸는 저자의 바람이 이 소설을 단순한 추리소설로 남지 않게 한다. 현대 사회에 바치는 은유였고, 드뷔시의 달빛처럼 아름다운 빛으로 지친 영혼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하는 음악 그 자체였다.     


 

p.381 건반을 짚으면서 생각했다. 이 선율이 닿는 모든 사람이 평온해졌으면. 상처받은 영혼, 거칠어진 마음을 어루만져 달래고 싶었다.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도, 상처를 받은 사람도 다 같이 편안해지길 바랐다.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건 틀림없이 그런 마음을 오래전부터 품어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저자의 서문이 예사롭지 않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소설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미스터리 추리물을 읽으면서 회복과 치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이 스토리상의 반전보다도 나에겐 더 충격적인지도 모르겠다. 나카야마 시치리 라는 작가의 소설은 나의 첫 미스터리 소설로서 조금의 덜함도 과함도 없이 딱 적절했다. 앞으로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가 줄줄이 나올 듯 하니 챙겨서 읽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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