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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 세트 - 전2권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7년 5월
평점 :
삼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절물 자연휴양림의 평상에 누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솨사사사하고 흐르는 바람 소리가 마치 내 귓가에 속삭이는 이야기처럼 간지럽습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쾌하고 깨끗한 기분을 그들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검은 속을 정화하려면 몇 만 그루 분의 피톤치드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의 주인공 정동언은 식물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세은의 화원에서 들여온 백량금에게서 염사를 배운 후 세계수의 개념처럼 모든 식물들은 유기적으로 혹은 무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식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합니다. 이게 웬 말도 안 되는 판타지냐고 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서 멀쩡한 4대 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 버린 건 말이 되는 일인가요. 네, 그래요.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는 판타지 같은 설정으로 현실을 단죄합니다.
친일파였던 할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정동언과 같은 처지인 검사 친구 박태빈, 미모와 지성뿐만 아니라 운동신경까지 갖춘 한세은은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를 세우고 기자 노정건을 이사로 하여 못된 인간을 벌합니다.
길냥이 연쇄 대못 사냥자를 벌주는 것으로 시작해 학교 폭력 문제에도 개입하지만, 이 소설의 주류는 4대강 문제입니다. 모두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누가 봐도 뻔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서도 반성은커녕 자기가 테니스의 왕자인 줄 아는 그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주인공들은 소설에서 몇 명의 사람에게 녹조라떼를 마시게 합니다. 진짜 그 사람이 마셔봐야 하는 건데!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의 행보는 통쾌합니다. 사이다 같은 청량함이 아니라 삼림욕 같은 상쾌함입니다. 실은 그 삼림욕 느낌을 받으려고 힘을 냈습니다. 녹조라떼를 마시는 장면은 정말 끔찍했거든요. 후각과 후각에 관한 기억이 좋은 편인 저로서는 아주 죽을 맛이더군요. 피비린내 진동하는 스릴러, 호러는 잘 보면서 물 비린내나 시궁창 냄새 같은 건 못 견뎌요. 그러니 얼마나 괴로워하며 읽었겠습니까. 녹조라떼 때문에 그와 상관없는 낚시터 장면에서도 민물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물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서 황 프로와의 이야기도 힘들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나무들의 이야기와 장면이 아니었으면 책을 다 읽지 못했을지도 몰라요. 그들 덕분에 삼림욕하며 마음을 정화할 수 있었습니다. - 베란다에 심어둔 대파 뿌리들에게서도 에너지를 나누어 받았어요.
벌받아야 할 인간이 벌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르고서 부를 쌓고, 그 부를 가지고 법망을 피해 가는 그런 사람들 말이에요.
실제로 정동언이라는 사람과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망쳐버린 자연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 - 이 책을 그분이 읽어보셨음 좋겠는데... 안 읽겠죠? 테니스 치느라 바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