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나의 선택이 세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7
이형주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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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있는 제주,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람사 조약 습지로 등록된 물영아리 오름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다양한 습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신비한 곳이지요. 그런데, 그곳을 국가 정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듣고선 대경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습지인 물영아리 오름 일대에 300여 종의 대나무를 심고 중국의 팬더를 임대해서 사육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첫 번째 대안인데다가 아직 논의 중이므로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그나마 다행인데요. 제주에 자생하지도 않는 대나무를 일부러 옮겨 심고, 심지어 팬더라니요. 도대체 팬더가 제주에 와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요. 누구를 위한 팬더인가요?

1989년엔 까치가 없는 제주에 일부러 까치를 공수해와서 풀어놓았습니다. 관광지 제주에 텃새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고요. 그렇지만 2017년인 현재 까치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호하던 노루와 더불어서요. 사냥의 재미를 위해 들여왔던 토끼와 배에서 쥐잡이로 태웠던 고양이가 호주에 상륙해서 벌어진 생태계의 어마어마한 파괴 같은 건 교훈이 되지 않았던 건가요. 그렇지 않아도 제주는 동물 학대가 심한 섬입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에서는 '동물 학대 섬'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어요. 
제주 코끼리 쇼, 원숭이 쇼, 돌고래 쇼, 바다사자 쇼, 진돗개 쇼, 흑돼지 쇼, 기마 공연, 낙타 트래킹.... 아니 이렇게 좁은 섬에 무슨 동물 체험, 서커스, 공연이 이렇게 많답니까. 그 동물들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훈련받으며, 어떻게 공연을 하는 걸까요?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져 다음엔 더 잘해보겠노라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의 꿈을 펼치겠노라고 그렇게 다짐하는 건가요? 


이런 관광은 '지역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관광객이 보는 앞에서 직접적인 학대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여행자들마저도 이것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인지 모르고 소비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호랑이 옆에서 '브이'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좋아요'클릭 수는 늘겠지만 그 한 번의 사진을 찍기 위해 호랑이는 이빨과 손톱이 뽑히고, 매질을 당하고, 심지어 약물에 중독되는 끔찍한 삶을 살아야 한다. -p.108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라는 책은 관광지에서의 동물 학대 문제만을 다룬 책은 아닙니다. 제가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민감했던 것이지요. 페이스북 같은 곳에 강아지나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 사진이 올라오면 사람들은 욕을 하며 저런 놈은 똑같은 꼴을 당해야 한다며 분노하지요. 어쩜 인간이 저럴 수 있느냐며. 그렇지만 그들은 동물원에서, 아쿠아리움에서 데이트를 하고 가족 나들이를 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북극곰은 안타까워하면서, 그들이 살기에 지나치게 온난한 우리나라의 동물원에 갇혀 녹색의 털을 갖게 되어 버린 북극곰에겐 무관심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럴 거예요. 저도 이렇게까지 동물 학대 문제가 심각한 줄은 몰랐거든요. 단언컨대,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제가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슬픈 책입니다. 각 챕터마다 마음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어요.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라는 책을 읽고선 두려워하기도 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은 더 그렇습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져 죽어가는 눈으로 자신의 몸을 보는 동물의 끔찍한 고통이, 자신이 알비노라는 이유로 70여 마리의 동료가 죽어가는 걸 보며 인간에게 납치당한 새끼 돌고래의 고통이, 지느러미가 잘린 채 바다에 버려져 숨을 쉴 수 없어 익사하고 마는 슬픈 물고기 상어의 고통이, 서커스에서 오랫동안 쇼를 하다 눈부신 조명에 시력을 잃고 난 후엔 번식장으로 끌려가 사지를 묶인 상태에서 여러 마리의 수컷에게 강제로 교미를 당한 암컷 코끼리의 고통이, 배에 구멍이 뚫린 채 그 구멍으로 쓸개즙을 내어주는 삶을 살고 있는 곰의 고통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그들의 고통은 수요가 있는 한  오래도록 계속될 거라는 것을 알기에, 쉽게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더 슬프고 아팠습니다.

딸아이가 초등학생 때 저에게  흑돼지 축제 같은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흑돼지가 뛰어놀고 있는 곳 바로 옆에서 어떻게 돼지를 구울 수 있느냐고요. 고기를 무척 좋아하기는 하지만 저런 건 이해가 안 간다고 했습니다. 미안하지도 않느냐고. 아기 돼지들 뛰어노는 옆에서 엄마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겠다고. 그때 깨달았어요. 그렇구나, 미안한 일이구나. 
아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예요. 이런 행위들이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한 일인지 알지 못하기에 그럴 거예요. 그러니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지구에 살고 있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올바른 일인지 조금은 깨달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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