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박사의 과일상자 - 과학 일단 상상하자 - 서울대 홍성욱 교수가 들려주는 달콤쌉싸름한 과학이야기
홍성욱 지음 / 나무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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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였나... 라부아지에를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니 뭐니 대단한 법칙들과 화합물 명명법 같은 걸 정리하는 바람에 내가 이것들을 외우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실은 나쁜 것이 라부아지에가 아니라 교육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대한 오해와 원망을 풀었습니다. 과학 공부를 하면서 원망스러운 사람이 한둘이었겠습니까만은 결국 그들 덕분에 이렇게 발전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데다 이젠 더 이상 과학에 관한 걸 외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이제는 그저 그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 현대사의 원망스러웠던 사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원망스럽습니다만 과학은 감사만이 남는군요. 

<홍박사의 과학 일단 상상하자 >에 라부아지에에 관한 부분이 나옵니다. 정확히는 그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라부아지에 부인은 아름답고 총명했으며 과학과 역사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습니다. 라부아지에와의 결혼은 노백작의 청혼을 물리치기 위한 아버지의 방편이었지만 이렇게 뛰어난 재능의 커플이라니. 프랑스 혁명 후 자코뱅파가 아버지와 라부아지에를 같은 날 처형해버렸지만(프랑스 화학사의 큰 오점일 겁니다) 남편의 작업을 정리해서 <화학 논고>를 출판하고 서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만일 그 커플이 오래도록 살았더라면 과학의 발전은 더 빨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재 부부에 대해 이야기하니 이 책에 나온 또 하나의 커플이 떠오르네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은 전화 이외에도 여러 가지 것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벨은 정사면체 여러 개를 이어붙여서 만든 연을 만들어 사람이 탈 수 있도록 하는 걸 연구했습니다. 이때 엔지니어들을 모아 팀을 짜고 지휘한 사람이 아내 메이블이었는데, 그녀는 5살 때 열병을 앓아 귀가 멀었지만 독순술을 익히고 말을 이해하고 스스로도 말을 할 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특수학교에서 만난 벨과 사랑에 빠졌으나 그녀의 아버지 가디너 허버드는 벨이 '다중 전선'을 만들어 특허를 내는 조건으로 결혼을 시켜준다고 했는데, 벨은 '다중 전선'을 연구하다가 전화를 발명했죠. 그래서 결혼에 골인!! 이 얼마나 로맨틱한 이과 러브인가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최근에 본 드라마 <명불허전>에서의 혈자리 키스만큼 아름다운 걸 본 적이 없었는데, 벨과 메이블의 키스가 더 아름답습니다. 정사면체 연 속에서 키스하는 그들의 사진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찡해요





앞서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바람에 이 책이 과학자의 사랑 이야기처럼 되었습니다만, 그런 건 아니고 무척 다양한 방향에서의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던 이야기, 과거 신문에서 전망하고 있던 2015년이라는 미래 이야기, 천문학에 관한 흥미롭지만 어렵지 않은 이야기, 과거부터 지금, 그리고 미래의 로봇 이야기 등등. 

과학의 발전은 상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것이 참인가를 증명하기 위한 거듭된 연구가 지금의 과학 환경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상력만 있으면 가능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지식을 토대로 해야겠지요. 그리고서 자신이 상상한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그 위에 자신의 상상을 얹어야만 제대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은 홍성욱 교수가 3년 동안 SNS에 올렸던 과학 이야기 중에서 추려내어 만든 것입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에서 쓴 글이라 그런지 페이스북 감성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읽는 사람이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이라는 것에 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쓴 글이라 그런지 누구나(중학생 이상) 읽고 재미있어할 만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과학에 대해 머뭇머뭇하는 당신, 읽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누가 알아요? 아인슈타인의 뇌를 가지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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