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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사이 - 너무 멀어서 외롭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 입지 않는 거리를 찾는 법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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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의 책을 좋아한다. 처음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로 거슬러 올라가 그녀의 뜨겁지 않으나 따뜻하고, 전문가적이나 어렵지 않은 글을 읽으며 마음을 풀어놓기도 추스르기도 했다. 20살에서 30살로 넘어 가는 녹록치 않은 길목에 많은 의지가 되어 주었던 책이다. 그런 그녀가 새로운 책을 냈다.< 당신과 나 사이>라는 책이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사례와 적절한 비유, 학술지, , 영화 등 다방면에서 차용한 인용구들이 저자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흥미진진하게 전해준다.

P.5 왜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친절하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 못하는 걸까? 왜 우리는 각자의 섬에서 외롭다고 말하는 걸까? 무엇이 당신과 나 사이를 이렇게 아프게 만들고 있는 걸까?

관계에 대한 고민은 너무도 흔하고 일상적이다. 가족, 학교, 회사 내가 속한 모든 공동체로부터 관계가 파생되고 그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를 잃고 표류하게 되는 일이 많다. 저자는 그런 관계들로부터 거리를 두라고 조언한다. 거리를 둔다는 건 상대가 나와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존중이므로 거리를 둔다고 멀어지거나 서운함이 생기는 부분에 죄책감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보라고 저자는 등을 떠민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그 누구도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일지라도. 관계의 중심엔 자존감이라는 뿌리가 있었다.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친구와 동료 그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하는 나를 맨 뒤로 미뤄 두진 않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의 또 한가지 좋은 점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관계에 대해 대상별 가이드 라인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관계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이들이라면 실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저자의 그동안의 책들과 다른 부분은 투병생활에서 나온 경험들이 여럿 실려 있다는 점이다. 파킨슨병에 걸려 몸이 굳어가는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야 했던 저자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이 책의 큰 골자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자. 쓸데없는 관계에 당신의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라는 것인데 이는 지금 저자가 처해 있는 상황과 맞물려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어차피 서로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게 인생이라면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주는 법과 함께 잘 기대는 법을 배워서 당신이 더 이상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문득문득 외로워 질 때 이 책을 꺼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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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그해 여름 끝자락
허준성 지음 / 마음지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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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 싶을 때, 가방을 싸는 대신 여행 책을 집어 드는 게으른 실행력의 인간이다. 여행을 동경하지만 현실과 타협하는 일이 많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떠나는 일에 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통제되지 않는 변수가 내 두 발을 꽁꽁 묶었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계 곳곳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용기와 부지런함이 부러워 오늘도 난 그들의 뒤를 쫓는다. <홋카이도 그해 여름 끝자락>의 저자도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한 술 더 떠 여행 같은 일상을 즐기기 위해 홋카이도 한 달 살기에 도전했다.

이 책은 여행가이드라기 보다는 한 가족의 멋진 여정쯤이 더 어울린다. 홋카이도를 소개하긴 했지만, 니세코를 중심으로 한 홋카이도 남부에 대한 정보가 전부이다 보니, 여행 관련 정보를 기대 했다면 다소 실망 할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 어디를 봤다가 아니라, 누구와 무엇을 했는가 이다. 이를 테면 한 밤중 웰컴센터에서 벌어진 사건 이라든지, 샤코탄 블루를 보기 위해 유모차도 못 가는 좁은 길을 아이들과 걷던 기억, 아빠에서 딸로 이어지는 병 우유에 대한 단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린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것들, 기억이 곧 추억이 되는 그런 사건들 이야 말로 여행을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일상에서는 새로운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만약 홋카이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한 달 살기 한번 해볼까? 하는 자신감이 생길 수도 있다. 챕터 중간중간의 여행 팁은 물론 마지막 부분에 한 달 살기 Q&A를 빼곡히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원의 홋카이도가 아닌 한 여름의 홋카이도는 아이들과 여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 곳곳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할 때의 팁이나 아이들을 배려한 동선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의 큰 딸이 그린 그림들이었다. 책 말미에 무심하게 실린 그 그림들이 나를 자꾸 떠나라고 등 떠밀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 안달복달하는 부모들과 달리 아이들은 그저 몸을 배배 꼬면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많다. 도대체 보고 느끼는게 있기는 한 것인지 본전 생각이 가득하다. 하지만 여행으로 부터 멀리 지나온 어느 날, 불쑥 엄마, 이건 그때 봤던 바다야라며 스케치북 한 가득 칠해 놓은 그림을 보고 있자면 눈으로, 몸으로 경험하는 많은 것들이 이 아이의 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저자도 틀림없이 그랬으리라. 가족과 아이들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신념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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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곤충 여행 우리는 탐험가
타샤 퍼시 지음, 다이나모 그림, 박여진 옮김 / 애플트리태일즈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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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딸 아이 둘은 어찌된 일인지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작은 아이는 공원에 가면 중구난방으로 돌아다니는 개미들을 따라 다니느라 바쁘고 큰 아이는 거미집을 유심히 쳐다보며 먹이가 잡혀 있진 않은지 살피느라 분주하다. 한 여름 빗속을 기어 다니거나 볕에 말라 죽은 지렁이를 봐도 소리를 지를지 언정 지렁이 곁을 떠나지 않는 아이들이 나로썬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들은 징그럽다’, ‘무섭다하는 편견 없이 그저 새로운 세계를 엿보는 일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꿈틀꿈틀 곤충 여행>은 튼튼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플랩북이다. 일러스트나 색감도 시원시원하고 화사해서 곤충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라도 호기심을 갖을 법하다. 벌레는 못생겼다는 편견을 깨주는 아름다운 벌레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해주는 책이었는데 아이들이 정작 열광했던 부분은 꿈틀꿈틀 징그러운 벌레 챕터다. 언젠가 보았던 익숙한 벌레들이 많이 나오는 부분이라 이건 언제 봤고 이건 누가 잡았었다며 종알종알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다른 자연과학책에서 본 내용까지 곁들이며 열을 올린다. 바퀴벌레 하나로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놀랍다.

 개미는 음식을 발견하면 다른 개미들에게 신호를 보낸다까지는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아이는 질문한다. “어떻게 신호를 보내요?” 그게 궁금할 줄이야말문이 막힌 부모를 예상한 듯 플랩을 들추면 답이 나온다. 마지막엔 먹을 수 있는 벌레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전갈은 독이 있는 곤충으로 알고 있던 큰 아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몇 번이나 독이 있는데 어떻게 먹느냐 반문했다. 요리를 하면 독이 사라진다는 설명에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책의 추천 연령은 5-9세까지 이나 사실 큰 의미는 없다. 25개월 둘째도 플랩을 들추며 깔깔거리는 책이기 때문이다. 모서리는 둥글고 표지도 책장도 두꺼워서 오히려 어린 아이들을 배려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어스본에서 나온 플랩북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그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즐길 수 있는 연령 폭이 훨씬 크다. 첫째는 탐험가 시리즈로 다른 여행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당장 보고 싶다며 성화를 부렸다. 다음은 놀라운 몸속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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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조디악 인 스크래치 북 - 나와 당신의 운명, 별자리 12
이윤미 그림 / 스타일조선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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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든지 1인시대를 맞이한 요즘 혼자 노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힐링북이 대세다. 난 유행에 뒤쳐지는 편이라 이제서야 처음으로 조작북을 접하게 됐다. 그 이름은 더 조디악 인 스크래치 북크레파스로 손목이 시큰하도록 칠하고 손은 물론 방바닥까지 엉망으로 만들어 놓던 유년의 기억은 너무도 먼 이야기가 되었다. 컴퓨터 클릭 몇 번이면 엄마한테 등짝을 맞아가며 완성하던 스크래치 밑바탕이 도착한다. 심지어는 밑그림까지 있어 뚝딱 전문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며 책을 펼쳐본다.

 

 이 책은 별자리를 주제로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한 장씩 그림처럼 손쉽게 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별자리부터 시작하거나 누군가의 별자리를 선택해 선물할 수도 있다. 물론 나처럼 그림이 가장 아름다운 별자리부터 시작해도 좋다.

이 책을 즐기려면 한 가지 준비물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화장지다. 스크래치 북이다 보니 크레파스보단 훨씬 양호하지만 선을 그을 때마다 검댕이들이 밀려나온다. 그때 펜을 휴지로 닦거나 작품에서 털어낼 도구가 바로 화장지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물티슈는 검댕이들이 물기 때문에 달라붙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이다.

스크래치라는 오묘한 기법과 몽환적인 일러스트는 한 눈에 봐도 매력적인 조화를 이룬다. 조심스럽게 한 줄 한 줄 그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선과 색 사이에 빠져든다. 검은 색을 긁어내는 순간의 희열, 펜이 지난 자리마다 잉태된 빛들. 광활한 검은 우주에서 별빛을 줍는 사람처럼 어둠을 지울수록 빛은 밝아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곡선과 나선의 연속, 그 굽이치는 선들을 따라가는 동안 나 또한 우주 한복판에서 유영하는 듯한 신비로운 착각에 빠져든다.

 

물고기 자리를 완성하고 나서 이 책이 안티 스트레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힐링북임을 통감했다. 핵심은 몰입이다. 최근 들어 스스로가 가장 몰입한 순간이 이 펜을 잡고 있는 순간이었다. 스크래치 북이 처음인 나로써는 새롭고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몽환적인 경험이었다. 몰입의 즐거움과 함께 완성된 그림을 보며 만족감과 성취감도 느꼈다. 가까이서 보면 어설프지만 멀리서 보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그림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당장 회사에서 돌아오는 남편에게도 권해 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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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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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만은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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