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아파트 - 2023 문학나눔, 2024 행복한 아침독서 선정 고래책빵 고학년 문고 2
최미정 지음, 볕든 그림 / 고래책빵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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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꼴찌 아파트

저자 최미정

그림 볕든

출판 고래책빵

출간 2022.12.7.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우리 아이는 잘 사는 것과 가난한 것, 풍요로운 것과 부족한 것을 아주 명확히 구별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내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간극의 차이를 끊임 없이 되새김질 하며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관한 소유 의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그러니까 고학년즈음 되면 나의 위치, 우리 집의 사회적 위치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우리 아들 잘 생겼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미 스스로 자신의 외모 순위에 대한 파악이 끝났으므로 부모의 잘 생겼다는 말은 그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위로라는 것을 간파하여 믿어 주는 척 넘어가주는 다행스런 효심을 가졌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대도시는 아니지만 이 지역 부모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유명 학원이 밀집해 있는 학군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내 대부분은 고층 아파트로 둘러 쌓여 있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 또한 아파트에 빙 둘러진 형태이다. 같은 반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로 제각각의 이름을 가진 아파트에 살며 이 학교에 입학을 앞둔 새내기 부모들에게 아파트의 계급에 따라 아이들이 나눠진다는 괴담과 같은 실체 없는 말이 전해지고 또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 아이가 좀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부와 빈을 구분하는건 어쩌면 이런 분위기의 지역에 사는 것에서 영향도 있을 것이리라.

천박한 자본주의로 대변되는 이런 현상은 어째서 없어지지 않는 것일까.

2013년 등단 이후 꾸준히 동화작가로 활동 중인 최미정 작가는 이러한 사회 현상과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편협하고 치우친 기존의 생각들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할지에 관한 담론을 아이들의 이해에 맞게 펼쳐나간다.

갑작스레 맞이한 엄마의 질병과 죽음,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파산으로 아빠와 멀리 헤어지게 되고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는 주인공 기훈이에게 시작부터 앞으로의 험난함을 예고하듯 녹록치 않은 비현실같은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진 불행. 할머니가 일하는 시장에 불이 나고 생업의 터전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할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잠시 떠나는 고모의 집 살 수 있다는 것. 고모가 사는 곳은 이제껏 살아본 적 없는 고급아파트이다. 이름도 고급진 그곳 퍼스트파크.

잘 정돈된 화단 위에 봄꽃이 몽우리를 맺고 있었다. 성호시장 23호에 살 때는 봄이 오는 것도 모르고 살았는데. 이곳은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종이에 그리고 싶어진다.

계절마저 빈부에 따라 느껴지는 것이 다른 것임을 실감하는 기훈이. 고모의 아파트에서 지내며 학교에 다니기 위해 이곳의 학교로 전학한 기훈이는 이제 다시 새로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시장에 살며 생선을 파는 할머니의 비린내가 크게 염려되지 않는 비슷한 환경의 아이들과 지냈던 기훈이는 퍼스트파크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말하는 법, 누리는 것, 소유한 것, 경험한 것들이 생소한 기훈이. 이곳에서 기훈이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까.

우리 아이의 학교를 둘러싼 현실도 비슷하다. 1차, 2차가 붙은 다양한 브랜드의 아파트들이 서로 높이를 자랑하며 서 있는 중간에 임대아파트 단지도 함께 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불평등, 차별, 편견 이런 모순들이 가득하다. 많이 가진 자는 악하고, 반대에 있는 선하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작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 해 나가면 인식의 확장과 관점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결국 모두가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다 같이 누리고 편안하도록 세상이 그렇게 되어가면 좋겠다. 세상이 판타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려주는 동화이자, 안목을 넓혀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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