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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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책 맨 앞 표지가 강렬하다.

책이 너무 좋아서 초등 5학년 아들 손에 쥐어주었지만, 아들 녀석은 그리 큰 감흥이 없다. 글씨가 별로 없는 어린아이들 보는 책이라고 단정해버리는 듯. 그래서, 아빠는 강하게 다시 얘기한다. 그림 한 장 한 장 잘 보라고 ㅎ ㅎ ㅎ

책 맨 앞 부터 맨 끝까지 차근차근 본 아이는 이러한 감상평을 남긴다.

동물 때가 무리를 지어서 간다.

화산이 폭발한 듯한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 틈을 타 인간은 사냥에 시도하고, 결과는 실패였다.

부쩍 추워져 동굴을 찾아 떠나는 인간들.

하지만 맹수가 들이닥쳐 오고, 다행히 잽싸게 나무 위로 도망친다.

그리고 동굴이 많은 산으로 올라가고 결국은 동굴을 찾았다.

동굴에 있던 맹수도 처치하고 갑자기 여자아이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책은•••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호기심 많은 부족은 여자아이는 동굴의 암벽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동굴 벽에 새기기 전에 바위 표면을 손으로 쓰다듬었습니다.

물결치듯 일렁이는 무늬들이 마치 들소떼가 달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여자아이는 그 무늬를 이용해 들소를 그렸습니다.

팔을 치켜들어 거대한 매머드의 사나움도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여자아이는 숯 검댕으로 그림을 그렸고, 붉은 돌가루와 황토를 썼습니다.

꽃잎과 꽃가루, 여러 가지 열매들을 빻아 색깔을 만들어 칠했습니다.

돌의 매끈한 면과 거친 면의 차이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햇빛은 금방 사라졌지만, 여자아이는 좋아하는 빛을 그림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차디찬 암벽은 화폭으로 변했고, 동굴은 위대한 사원이 되었습니다.

추운 날도 있었고, 따뜻한 날도 있었습니다.

열심히 하루를 산 사람들은 어두워지면 보금자리인 동굴로 돌아왔습니다.

사람들은 함께 노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자아이의 두 손에는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겼습니다.

훗날, 여자아이는 부족을 이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책은 막을 내린다.

아들녀석의 중간 이후의 감상평은 이 책 맨 뒷페이지를 그대로 베낀 모양이다.

이 책은 오히려, 이제 나이 오십을 앞 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요즘 내가 자꾸 의식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변을 자전과 공전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 뭐냐 하면, 이 광할한 우주에서 은하계도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고, 태양이든 지구든 이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비해 그야말로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며, 나라는 존재 자체도 기껏해야 1백년 전후 살아있을 나라는 존재 자체의 가벼움을 느끼는 것이 요즘 내 일상의 주된 과업이다.

왜 이런 의식을 자꾸 상기하려고 하는가?

그것은 이 짧디짧은 삶이나마 어리석은 후회, 걱정으로 채우지 말고, 현재를 감사하게 사려는 욕심 때문이다.

이 책이 내게 가르쳐주는 것은, 기나긴, 정말로 가늠조차 되지 않는 수 만 년의 시간 속에서 우리 인류가 이어져왔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이걸 제대로 인식하고 사고해낼 사고의 폭이 존재하느냐 여부에 따라 난 그 사람의 삶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보다는 훨씬 가까이에 생과 사가 함께 하는 일상을 거쳐온 우리 인류의 선조들. 나도 모르게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주어진 삶 성실히 살아내고 또 미래세대를 키우고 전달하고 그리고 감사하게도 주어진 이 생각과 마음의 크기를 스스로 통제하며 살아가는 삶.

찰나를 살다가 사라져가겠지만, 그 찰나에 영원을 경험해낼 수 있는 우리의 잠재력을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 시공간을 확장하라고. 영원의 시간과 영원의 공간이 너의 마음 안에 있다고. 어제 지나간 일 후회하고 내일 다가올 일 걱정하며 관계를 해치며 다투는 어리석은 삶 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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