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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팩트 커피, 커피 하는 마음 ㅣ 작고 단단한 마음 시리즈 1
김종진 지음, 김종필 사진 / 수오서재 / 2025년 3월
평점 :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뉴스에도 나올 정도로 엄청납니다. 그래서 커피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단 매장이 계속 생겨나는 거죠. 저희 집 근처에도 올 3월 역세권 신축 아파트가 들어섰는데, 상가에 저가형 커피 두 군데와 파리바게뜨 카페까지 해서 세 군데가 생겼습니다. 이미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테이크아웃 개인 카페와 이디야가 있는데도 말이죠.
커피를 좋아하는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커피숍이 집 근처에 다수 생긴다는 게 어쩌면 즐거운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운영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에 가끔은 씁쓸해집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창업 설명회를 듣고 퇴직금을 끌어모아서 오픈하는 분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과연 제대로 공부하고 열정과 사랑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많은 가맹 본부에서는 그럴듯한 말로 유혹하는데- 문턱이 낮아서 진입이 쉽다, 본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니까 걱정 말아라, 에스프레소만 내릴 줄 알면 나머지는 그냥 거저 하는 셈이다, 레시피가 간단하거나 아니면 원팩 조리 방식이니 간단하다... 이런 말들로 현혹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세상 모든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해왔음에도, 다른 장사를 하면서 다 겪어봤음에도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적은 노력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됩니다. 아무리 테이크아웃 위주라고 하더라도, 원팩 조리와 에스프레소 추출만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쉽게 돈을 벌 수는 없습니다. 1, 2인 창업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그만큼 자기 자신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매출이 늘어나서 감당이 안 된다면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고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고정비가 증가하면서 결국 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은 전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커피숍 나들이를 즐기는 저는 종종 과연 이런 구조가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현명하게 운영하며 균형을 잘 잡은 사장님들도 계실 테니 쓸데없는 오지랖임이 분명합니다.
이번에 읽은 <매뉴팩트 커피> 에세이를 읽으며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형제가 함께 전공과 관계없는 커피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드는 걸 보고, 부모님은 어떤 감정이었을까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저희 딸이 대학 졸업반이기에 괜히 그런 부분이 신경 쓰였던 거 같습니다.
매뉴팩트는 애호가들에게 유명한 장소입니다. 각 지점마다 고유의 특색을 살려서 운영하며 고객에게 좋은 커피를 전하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는 사장이 있는 곳입니다. <매뉴팩트 커피> 에세이에는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희로애락이 담겨있는데, 희망찬 그들의 행보를 보면서도 어쩐지 글에서 조금 씁쓸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겪어왔던 모든 일과 시간이 늘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었기에 은연중에 독자인 제게 전해졌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커피를 향한 진솔한 마음과 10여 년간의 끊임없는 노력, 장인 정신이 오롯이 다가왔습니다. 만화책이나 소설책도 아닌데, 실제로 이렇게 꾸준히 자신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구나 감탄했습니다.
대학 때 지도 교수와의 면담 스토리는 제게도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일단 취업을 하고 10년 후쯤 커피가게를 하고 싶었기에 솔직하게 교수님께 말씀드렸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커피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벌고 그리고 나중에 커피가게를 열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교수님은 “꿈을 위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10년을 보낸다면 그 잃어버린 10년은 누가 보상해 줄까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과 관련된 분야에서 몸담고 있어야 합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경험이니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p.48) 이 말씀은 저자의 마음에도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저 역시 그랬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게 과연 맞는 방법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돈을 보고서 취업을 택하기보다는 관련 업종에 뛰어들어서 생태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험하면서 오늘의 <매뉴팩트 커피>를 만들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매뉴팩트 커피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또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방문해 본 적이 없지만,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꼭 찾아가 보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맛보는 플랫 화이트는 과연 어떤 맛일까요? 몹시 궁금합니다.
누구 하나 소중하지 않은 만남은 없었고 모든 만남이 스승이었다.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인연은 또 어떤 결과를 만들까. 우연한 만남으로 매뉴팩트가 만들어진 것처럼 인연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다짐한다. -p.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