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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책에 너무 집중한 탓에 숨 쉬는 것을 깜빡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에 집중하면 숨 쉬는 것을 수시로 잊어버려 가끔 심호흡을 해야 하지만 이렇게 오래, 얕게 숨을 쉬며 책을 읽다니.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는 핏기가 없었고 어지러웠습니다. 폐포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기는커녕 계속 이런 호흡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억지로 심호흡을 하며 공기를 받아들였지만 현기증만 더 할 뿐이었습니다. 하마터면 오두막에 들어가기도 전에 하나님과 만날 뻔했지 뭔가요. 맥켄지의 고통과 회복, 이해와 용서 같은 것들이 모두 내 안으로 들어와 감당이 되지 않았던 탓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침 걸려온 딸의 전화가 아니었으면 잠시 기절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무척 많이 팔려 100쇄 기념 특별판으로 나온 이 책은 처음부터 기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선물할 소설을 써서 가제본으로 제작하고 지인들에게 보냈던 것이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들 가슴속에 파고들어 순식간에 번져나갔으니까요.
책은 다분히 기독교적입니다. 저자인 윌리엄 폴 영이 선교사 부모를 두고 있다는 점은 무관하지 않을 테지요. 그는 인생에서 큰 좌절을 겪었고 그 일에서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이 책 자체가 그에게는 오두막이었나 봅니다. 윌리엄이 지인인 맥캔지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처럼 쓴 이 소설 <오두막>은 현실과 동떨어져있고 환상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실화인 것만 같은 이중적인 감각에 소설인 것을 중간중간 상기해야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캠프에 갔던 맥은 보트 사고로부터 두 아이를 구하려 물에 뛰어들었던 사이, 작은 딸 미시를 잃고 맙니다. 연쇄 아동 유괴 살해범에게 납치되어 시신도 찾지 못한 채 3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자책감과 분노로 괴로워했습니다.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떠난 후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기에 더욱 회복하기 어려운 절망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얼음비 내리던 날, 미시의 피 묻은 옷을 발견했던 그 오두막에서 주말에 만나자는 '파파'의 쪽지를 받습니다. '파파'는 아내인 낸이 하나님을 부르는 호칭이었는데요. 쪽지의 의도는 셋 중 하나겠지요. 범인의 도발, 이웃의 잔인한 농담, 어쩌면 진짜 하나님.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맥은 친구 윌리에게 총과 차를 빌려서 아내 몰래 오두막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상상하지 못한 채.
표지의 ["오랜만이다. 이런 먹먹 함." 잠시 책을 덮었다]라는 구절은 출판사의 흔한 낚시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잠시 책 덮기를 여러 번 해야 했습니다.
슬픔의 눈물, 고통의 눈물, 공감의 눈물, 감동의 눈물, 사랑받는 자의 눈물, 외로움의 눈물, 회복의 눈물, 감격의 눈물..... 이렇게 여러 종류의 눈물을 찔끔찔끔 흘려댔으니 숨이라도 온전히 쉬어졌을까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꽉 들어찬 소설이었습니다.
교회라는 건물과 공동체에 절망하여 그곳에 다니지 않게 된지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기본적으로 기독교인인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것들을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교회라는 공간에 들어가 슬퍼하고 절망하고픈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소설이 전도를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므로 그래도 괜찮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