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 방구석 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꿈 이야기
저자 이지니
출판 세나북스
출간 2022.09.30.
프리랜서로 일하는 후배가 이젠 이 생활이 불안하고 지치다며 조만간 정년이 보장된 안정된 일자리로 전향하겠다는 고민을 담은 연락을 해 왔다. 후배는 세 아이의 육아와 병행하며 일을 한다는 것에 대단함과 안쓰러움, 존경 등의 복잡한 시선을 항상 동시에 받는 존재였다. 전화 통화에서 후배의 일상을 뒤흔드는 고단하고 피로한 무언가가 더 있었다는 사실에 그 세계의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 전달되었다. 규칙과 규정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유로움에 기반하여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애매한 이해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는 이의 마음을 규율보다 더욱 옭아매는 빙빙 둘러 메인 밧줄 같은 것이었다.
삶이 그렇다. 누구나 다른 이의 삶은 어물쩍 넘겨 짚으며 자신의 고단함은 진지하게 이해받기 원한다.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의 저자 이지니 작가는 프리랜서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풀어놓으며 이해와 공감의 화두를 열어간다.
놀지 않고 매일 일하는 6년 차 무명작가라 스스로를 칭하는 이지니 작가의 책은 읽기에 매우 즐거운 책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일상, 그 안에 흐르는 세세한 삶의 여정들은 나의 그것도 별반 다르지 않아 남의 얘기인 듯, 나의 얘기인 듯 그렇게 영역 구분 없이 나를 파고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일하지는 않지만 그것이다 아니다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으며 어떻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일상을 대하고 살아 내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풀어가는 과정이 진솔하며 지적이고 시시콜콜하고 유쾌하여 이런 명랑한 심성의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먼 미래 아니, 한 달 뒤에 일어날 일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만큼은 후회 없길 바랐다. 신이 나에게 준 24시간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대단한 하루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저 내가 적은 ‘오늘 할 일’을 해내기만 하면 된다.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도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는 이유다. 휴대전화 속 메모 앱을 열어 적고 또 적었다. 가끔은 회사 건물 화장실에서도 메모했다. (변비는 아닙니다만)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었다. 딱히 주제가 생각 나지 않을때는 지하철 풍경이나 그날의 기분을 한두 줄로 끄적였다.
- 중략
모두 잠이 든 어두운 밤, 창문 틈으로 빼꼼히 보이는 달이 홀로 글 쓰는 나를 위해 기꺼이 벗이 돼주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 문득 바라본 창밖의 달빛에 위로가 되었던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