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
아사다 지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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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서기 1800년대 후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했던 건 단순히 제목에 '뒷마무리'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것과 올해 첫 번째로 구매했던 책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여섯 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은 마무리와 어울릴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대의 흐름이라거나 세상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모습을 돌이켜 생각해보기엔 충분했습니다. 

10여 년 전 지인이 청첩장 인쇄를 마치고 예비 시어머니께 야단을 맞았습니다. 이유인즉슨, 결혼식 날짜를 양력으로만 표기했지 음력을 병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는데요. 친구인 저희들은 요새 날짜 고지하면서 음력을 쓰는 데가 어디 있냐며 친구의 편을 들어주었지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해를 못 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쓰던 음력 생일도 불편해서 양력으로 챙기는 판에 음력이라니. 그런데 <고로지 할아버지의 뒷마무리>를 읽다가 갑자기 이해가 되는 겁니다. 그레고리력을 쓰는 세상에 태어나 살아온 우리는 양력이 당연하지만, 과도기에 살아온 친구 시어머니 세대에는 음력이 여러모로 편리했던 겁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일본의 경우 메이지 유신 이후, 우리나라는 개화기 이후겠지만 - 부끄럽게도 역사를 잘 몰라 정확히 서술할 수는 없지만 - 여러 가지 서양문물이 들어왔고 그것들을 받아들이는 - 위로부터의 개혁은 국가의 변화와 상관없이 백성들에게는 보통 일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력이 바뀐다는 건 달을 중심으로 한 세상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한 세상으로 바뀐다는 건데, 말 그대로 천지가 뒤집히는 일이었겠죠. 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신기하다! 어떻게 서양에서도 일주일을 쓰고, 우리도 일주일을 사용하는 걸까?라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과거에 우리의 개념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오행인 목화토금수에 일, 월을 더해서 일주일이 7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목화토금수의 오행의 순서가 바뀌어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라니. 좋지가 않아요. 제가 마음에 들든지 말든지 어쨌든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의 세상에서 살고 늘 월요병에 시달립니다. 
여유 있게 살아왔던 시간도 요일과, 월과 연도가 바뀌며 뭔가 당겨지는 기분이었을 텐데, 초 단위의 시계라니! 그렇게 가쁘게 살아가야만 하는 건지.

책을 읽는 포인트가 어긋났는데요. 저는 이런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 책에는 사무라이였던 사람들이 나옵니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다져졌던 사람들이 이제는 무가의 사람이라는 걸 자랑스러워할 수 없는 세상에 살게 되었고, 칼을 차고 다니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떠돌이, 하인, 상인이 되고, 무가의 아녀자들이 작부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세상에서 겪는 일들이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어떤 자는 과거를 소중히 여기되 현재에 적응하고, 어떤 자는 과거에 묶여 나아가지 못 합니다. 어떤 자는 현재를 여기서 종결하려 합니다. 각자 새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그들의 방식이 모두 이해가 되어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읽으라고 쓴 소설일까 싶을 정도로 잔잔하면서 유쾌합니다. 약간의 블랙 코미디 요소도 있고요. 그런데도 읽을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아픕니다. 

세상이 바뀐다고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리셋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건 없어요. 변화는 흐름이더군요. 흘러가는 거였어요. 그건 몰랐던 사실이 아니었을겁니다. 그런데 마치 처음 알게 된 사람 같은 기분이에요. 세상의 변혁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 따라가기는 버겁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무가 사람들을 보며 과연 그게 남의 일일까, 소설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현재의 우리를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볍게 웃고 넘어가지 못하나 봅니다. 

이 책을 읽고 마무리를 했을까요? '고로지 할아버지'처럼은 안되겠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마무리 방식이 따로 있는 법이니까요. 저는 아직입니다. 마무리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진행 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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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수리공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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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성격이 다른 두 소설이 들어 있는 <장난감 수리공>을 읽었습니다. 1995년 '장난감 수리공'으로 제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고바야시 야스미는 최근 <앨리스 죽이기>로 국내의 추리소설 팬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요. 저는 <앨리스 죽이기>를 읽다가 그만두었었습니다. 작가 특유의 난해한 진행을 견딜 수 없었기에 포기했던 건데요. <장난감 수리공>은 호러 소설이라고 하니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더라도 그런 점이 분위기를 좀 더 괴이하게 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며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책에는 단편인 '장난감 수리공'과 중편인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 이렇게 두 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후자도 단편에 가깝긴 한데요. 두 개의 단편이 수록된 책이라고 하면 너무 가벼울 것 같아서 후자는 중편으로 여기기로 했습니다. 어쨌든 두 편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장난감 수리공'이라는 충격적인 소설을 소개하고 싶지만 이대로는 책을 낼 수 없겠기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를 합쳐서 펴낸 것인가 상상을 하였지만, 일본에서도 이와 같이 출판하였다고 합니다. 어째서 앞서와 같은 상상을 했냐면, '장난감 수리공'은 다분히 일본 호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색채를 가진 작품이었는데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는 나 자신이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아닌가 할 정도의 충격을 주는 SF 호러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장난감 수리공'의 시작은 두 사람의 대화로부터입니다. 낮에는 반드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그녀가 들려준 기이한 이야기. 어린 시절 동네에 있는 좀 괴이한 -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도 모르겠고,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를- 장난감 수리공은 무상으로 어린이들의 장난감을 수리해주는데, 어떤 것이라도 반드시 수리해주는 신의 손을 가진 이였습니다. 장난감이 없던 그녀와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지만요. 어느 날 그녀는 10개월짜리 남동생 미치오를 업고 다니다 육교에서 떨어집니다. 그녀에게 깔린 미치오는 죽어버리는데요. 그녀는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 혼날까 봐 무섭습니다. 이전에 동생의 이마를 다치게 했다고 무서운 벌을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어린아이인 그녀는 장난감 수리공이라면 동생을 고쳐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자기도 심하게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도 동생을 수리공에게 데리고 가고,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동생의 치료 과정을 보게 됩니다. 이 소설은 대담하고 괴이하고 끔찍합니다. 수리공에게 가는 길도, 수리공을 만난 이후도 상상력을 발휘한 제가 미워집니다. 절대로 상상하며 읽어선 안됩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는 줄거리를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시간여행에 관한 물리법칙을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그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연히 그러한 것이라고 상상하는 저에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두 명의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하게 되기 전 의식과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론을 펴 나갈 때,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이르러서는 정말 눈이 피로하더군요. 그 난해함과 괴로움을 이겨내고 나면, 육신은 그대로 있으되 혼만 시간 여행을 하는 남자를 보게 됩니다. 그는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자가 되어버렸고, 무수히 많은 평행 우주 속을 헤매는 미아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그가 그렇게 되기까지엔 사랑하는 그녀의 죽음과 그녀에게 집착한 또 하나의 남자의 영향이 컸습니다. 또 하나의 남자는 시간 여행에서 벗어났지만 - 아니,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그녀도 죽은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딘가에서 다시 존재하고 있을 테지요. 아아,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의 축이 뒤틀리면서 지금의 내 생은 정말로 단 한 번의 삶일까, 어디선가 또 다른 내가 나도 모르는 새 낯선 지인과 인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것이 공포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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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 인공지능이 만드는 인간의 미래
이종호 지음 / 북카라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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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로봇을 좋아했습니다.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로봇이 나오는 만화나 영화,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지요. 나쁜 놈들이 쳐들어오면 당장 출동해서 싸우지만 금세 수세에 밀리고, 연구 중이지만 테스트를 못 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거나 발사해 이깁니다. 처음부터 사용하면 너무 빨리 이겨서 우리가 재미없어 할까 봐 그런가 봅니다. 그때보다 현실감이 생긴 지금에 와선 전쟁에 로봇이 사용되면 그것이 소형이건 대형이건 무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지만, 어릴 땐 그저 시원하게 싸워 이기면 그게 좋았습니다.


인간이 탑승해서 조종간을 잡아야 하는 로봇들도 매력이 있었지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에 많이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날아오는 <짱가>, <우주소년 아톰> 같은, 누가 봐도 로봇인데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들을 슈퍼 히어로처럼 여기면서 좋아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나라 손오공(스타징가)>의 손오공도 로봇이었는데, 그땐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화과산의 돌 원숭이처럼 별난 존재로 여겼을 뿐이었죠. 그렇게 로봇과 안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충격적인 작품을 만났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 원작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었는데요. 인공지능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이건 <터미네이터>와는 다른 의미로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로봇(그리고 인공지능>에게 파괴당하고 지배당하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같은 영화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인간이 느끼지 않아도 좋을 고통까지 감당해야 하는 인공지능형 로봇에 대한 아픔이 너무 깊게 느껴졌기 때문에, 과연 이 정도까지의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다가가려 하다간 바벨탑과 같은 결말을 맞는 건 아닌가 하는 비약도 했습니다. 그 뒤로도 재미 삼아 보던 AI 물들은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연의 

며칠 전 <채피>를 봤습니다. 재미있다고 추천받은 지 한참 지나서였죠. 폐기 직전인 경찰 로봇과 함께 갱스터에게 납치당한 과학자가 실험 중인 AI를 로봇에 장착하고, 로봇은 갱에게 채피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그리고선 갱스터처럼 커나가는 그런 코믹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저는 인과 신의 경계, 창조와 재창조에 대해 생각하는 우울함을 안게 되었습니다.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라는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채피 생각이 났습니다. 책에서는 상상 속의 로봇부터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로봇, AI를 재미있게 이야기합니다. 미처 생각지 못 했던 것들까지 로봇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반자동 시계인 자격루도 로봇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다니,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장영실의 후예인 우리 로봇 산업 규모는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용, 의료용, 극한용 로봇 등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은 멋있습니다. 좀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공산품 역시 더욱 정밀해지고 빠르게 원활하게 생산될 테고요. 그렇지만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도 인간은 바보가 아니니까 새로운 직업들을 만들어내겠죠. 군사용 로봇은 눈으로 볼 때는 멋있지만, 실제로 사용한다면 - 실은 드론도 두렵습니다. 아이언 맨이 마구 날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가정용 로봇은, 바라 마지않습니다. 제발 나 대신 청소 좀 해다오.


이런저런 분야에서 로봇이 생겨나 널리 보급되는 것은 좋지만, 에러를 일으키면 사용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도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그러니 SF 공포물에서의 상황이 생각납니다. 편리함과 공포 속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고민하는 저는 바보인가 싶지만, 과학자들도 그런저런 면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인간과 한없이 가까운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각이라는 건 그리 간단한 구조로 되어 있지 않거든요. 덕분에 책에서 뇌과학과 호르몬의 영역까지 다뤄줍니다. 인간의 뇌와 생각, 반응에 대해 알아야 그것을 기반으로 AI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뇌에 대해 다룰 때까지만 해도 쉽고 재미있게 잘 읽을 수 있었습니다만, 맨 마지막 챕터는 좀 어려웠습니다. 설명은 쉽게 되어 있었지만, 제가 이해하기엔 좀 낯선 분야였나 봅니다.


20세기엔 21세기 초만 되어도 로봇들이 사람과 함께 생활할 거라 생각했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섭섭해하며 안도합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세상일지, 그건 직접 만나봐야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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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음식책 - 귀 얇은 사람을 위한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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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에 유행이 있다는 게 참 희한한데요. 몇 십 년간 죽 지켜본 바로는 그랬습니다. 예전에는 그 주기가 좀 긴 편이었어요. 정책적으로 외국에서 유명한 우리나라 박사나 교포 박사를 초대해옵니다. 그분은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해서 특별한 지식을 소개하곤 했죠. 그러면 사람들은 갑자기 식탁에서 지방을 몰아내고, 갖가지 색의 채소를 마련하거나 현미식, 심하게는 생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게 나쁘다고 할 순 없어요. 분명 좋은 점들이 많겠죠. 하지만 학자들은 정말로 좋은 점만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안 좋은 점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도 했고,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부분과 세분화된 부분을 알게 되었거든요. 좋은 줄 알았는데, 실은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흘러가는 거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좋다와 그렇지 않다는 양쪽 의견이 대립할 때 생깁니다. 학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일반인인 우리들은 어쩌면 좋을까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추면 좋을까요.


어제까지만 해도 이 식품이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해서 잔뜩 사다 두었더니, 오늘 방송에서는 그걸 먹으면 죽는답니다. 절대로 가까이해서는 안되는 음식이래요. 그럼 그걸 또 치우고 새로이 떠오르는 슈퍼푸드를 가까이합니다. TV를 잘 안 봐서 모르는 소비자도 요새 어떤 식품이 주목받는지 마트에 가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로 비싸지 않았던 식품이 오늘 마트에 갔더니 갑자기 비싸요. 그럼 십중 팔구, TV에서 몸에 좋다고 방송 탄 식품입니다.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고 운동을 하고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챙기면서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는 무척 훌륭합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줏대는 있어야 합니다. 건강에 관한 정보가 마구 쏟아지는 요즘은 더욱 그렇고요. 우리 세대들도 뭐가 좋다더라, 아이에겐 뭐가 좋고, 여자에겐, 남자에겐... 이러면서 많이 챙깁니다. TV 정보보다는 인터넷에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정보의 반 이상이 쓰레기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찾아다닙니다. 가공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효능을 설명하는 건 약사법 위반이 될 수 있으므로 그중 메인이 되는 유효 성분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는데요. 그것이 정말로 우리 몸에서 어떤 기작으로 활성화되거나, 혹은 타 성분을 비활성화 시키는 방법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지는 실은, 글을 쓴 사람들도 모를 수 있다는 겁니다. 몸을 살리려고 먹었는데 실은 간을 혹사시키는 일일지도 몰라요. 무척 신중해야겠죠. 도대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 걸까요? 

어르신들의 경우엔 더 심각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를 잘 드시던 분이 갑자기 육식을 끊습니다. TV에서 고기 먹지 말라고 했대요. 그러더니 며칠 후 갑자기 버터에 돼지고기를 튀겨 드십니다. 탄수화물이 나쁘고 지방은 몸에 좋대요. 그러심 안됩니다.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느끼셨잖아요. 뭐든지 극단적인 건 좋지 않다는 걸요.


갈팡질팡.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저는 간단하게 제안합니다.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요. 아질산염이니 뭐니 설명하는 것도 복잡하고, 이해하는 것도 귀찮잖아요. 보툴리누스 균이 소시지에 잘 생기고... 이런 건 그냥 넘어가요. 아, 얼굴에 맞는 보톡스가 이 녀석이구나 그냥 그렇게 알면 좋겠어요. 니트로소아민이 어쩌구 저쩌구.. 육가공품에만도 못 알아들을 녀석들이 그렇게 많거든요. 

그냥 라벨링을 확인 안 해도 되는 것들만으로 식단을 꾸리는 걸 첫걸음으로 하면 좋겠어요. 저라고 식단에 가공식품을 사용 안 하겠어요? 물론 합니다. 냉동만두를 좋아하거든요. 오늘도 냉동만두에 기름을 살짝 발라 오븐에 구워 군만두를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어요. 대신 밥에 신경을 좀 썼죠. 원래 귀리와 도정이 덜된 쌀을 메인으로 밥을 하는데요. 오늘은 거기에 코코넛 오일, 다시마, 그리고 마늘을 잔뜩 넣어 구수하고 향긋한 밥을 지어보았어요. 되도록 가공식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공식품을 만드는 연구자분들은 되도록 사용해주었으면 하겠지만요. 그분들도 되도록 몸에 나쁘지 않은 음식을 만들려고 하실 거예요. 하지만, 이런저런 첨가물들의 조합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니, 나쁜 결과의 확률을 줄이는 방법은 덜먹는 거겠죠.

신선 식품들만 챙긴다고 건강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를 챙기는가 하는 균형도 무시 못할 거예요. 두 번째 걸음은, 정보에 너무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거. 잘 못하면 메고 가는 당나귀 꼴이 될 수도 있어요. 


<똑똑한 음식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들어왔던 정보들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2009년에 나왔던 <식품 진단서>의 개정판이라고 하는데요. 2016년 나온 이 책의 정보가 최신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연구는 계속되고 있을 테니까요. <똑똑한 음식책>은 재미있게,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요. 전문용어가 많이 나오긴 해요. 소리 내어 읽어보았더니, 앞에 있는 사람이 외계어인 줄 알았다고 하네요. 실제로 식품 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나 화학명이 많이 나와요. 그렇다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일까....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있거나 어느 정도 용어를 몰라도 나는 괜찮다는 사람은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전문적이지만 대중적인 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에 기적의 식품은 없다. 좋은 식단과 나쁜 식단이 있을 뿐이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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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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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비온 뒤 하늘이 맑게 개었지만 여전히 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작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슈퍼문의 기운에 지지 않고 빛나는 별들이 참 대견한데요. 아직 덜 마른 돌바닥도 빛을 받아 빛납니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것인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빛나는 건지 잘 알 수 없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흐트무지크가 연인의 세레나데가 되어주거든요. 연애 세포가 증발해버렸어도 괜찮습니다. 현악기의 선율은 다른 세포를 그 녀석인 척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으니까요. 작은 밤의 음악,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와 함께 그런 세상을 구경해보지 않으실래요?

이사카 고타로가 연애소설을 썼다고 하니 좀 걱정되었습니다. 네, 제가 바로 연애 세포가 증발해버린 그 사람이거든요. 남의 사랑을 코웃음 치거나, 좋~을때라며 비아냥거리지는 않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로맨스 소설이나 연애소설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을 애타게 기다려왔는데 연애소설이라니! 청천벽력이죠.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니까...뭔가 다른 연애소설을 보여줄 거라고 믿고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에요. 이 책에는 애절한 사랑도 오글거림도 없었어요. 몇 페이지 읽기도 전에 눈치챘답니다. 이 책은, 책 자체가 사랑스럽다는 걸요. 이사카 고타로의 <가솔린 생활>이라는 소설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가솔린 생활>과는 전혀 다른 흐름인데도, 생각하고 말하는 자동차 같은 건 나오지 않는데도. 무엇 때문인지 그런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냥 이사카 고타로의 책이기 때문일까요?

이 글을 쓰면서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듣고 있습니다. 부디 음악이 끝나기 전에 글을 다 쓸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괜찮아요. 혹시 음악이 끝나면 잠시 사이토 가즈요시의 음악을 찾아 듣고 오지요 뭐. '베리 베리 스트롱 아이네 클라이네'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로 돌아와 끝내죠. 왜냐하면 이 소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도 '아이네 클라이네'로 시작해서 '나흐트 무지크'로 끝나니까요. 소설은 연작 단편으로 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 '아이네 클라이네'는 사이토 가즈요시라는 가수가 연애를 테마로 한 노래의 작사를 부탁했더니, '가사는 쓸 수 없지만 소설은 쓸 수 있다'며 쓴 소설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단편 '라이트 헤비'는 2007년 발매된 사이토 가즈요시의 앨범 '베리 베리 스트롱 아이네 클라이네'의 초회 한정판 부록으로 수록된 소설이라고 하니 이 소설에서 음악이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군요. 지금 '베리 베리 스트롱 아이네 클라이네'를 듣고 있는데요. 어머나, 모차르트의 분위기와 전혀 달라요. 흥겹군요. 가사는 전혀 못 알아듣지만요. 여담이지만, 명탐정 코난 극장판 17기 절해의 탐정 오프닝을 부른 가수랍니다. 이 가수의 노래를 들어보니 이사카 고타로가 어떤 느낌으로 글을 썼는지 조금 더 알게 되었어요. 경쾌하고 흔들림 없는 템포로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그런 기분이 드는데요. 라이트 헤비에 등장하는 사이토 아무개 씨가 이 가수 본인이 맞는 것 같아요. 지하철역 바로 옆 골목에 탁자 하나를 놓고 음악을 들려주는 장사를 하는 사람이 등장하는데요. '지금 어떤 기분이다', '이런저런 상황이다'라는 말을 하면 기가 막히게 선곡해서 컴퓨터에 저장된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 음악을 듣고 나면 치유가 된다죠? 가사를 못 알아듣는 저도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제대로 선곡해서 기분에 맞춰 연주해주거나 들려준다면 확실히 좋아지겠네요.

'아이네 클라이네' 에는 백업 데이터를 선배와 함께 날려먹고 업무에 시달리는 사토가 등장하는데요. 운명의 여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길에서 지갑이라거나 손수건을 주워 주고, 그 인연으로 만남을 지속하여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그런 사이 있잖아요. 그때 주워 준 사람이 당신이라 다행이었어...라며, '라이트 헤비'에는 마나부의 누나 소개로 인연을 이어가는 미나코가 등장합니다. 이 둘은 그 인연을 전화 통화로만 이어가고 있는데요. 무려 1년이나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나부는 이번에 일본 헤비급 선수가 세계 챔피언이 되면 그녀에게 고백하겠다고 합니다. 미나코는 자신의 운명을 남에게 맡기는 사람은 싫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어떻게 될까요? '도쿠멘타'에는 사토와 함께 백업 데이터를 날려버린 그 선배, 후지마가 5년에 한 번 운전면허 갱신 날마다 마주치는 여인과의 인연을 이야기합니다. 둘이 뭐 잘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각자 잘 되어야 행복한 거 아닐까요? 후지마의 아내는 가출했고, 그녀의 남편은 가출했었으니까요. 5년에 한 번 마주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인연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룩스라이크'는... 이런 이런, 두 쌍의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오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 해선 안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일 재미있었어요. "이 분이 어느 댁 따님인 줄 알고 이러시는 겁니까?" 라니. 진짜로 그런 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한 번쯤 보고 싶어요. '메이크업'에서는 그래요. 연애 이야기가 주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연애라니. 복수 아닌 복수가 되어 기쁘더군요. 드디어 모두를 안아줄 '나흐트무지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사이토 가즈요시의 음악에서 모차르트로 돌아왔고요. 마지막 장 '나흐트무지크'에서는 앞서의 모든 인연들이 교차되며 20여 년의 시간 동안 어떻게 흘러갔는지 보여줍니다. 연애라는 게 술술 잘 풀리기만 하는 게 아니니까 모두가 잘 되었다고 말하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20년간 함께한 사람들, 그 사이에 만난 사람들 모두가 나흐트무지크를 타고 저마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게 어찌나 유쾌하고 사랑스럽던지. 

연애 소설이라뇨. 아니에요. 치유물이에요. 마음이 좋아지는 걸요. 
잔잔하게 행복해집니다. 재미있고, 사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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