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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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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전반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출산율을 필요로 한다. 출산율이 이 최소한의 수치에 미달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다. 출산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출산이 그들의 생활수준을 낮추게 될 때 출산을 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사회의 출산율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며 전반적 생활수준 역시 낮아진다.
알바 뮈르달, 군나르 뮈르달의 ‘인구 위기’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 생산과 소비, 분배 정책과 분리될 수 없음을 촘촘한 설명을 통해 보여준다. 저출산이 경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은, ‘나 혼자 살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를 낳아’와 같은 말이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출산과 양육의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어,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개인은 출산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뮈르달 부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산과 양육에 드는 비용을 개인에게만 떠넘기기보다 사회가 어느 정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을 더해 뮈르달 부부는 아동수당, 무상 의료, 무상 학교교육 등의 아동복지 정책을 제시해 준다.
이것은 한편,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고 해결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냥 아이를 낳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인구정책은 아이를 길러야 하는 부모의 입장, 태어나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의 입장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어쨌든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생겨나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니까. 아이가 태어나서 가정 내에서 또는 사회적 양육 환경 하에서 어떠한 대우를 받고 자랄지, 사회에서 어떠한 교육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자라서 어떤 직업을 택할 수 있을지…… 그 모든 문제가 인구정책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현재 우리의 시대에서는 인구정책의 사회적, 경제적 측면을 살피는 것에 더해 생태학적 고민도 필요하다. 1930년대의 뮈르달 부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 생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구정책적 관점의 핵심인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가(p.310)’라는 질문은 이제 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사유되어야 한다. 우리의 소비와 생산 수준이 생태학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생태학적 균형이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균형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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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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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아 비바' 서평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아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풀어 놓은 거센 급류에 아무렇지 않게 합류할 수 있는 흐름의 글이 나로부터 터져나오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되지만 - 마치 기묘한 물의 흐름에 매혹되어 물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지고 싶어지는 경험처럼 - 이 때로는 청명하고 투명한, 때로는 심연 같고 폭풍 같은 글에 아무렇지 않게 섞여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구아 비바에는 위와 아래도, 앞과 뒤도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하든 똑같이 길을 잃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글의 뼈대를, 책 전체의 골격을 의도적으로 포기하고 대신 더욱 무시무시한 것을 불러내었다.

"그 기이함이 나를 장악한다. 그래서 나는 검은 우산을 펼쳐 든 채 춤의 향연 속으로, 별들이 반짝이는 그곳으로 뛰어든다. 내 안의 격렬한 신경, 그것이 뒤틀린다. 이른 시각이 다가와 핏기 없는 나를 발견할 때까지. 이른 시각은 거대하고 나를 먹어 치운다. 돌풍이 나를 부른다. 나는 돌풍을 따라가며 갈가리 찢긴다. 만일 내가 내 삶 속에서 펼쳐지는 펼쳐지는 게임 속으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내가 속한 종이 자살할 때 내 삶 역시 사라져 버릴 것이다. ..."

아구아 비바에서는 아무런 형상도 부여받지 못했던 것들이 형체를 취하고, 견고한 몸을 가졌던 것들이 해파리마냥 풀어져 소멸한다. 삶이 이토록 겹겹이 어지럽다. 그래서 아구아 비바를 읽을 때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독서는 불가능해진다. 그저 따라가는 글, 그 자체로 감각하는 글만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세계다. 살기 위해 필요한 몸부림을 주는/몸부림으로부터 오는 죽음의 글이다.

"나는 생명과 함께 죽고 싶다. 맹세코, 나는 죽을 때 그 마지막 순간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것이다. 내 안에는 언제일지는 모르되 다시 태어날 심오한 기도가 있다. 그래서 나는 건강하게 죽고 싶다. 폭발하는 사람처럼. .. "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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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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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발명가다." 왜냐면 건축물을 이루는 벽, 창문, 지붕, 계단, 문 등에 새로운 생각을 녹여내어 공간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건축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미술이 지식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듯이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가는 세상과 공간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나아가 그러한 이해와 해석을 반영하여 공간을 구축한다. '인문 건축 기행'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생각을 담은 삼십 개의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떠한 건축물이 전통 혹은 전통적 지식을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재구성할 것인지, 또는 공간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담을지는 건축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통을 재구성한 사례로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을 보자(건축가 : 노먼 포스터). 독일 국회의사당의 돔은 전망대로 되어 있어 누구든 그 위로 올라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시민에게 베를린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제공하는 셈인데. 내려다보는 것은 최고 권력자의 시선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시대의 사고를 반영한 건축물이다. 또 다른 사례로 동양 건축의 전통과 서양 건축의 전통을 동시에 깨면서 담장의 배치와 빛의 활용으로 파격을 구성해낸 일본 오사카의 빛의 교회도 있다(건축가: 안도 다다오).

건축된 공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대신 건축이 자연이 되고자 하는 생각을 반영한 사례도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낙수장(Falling Water)이다(건축가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름 그대로 집이 폭포 위에 있다. 또는 아름다움은 규칙성에 근거한다는 생각을 탈피해 자연의 불규칙한 아름다움을 재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도미누스 와이너리(Dominus Winery)도 있다(건축가 : 자크 헤르조그, 피에르 드 뫼롱).

이외에도 '인문 건축 기행'에는 공간, 아름다움, 자연, 나아가 세계에 대한 건축가들의 독창적 시각이 뿌리내린 건축물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설명이 가득 담겨 있다. 올해 유럽, 북미, 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문 건축 기행'을 미리 읽고 여행 중 책에 수록된 건축물들의 모습을 직접 만나 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 을유 서포터즈 3기의 첫 번째 도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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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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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발명가다.˝ 왜냐면 건축물을 이루는 벽, 창문, 지붕, 계단, 문 등에 새로운 생각을 녹여내어 공간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건축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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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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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해석자의 눈이 향하는 방향과 그 시선의 깊이에 따라 다른 의미를 담게 된다. 역사적, 사회적 고정관념과 싸우는 법조인들의 유의미한 해석 덕에 법률은 죽지 않고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긴즈버그는 미국 수정헌법에 새 숨을 불어넣은 대법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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