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수호천사 고래동화마을 13
이현지 지음, 김정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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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도둑의 수호천사

저자 이현지

그림 김정은

출판 고래가숨쉬는도서관

출시 2022.10.31.

믿고 보는 출판사, 고래가숨쉬는도서관의 고래동화마을 13번째 이야기는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세상에 대한 분노로 방황하는 한나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줄 요약만으로도 한나가 처한 상황에 가슴 아프게 다가오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이야기의 첫 장면은 주인공 한나의 교실 상황으로 시작됩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예쁜 색의 입술 틴트를 바르는 것을 보고 저것을 훔쳐 자기것으로 만들겠다는 생각한 한나는 바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려 합니다. 색연필을 선생님 자리로 굴려 그것을 줍는 척하며 틴트를 훔져낸 한나는 누가 보았을까, 혹시 들킬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보다 선생님의 물건을 훔치고 선생님이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을 기다리며 즐기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게다가 틴트를 완벽하게 훔치기 위해 선생님의 휴대전화를 숨겨 휴대전화를 찾는데 온 정신이 팔리게 하는 등 나름 정교한 계획을 가지고 절도를 합니다. 담대한 성향인지, 철이 없어 그러는 건지 아직은 한나의 성향이나 상황을 잘 알 수는 없습니다.

방과 후에는 가출팸 멤버들은 만나러 갑니다. 여기서 만난 언니들과도 시내에 가게에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등 대담한 행동으로 향수를 훔치고 다시 그것을 되파는 것을 반복합니다. 훔친 물건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닌 훔치는 행위 그 자체에 몰두하는 한나. 한나는 선생님의 틴트에서, 향수에서 못 견디게 그리운 이를 떠올리며 괴로워합니다.

누군가는 한나에 대해 ‘엄마 죽고 비뚤어진 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나에게는 너무 가슴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아빠 없이 엄마와 둘이 기대어 살던 엄마와 한나는 음주운전 차량에 사고를 당해 엄마가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큰 슬픔과 상실, 그리고 이어지는 분노는 세상에 대한 복수로 이어집니다. 한나의 습관적인 절도 행위도 분노 표현의 한 방법이었습니다. 엄마의 목숨을 앗아간 가해자가 겨우 4년형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한나는 전과는 다른 아이가 되어갑니다.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는 한나를 이해하려는 선생님에게 한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에요. 그런데 저한테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소, 소용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친절한 거요. 그리고 지금처럼 배려해 주시는 거요. 저는 이미 마음이 다 죽어 버렸거든요.”

작가는 무책임한 동정이나 안타까움을 배제한 정제된 글로 사랑하는,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은 아이가 세상과 화해를 할 수 있을지, 제목처럼 수호천사의 돌봄과 애정으로 분노와 억울한 감정에서 벗어나 본연의 자신을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지 전개해 갑니다.

골목길로 나왔다. 깜깜한 밤이었다. 하나둘씩 켜진 가로등이 별빛러럼 일렁이더니 참았던 눈물이 뜨겁게 터져 나왔다.

이제 더는 아무것도 훔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뻔하지 않은 이야기와 글 속에 잘 녹아나는 그림이 참 좋았습니다. 사실 한나가 잘 지내고 있는지 계속 걱정이 됩니다. 살면서 시련은 계속 반복될 것이고 성장을 통해 그것을 넘어야 하는 것은 특정인이 아닌 모두의 숙명일테지요. 그 허들을 넘다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 목표를 향해 잘 달려가는 한나로 자란 어른이 된 한나를 보고 싶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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