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코를 찾아서 - 글쓰기 다섯 길을 걷다
간호윤 지음 / 경진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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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코끼리 코를 찾아서

: 글쓰기 다섯 길을 걷다

저자 간호윤

출판 경진출판

발행 2023.9.20.

18세기 실학자들 글을 보다 알았다. 글쓰기 책에 글쓰기가 없는 이유를. 글쓰기에 ‘작가의식〔마음〕’과 같은 ‘주제’가 없어서였다. ‘의식’과 ‘주제’, 이것이 코끼리에게 가장 중요한 코요, 사자에게 어금니다. 글쓰기는 공학이 아닌,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코끼리 코를 찾아서는 직간접적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50여권의 책을 저술해 온 국문학자 간호윤님의 신간이다. 고전과 현대 글쓰기를 융합하여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펴내며 어째서 책의 제목이 코끼리 코를 찾아서인지를 알리며 시작하고 있다.

쌓아둔 말이 넘치면 수다가 되어 무엇이 금이고 옥인지 분간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른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이 넘치어 무용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정하고 금을 골라내고 옥을 골라내는 귀한 과업이다. 채움과 비움이 중요한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여정 중의 하나이며 이 과정은 치유의 힘 또한 가지고 있어 비워내니 편안하고 무엇을 다시 채워야 탈이 나지 않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저자는 글쓰기는 마치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그 주제를 크게 5개로 나누어 구성하여 담아낸다. 심도(마음 길): 집터 찾기, 관도(보는 길): 터 닦기 1, 독도(읽는 길): 터 닦기 2, 사도(생각 길)“ 터 닦기 3, 서도(쓰는 길): 집 짓기. 눈썰미가 있는 이라면 집을 짓는 것과 글을 쓰는 작업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그것에 어떤 비기와 왕도가 없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수행의 길이라 한다면 이 책은 그것을 수행하고 궁극에 다다르기 위해 갖추고 다듬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알려주고 있다. 현재와 과거의 사상과 철학을 아우르며 되새겨야 할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던 과업이 신간에서도 이어져 동서양의 다양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을 수 있다. 저자의 세심함은 따라가길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흐름을 이어가며 완성과 여정의 시간을 위해 수를 놓듯 그려간다.

때로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으로 때로는 당대의 명문장들로 독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며, 징검다리의 돌을 놓듯 구체적인 글쓰기의 기술에 관한 조언을 통해 글쓰기에 관한 관심을 넓게도 좁게도 그 강약을 조절하고자 하는 이들이 깊이 탐독하면 좋겠다.

국문학자가 가르치는 글쓰기의 세상은 역시 매우 지적이고, 존경스럽다. 어쩐지 함부로 글을 쓰면 안 되겠다는 자기 반성과 겸양을 배우고 지혜를 배우게 하는

단단한 책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특히 이 가을에 잘 어울리는 뿌리 깊은 책인 것 같다. 무언가를 쓰고 싶은 이들이 필독하길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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