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크리스털 D. 자일스 지음, 김루시아 옮김 / 초록개구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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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글쓴이 크리스털 D. 자일스

그린이 이지후

옮긴이 김루시아

펴낸곳 초록개구리

펴낸날 2022.7.23.

나는 열한 번째 생일날 아침에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라는 한 문장이 주는 울림에 홀린 듯 책을 들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작가 크리스털 D. 자일스는 이 책이 첫 출간작임과 동시에 2021년 미국도서관협회 블랙 코커스 선정 ‘2021년 최우수 도서’로 선정되었고 이외에도 다양한 도서 관련 단체들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며 등장과 함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낡은 것, 오래된 것 조금 더 새로운 것, 그것보다 더 새로운 것, 혁신, 변화를 성장의 기회와 가치, 의미로 받아들이는 교육을 받아 왔습니다. 새로운 것이 옳은 것이 바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이해관계와 변화의 기회는 합이 맞아 시간이 지난 것은 부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규칙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밀려 과거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과거를 부수고 그 자리에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요.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연대하여 삶을 지켜간다는 것,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이 가져야 할 세상을 보는 안목과 태도, 가치관에 관한 진심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개발회사가 땅을 사서 재개발하려고 한다. 난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 중략

이곳을 떠날 수는 없다. 여기는 내 고향이다. 나는 모든 걸 여기서 했다. 여기서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났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공원 농구장에서 처음으로 3점 슛을 성공시켰고, 숨바꼭질도 아주 많이 했다.

참나무는 숨기에 딱 좋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섬광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였다. 어떻게 그런 기억을 다 놔두고 떠날 수 있지?

터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곳이 자본의 논리와 힘에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일은 먼저 해야 할까요. 상상만으로도 먹먹해지는 질문입니다. 몇 년 전 내가 사는 지역에 군사시설이 들어오게 되어 특정 마을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도민 사회 전체가 술렁였고 해당 마을의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극명하게 나뉘며 어떤 이는 생업을 포기한 투사가 되어갔고, 시위가 이어졌지만 어떤 이는 방관자가, 어떤 이는 그로 인해 생기는 이익으로 희망에 부풀기도 하였습니다.

“당장 나가세요! 우린 안 팔 거예요!”

“잠깐만요, 당신이 우리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어요.”

문화도 다르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루는 이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책을 읽어 나가며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인 우리 지역의 그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연대와 분열이 일어나는 과정은 너무나 닮아 있었으며 충돌이 화해로, 화합으로 향해 가며 갈등을 봉합해 가는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옵서버>라는 신문에 실린 이 글 읽어 봐. ‘젠트리피케이션이 왜 새로운 흑백 분리 정책인가?라는 글, 동네를 부유한 주민들에게 맞춰 재개발하는 걸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한 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는 시위에서도 몇 번 들었지만, 막상 철자를 화면에서 보니 훨씬 더 실감이 났다.

“많은 가난한 집들이 살던 동네에서 쫓겨나는 원인이래, 이글은 바이런 베이커라는 중학교 선생님이 쓴 거야.”

“베이커 선생님일 거야. 이건 카리 오빠에게도 일어난 일이야. 지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거야.”

알리사가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알 것 같았다.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삶에 위협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 연대하는 것, 정의로움을 향해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에 대한,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것에 관한 철학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성장을 향해 가는 아이들과 교사, 보호자 모두 함께 읽어보길 희망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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