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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
미소짓는 부엉이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17년 9월
평점 :
명언집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삶에 도움 되는 말이긴 한데, 억지로 떠먹여주는 기분이 들어서 싫습니다. 명언들을 외워서 써먹으면 유식해 보이긴 하겠지만 내 속에 새기기 위해서는 몇 번이고 곱씹어대야 하는데, 무릇 몸으로 체험하지 않고선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법. 게다가 위인이 했으니 명언이지 옆집 사는 중학생이 했다면 흑염룡 봉인 해제된 중2병의 대사와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사람은 크게 되고 볼 일이다.....라는 엉뚱한 이야기로 흘러가버릴뻔했습니다.
명언이나 격언, 속담에도 삶의 교훈이 확실히 들어 있긴 하지만 교훈이란 의외로 삶에서 쉬이 얻어집니다. 이번의 일은 언젠간 다시 돌아온다는 자세로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요. 사소한 경험에서 얻을 수도 있는 그런 교훈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내 주변의 사람이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각기 다른 교훈을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이야기하다 보면 - 모두가 그런 사람이지만 - 타인의 인생을 대리 체험하면서 자신의 마음에도 박혀들기 마련입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엔 현자가 많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말입니다.
<이웃집에 부엉이가 산다>는 그런 현명한 이웃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억지로 떠안기는 교훈이나 삶의 지혜가 아닌, 짧은 글을 통해 다가오는 지혜로움입니다. 글쓴이 미소 짓는 부엉이는 여럿의 필명입니다. 가끔은 찡하게, 가끔은 눈을 감고 생각하게 하는 그들의 글은 다정합니다. <샘터>의 글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빨간 자전거>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미소 짓는 부엉이에는 남녀가 섞여 있어 그런지 문장이 중성적입니다. 내 안의 여자인 부분이 나서지 않아도 현재를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가 책을 담뿍 느끼기 충분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내용에 동의하는 건 아닙니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느끼고, 저런 부분은 저렇게 느낍니다. 내가 겪었던 일이 떠오르면 더 그렇습니다. 그들과 같은 일을 겪었더라도 이후의 방향은 다르게 잡습니다. 만일 내가 다른 선택을 한다면, 평행 우주의 나는 그 길을 가고 있겠지요. 인생에 있어서 정답은 없습니다. 가장 현명한 방향으로 나가는 방법을 연구할 뿐입니다. 때로는 그런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패러독스에 빠지기도 하지만요.
완벽하려고 하면 오히려 완벽과는 멀어져요. 때로는 '덜' 완벽해지려고 노력해야 완벽에 더 가까워질 수 있어요. -p.66
이 책은 한 번에 읽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너무 바빠 책 읽기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에겐 더욱 좋겠습니다. 명절에 가볍게 선물하고 큰 기쁨과 편안한 마음을 주고 싶다면 이 책이 좋겠습니다.
이 책은 다정하며 파스텔 톤입니다.
연휴 때 부엉이를 그려볼까요.
저도 이웃집에 사는 부엉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