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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건축가는 발명가다." 왜냐면 건축물을 이루는 벽, 창문, 지붕, 계단, 문 등에 새로운 생각을 녹여내어 공간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건축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미술이 지식의 역사와 밀접하게 얽혀 있듯이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가는 세상과 공간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나아가 그러한 이해와 해석을 반영하여 공간을 구축한다. '인문 건축 기행'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생각을 담은 삼십 개의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떠한 건축물이 전통 혹은 전통적 지식을 계승할 것인지 아니면 재구성할 것인지, 또는 공간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어떠한 가치관을 담을지는 건축가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전통을 재구성한 사례로 독일 베를린의 국회의사당을 보자(건축가 : 노먼 포스터). 독일 국회의사당의 돔은 전망대로 되어 있어 누구든 그 위로 올라가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시민에게 베를린 전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제공하는 셈인데. 내려다보는 것은 최고 권력자의 시선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시대의 사고를 반영한 건축물이다. 또 다른 사례로 동양 건축의 전통과 서양 건축의 전통을 동시에 깨면서 담장의 배치와 빛의 활용으로 파격을 구성해낸 일본 오사카의 빛의 교회도 있다(건축가: 안도 다다오).
건축된 공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대신 건축이 자연이 되고자 하는 생각을 반영한 사례도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낙수장(Falling Water)이다(건축가 :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이름 그대로 집이 폭포 위에 있다. 또는 아름다움은 규칙성에 근거한다는 생각을 탈피해 자연의 불규칙한 아름다움을 재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도미누스 와이너리(Dominus Winery)도 있다(건축가 : 자크 헤르조그, 피에르 드 뫼롱).
이외에도 '인문 건축 기행'에는 공간, 아름다움, 자연, 나아가 세계에 대한 건축가들의 독창적 시각이 뿌리내린 건축물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 어린 설명이 가득 담겨 있다. 올해 유럽, 북미, 아시아 국가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인문 건축 기행'을 미리 읽고 여행 중 책에 수록된 건축물들의 모습을 직접 만나 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겠다.
• 을유 서포터즈 3기의 첫 번째 도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