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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연령은 몇 세까지라고 알고 계시나요? 최근 부산 여중생 폭력 사건, 인천 어린이 유괴 살해 사건 등의 끔찍한 사건을 시작으로 최근 어금니 아빠 사건에서 딸의 구속영장 기각까지 하여(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습니다.) 소년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정한 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자를 말하는데요. 생각보다 적용 연령대가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소년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년법 제1장 제1조)'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무엇이 잘 못되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견해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 도둑질하면 안 된다, 폭력을 쓰면 안 된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어금니 아빠 사건처럼 간혹 보호자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해 보호자가 의뢰했을 때에는 위의 반사회적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압니다. 그렇다면 정말 뭘 잘 몰라서, 이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저지르는 건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아이들이 잘 못된 걸 몰라서 하는 일인가요? 알면서 합니다. 잡혀도 감옥에는 가지 않으니 저지른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도 과연 법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전 소년법의 개정이 이루어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촉법소년-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연령대 이상의 범죄자에게 그 장래가 어쩌느니 갱생의 가능성이 있다느니 하며 앞길이 창창한 아이를 한 번의 실수로 빨간 줄 들어가게 하면 되겠느냐 어쩌느냐 하면서 보호해주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미래는 소중하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의 미래는 소중하지 않단 말인가요. 소년들의 인권은 중요하고,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인권은 뭐 알아서 챙기면 되는 건가요. 모든 소년을 보호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말로 사건에 휘말렸을 뿐인 아이도 있을 것이고 진지하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아이도 있을 겁니다. 그것에 대한 판단과 정말 올바른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교육할 수 있는 대체 방안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렇잖아도 소년범에 관한 이야기로 연일 시끄러운 요즘, 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는 소년범에 대해 깊이 생각할 계기를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2005년 작품인데요. 한 무리의 소년에게 얻어맞는 통에 휴대폰이 부서진 주인공 히야마가 무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휴대폰을 구입하는 그 정도 시절이 배경입니다. 히야마는 4년 전 집에 침입한 삼인조에게 아내를 잃습니다. 범인은 이내 잡혔지만, 열세 살의 미성년자였으므로 소년 보호소에 가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사과는커녕 범인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던 히야마는 아픈 기억을 안고 아내가 남긴 사랑스러운 어린 딸과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찰이 찾아옵니다. 소년 B가 살해당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집에서 멀리 떨어진, 히야마의 동선과 겹치는 인근의 한 공원에서요. 마침 그에게는 알리바이도 없었던 데다가, 아내의 죽음 이후의 인터뷰에서 범인을 내 손으로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던 - 아니 누군들 그런 소리를 안 할까요.- 일이 있었기에 주요 참고인이랄까, 용의 선상에 오릅니다. 매스컴에서도 소년 B, 사와무라 가즈야가 살해된 일과 히야마의 일을 연결 지어 찾아오기 시작했기에 그는 무척 곤란한 처지가 됩니다. 문득 그는 소년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교육을 받았으며 정말로 반성은 했었던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만나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자기 자신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소년들에게도 검은 손이 접근하여 한 소년은 큰 부상을 당하고, 한 소년은 살해당합니다. 소년들의 사건에 접근하던 히야마는 누군가 아내에게 원한을 가졌었음을 알게 되고, 조용하고 착한 그녀에게 악의를 품은 사람이 누굴까 조사하던 중 자신이 몰랐던 아내의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이 소설 <천사의 나이프>에서 소년법이 이러니 없어져야 한다. 그들은 절대 갱생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 가지 경우를 미스터리의 형식으로 제시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하게 합니다. 소설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소년범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입니다. 각기 다른 형태로요. 그리고 소년범 중에서도 끝까지 교화되지 못한 자도, 뉘우치며 평생 가슴에 안은 사람도, 이런저런 기회를 갖지 못한 자도 있었습니다. 주인공 히야마는 일부는 용서하고 일부는 이해하며 일부는 사랑했으며 일부는 저주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요. 소년이기에 이렇게 저렇게 보호하며 법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렇게 이끌어 줄 수 있는 방법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쓴 <천사의 나이프>는 출간 당시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소년법 개정에 공헌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