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세월의 무게를 덜어 주는 경이로운 노화 과학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배동근 옮김 / 북트리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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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늙고 조금 더 건강한 몸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게 책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추천한다.

"어떤 사람들은 주름살 때문에 몹시 신경을 쓰겠지만 진짜 신경 쓰이는 것은 외모가 아니라 이 전방위적인 기능 저하로 인해 우리가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이다. ... 관건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신체를 유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질병을 더 잘 막아낼 테고, 두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건강하고 활력에 찬 상태로 더 오랜 세월을 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화 관련 질병이 들어오는 문을 더 오래 닫아 둘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늙게 할까? 노화에 기여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우리는 그저 살아 숨쉬는 것만으로도 늙어 간다. 정상적인 신진대사의 부산물로 세포에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이 생성되고, 자유라디칼은 신체에 산화 스트레스를 가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자유라디칼은 생명체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 바람이 불지 않는 평온한 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바람을 맞으며 자란 나무들보다 약하고 빨리 죽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역경을 통해 오히려 더 강인해지는 생물학적 현상을 호르메시스 효과hormesis effect라고 한다. 운동은 호르메시스 효과를 얻는 가장 흔한 사례다. 달리기를 하면 그저 건강에 좋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라. 심박수와 혈압이 치솟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근육과 뼈가 견뎌야 하는 하중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또한 운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체의 신진대사도 활발해진다. 그때 자유라디칼의 생성도 증가한다. 그렇다. 운동은 우선 해로운 분자의 생성을 부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건강을 향상시킨다. 당신의 심장이 펌프질을 하면서 몸 전체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너 좀 튼튼해져야겠는걸."

‘해파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는 호르메시스 외에도 식단 공부를 하며 접하게 되었던 개념들인 IGF-1, mTOR, 자가포식, 좀비세포 등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수 있게 유기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면 이 책 추천드립니다! 재밌어요)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저절로 먹게 되는 나이 탓을 하기보다 무엇이 내 몸을 늙게 하는지 공부해 보면, 그에 대처할 방법도 하나 둘씩 머리에 들어오게 된다. 이 책은 뒷부분에서 무려 일곱 챕터를 실천적인 조언에 할애해 독자가 덜 늙고 더 건강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실천적 조언은 정말 유용해서 책을 직접 읽는 것이 좋지만, 한 가지만 맛보기로 적자면, 누구든 매일 할 수 있는 간단한 실천이 있다. 내 몸에 직접적으로 흡수되는 물질들을 조금씩 건강한 것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 가공식품, 초가공식품 대신 몸을 일깨워줄 영양소가 풍부하며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주는 유기농 음식을 매일 몸에 넣어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건강한 식단 하자는 것. 단, 일반적으로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닭가슴살, 통밀빵, 두부, 저지방 요거트로 점철된 가짜 건강식단 말고. 혹은 호르메시스 효과를 노린다는 명분으로 술과 밀가루를 먹어치우지 말고. (저자 또한 이렇게 썼다 : 운동 쪽을 제외하고 호르메시스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있다. 하지만 이는 적당한 양만 찾으면 피자나 도넛이 은근히 유익하다는 말은 아니다.) ㅎㅎ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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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 은근한 차별에 맞서는 생각하는 여자들의 속 시원한 반격
타라-루이제 비트베어 지음, 김지유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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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세상이우리를공주취급해 #서평 우리는 일상의 많은 상황들에 대해 적절히 반응하는 법을 배우면서 자란다. 그게 사회화의 과정이니까. 누군가 선물을 주면 고마움을 말하고, 나를 친절하게 대하면 나도 호의를 표시하고, 누군가에게 슬픈 일이 생기면 유감을 표현하는 식으로, 대부분의 상황에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적절한 반응 양식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력한 존재로 인식될 때, 아니면 '여성스러운' 옷과 행동양식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을 때, 혹은 반대로 '너무 여성스러운' 차림을 했다며 성적인 모욕을 받거나 무시받을 때, 적절한 반응이란 뭘까? 참고 넘기기? 나만 입 다물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으니 아무 말 하지 않기? 남들이 원하는 적절한 반응이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적절한 반응에 확신을 갖게 해 주는 -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확신과 동조에 목말라 있는지 - 책이 바로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다.

곤란하고 난감한, 때로는 모욕적이고 고통스러운 경험들을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사안과 결부되는 감정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나가는 것이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내 감정을 존중하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하는 이유 있는 긍정이다. 짜증 날 법한 일들을 웃음 나오게 하는 유머로 써내려간 책. 쉽게 술술 읽히는데 마음은 긍정으로 가득 차게 되는 책. 인플루언서인 저자의 톡톡 튀는 유머가 책에 가득하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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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곰
메리언 엥겔 지음, 최재원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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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협회에서 근무하는 루는 미지의 세월이 쌓여 기묘한 아름다움이 된 집을 조사하는 업무를 갑작스레 담당하게 되고, 거기다 그곳에 머무르며 집의 일부인 곰을 돌보는 일조차 맡게 될 상황에 처한다. '상황에 처했다'는 말은 그녀가 곰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낀 기쁨을 고려하면 조금 맞지 않는 표현이지만.

📍 "게다가 곰의 존재는 마치 엘리자베스 시대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기쁨을 주었다."

루가 곰을 마주할 때마다 그녀의 서술이 다소 현실과 멀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편안한 듯 공포스러운 듯, 애정있는 듯 무심한 듯한 곰. 마치 루가 머무르게 된 외딴 섬의 모습이 일견 척박한 듯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풍요한 - 그녀가 맛있게 먹은 곰보버섯, 캔디, 넓은 집, 빼곡한 서재 - 것과 닮아 있다.

곰은 이름 없이 그냥 곰이라고 불린다. 루가 펼쳐보는 책들에서는 여러 나라의 언어로 곰의 이름이 등장하면서도, 이 곰만을 위한 고유한 이름은 소설의 마지막까지 공백으로 남는다. 그냥 곰. 혹은 야생동물이라고 불리우거나. 늘 질서정연한 서류 같은 삶을 살아오던 루도 곰을 곁에 두면서부터 곰의 이름없음과 비슷한 불확정적이고 비정형적인 감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 "그러나 이곳에서 그녀는 제 존재를 정당화할 수가 없었다. 이 모든 카드와 세세한 정보와 분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저마다의 질서로 기록되고 분류되어 결국에는 그녀로 하여금 체계를 찾고 비밀을 파헤칠 수 있도록 해주는 그것들이 처음에는 아름다웠으나 지금에 와서는 죄책감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 그것들은 진실에 대한 이단일 뿐이었다."

그리고 루는 촛불을 켜도 덜어지지 않는 깊은 어둠 같은 곰에게 마치 바람 앞 촛불처럼 속절없이 흔들리며 이끌린다. 그녀는 외딴 섬 속의 혼란스러움을 조심스레 직시하며, 인간들 틈에서 책상 위에 드러눕는 하녀가 되기보다 곰과 함께 벽난로 앞에서 흐트러지기를 선택한다.

📍 "그녀는 남자들의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그들이 여자에게는 에로티시즘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 싫었다. 그로 인해 여자들은 하녀밖에 될 수 없었다."

생소하지만 점차 선명해지는 감각들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나아간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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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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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그리스인 조르바는 때로는 산투르 연주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가끔은 한 여자를 취하고 싶다는 열망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고, 어떤 때에는 육체노동에 온 몸과 마음을 쏟아붓기도 한다.

소설 전체에서 인상적인 것은 여자를 향한 그의 끊임없는 집착과 노력이다. 그는 여자가 없을 때에는 계속해서 여자 이야기를 꺼내고, 여자가 있을 때에는 그녀를 성녀 혹은 창녀로 인식하며 부단한 구애활동을 벌인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기 자신과 상대 여자를 고전적 역할놀이에 끼워 맞추지 않고서는 여자를 대할 수 없는 빈약한 서사적 자아를 지닌 이의 우스운 이야기이다.

"하느님, 회사의 이득과 과부라는 명목은 조르바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p.176)". 조르바는 평생 여자를 만나 즐기는 것이 곧 자유라고 애써 명명하지만, 성욕이 반드시 특정 성별의 대상화와 비하를 수반하여서만 작동할 수 있다는 편견에 굳어 버린 마음을 안고 자유로 향하는 길을 찾기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알 길 없는 조르바는 늘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힌다 : "내 천국은 바로 이걸세. 벽에 알록달록한 드레스가 걸려 있고, 비누 냄새와 푹신하고 커다란 침대가 있으며, 옆에는 인간의 암컷이 누워 있는 향긋한 방!"(p.217) 나아가 여성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조르바의 열띤 설명은, 구조적으로 권력을 지닐 수 없어 어항 속 물고기처럼 갇힌 채 서로를 물어뜯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을 두고 '여자들이란 질투가 많다'고 평하는 영화 홍등(장예모 감독)의 남주인공을 떠오르게 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조르바의 생각이 같은 종족의 남자들에게 강한 전염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나'는 조르바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지난 삶이 '지루하고 앞뒤가 맞지 않으며, 우유부단한 데다 그저 꿈같기만 했'(p.175)다고 회고한다. 나아가 조르바를 "진정한 남자의 모습(p.357)"으로 추켜세운다.

'나'는 조르바의 행적을 "논리, 도덕, 정직-을 간단히 깨부수고 본질로 곧장 직행"한다고 평하지만, 그들이 굳게 믿어 마지않는 그 본질이라는 것 역시도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오래된 편견이자 얄팍한 허세라면, 그들이 말하는 쾌락의 추구가 자유를 가져올 수 있을까? 나는 즐거움을 좇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낡은 합의들, 예를 들면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며, 반드시 이성 간에만 이루어져야 하고, 결혼을 했다면 아이를 낳는 것이 옳다거나, 성생활은 '점잖게' 속박되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을 지지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저항하려고 한 조르바는 정작 자신이 보지 못한 다른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허상뿐인 자유를 좇았다는 점이다. 문란한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내야만 한다는 강박이 엿보인다고 할까. 그래서 내게 '그리스인 조르바'는 웃픈 희비극이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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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을 배우다 - 어느 철학자가 인지장애를 가진 딸을 보살피며 배운 것
에바 페더 키테이 지음, 김준혁 옮김 / 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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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샤를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치명적인 강간과 살해 시도를 당했고 이를 견딜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성과 사고 능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고 삶은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변했다.
... 스스로 가치없다고 느낄 때, 세샤가 준 것을 이해하는 일이 도움이 되었다. 만약 자족적이고, 생산적이고, 유급으로 고용될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이 세샤를 가치 있다고 여긴다면, 왜 나의 자아 존중감은 그런 것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가? 그리고 세샤는 내가 결여했으며 항상 필요로 했던 것을 가지고 있었다. 기쁨을 경험하고 타인에게 기쁨을 주는 능력 말이다.
나는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그에 몰두해야 했다. 나를 지탱해준 것은 철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과 배움이었다. 어떻게 돌보고 돌봄을 받을지에 관한 이전보다 깊은 이해였다."

'의존을 배우다'는 독립의 환상, 자족이라는 거짓된 가정을 타파하고 제목처럼 의존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는 책입니다. 장애, 정상성, 돌봄, 타인을 사랑하는 법에 대해 다수가 당연하게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있는 오래된 돌처럼 박혀 있는 고정관념들을 부수어 주는 책이고요.

무력감과 의존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거나 철학자들이 이야기한 돌봄의 윤리를 나란히 두어 차이를 밝히는 등, 유사한 개념들을 샅샅이 비추어 비교대조하고 또 일견 매끄러워 보이는 익숙한 논증의 구조와 전제를 조목조목 짚음으로써 돌봄의 과정과 의미에 관한 막연한 이해를 명료하게 다듬어 줍니다. 그렇다고 단 한 가지의 정해진 답을 - 돌봄의 얽힌 관계 안에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주는 책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가능한 여러 가지 상황을 제시함으로써 돌봄은 한층 더 다층적인 사유의 대상이 되고 배려윤리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돌봄이 불쌍한 이에게 적선을 베풀듯 던져주는 게 아니라는 점, 보살피는 이와 보살핌받는 이의 입장과 마음가짐 그리고 그들이 놓인 맥락이 부단히 상호 작동하는 복잡한 과정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살피며 돌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 주는 책이었습니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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