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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월
평점 :
우리나라에도 데이트 사이트가 있나 모르겠는데, <리카>에서도 그렇지만 왜 그렇게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저야 경계심이 지나쳐 상대방을 서운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낯선 이를 만난다는 건 두근거리는 설렘과 동시에 위험요소가 있는데요. 아니, 바로 그 위험 요소 때문에 더 두근거리는 건가요? 스릴 같은 거 말이죠. 제가 할런 코벤의 <미싱 유> 같은 스릴러 소설을 읽을 때처럼.
그러고 보면 저도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그렇게 위험한 일은 아니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당시엔 온라인 채팅으로 번개를 하는 게 유행이기도 했었고, 커뮤니티를 통해 오프 모임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저에겐 나름 원칙이 있었습니다. 단둘이 만나지 않을 것.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상대방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술과 함께하는 번개라면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지요. 좋은 모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보내는 것만을 원했으니까요. 번개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저랑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아니, 제가 순진했던 걸까요? 뭐, 둘 다 아니면 말고요.
이가라시 다카히사의 <리카>에서의 위험이 낯선 이의 집착 어린 스토킹이었다면, <미싱 유> 의 그것은 피싱입니다. 매력적인 이성과 연결되어 대화를 나누고 전화 통화도 하고, 그러다가 상대방이 만나자는 제의를 하면 기쁜 마음에 달려나가다가 그대로 단물만 쪽 빨리고 이 세상에서 로그아웃당하고 말지요. 그들이 경솔해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외로워도 경계심은 충분했던 사람들인데 범죄자 쪽이 좀 더 지능적이고, 계획적이며 끈기가 있었던 탓이지요.
외로운 독신 생활을 하고 있는 뉴욕 경찰 캣의 친구 스테이시는 그녀를 위해 데이트 사이트에 계정을 만들어 주는데요. 호기심 반, 시큰둥 반이었던 캣은 남자들 프로필 사진을 넘겨보다가 18년 전 자신을 떠난 약혼자 제프를 발견합니다. 그에게 캣임을 밝히는 메시지를 남기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게 좋겠다는 그의 말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는데, 브랜던이라는 10대 청년이 엄마를 찾아달라며 경찰서로 찾아옵니다. 그녀를 콕 찍어 지명한 이유는 엄마가 데이트 사이트에서 알게 된 새로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났는데, 연락 두절. 그 남자 친구라는 게 캣의 제프라는 겁니다. 브랜더는 해킹을 하던 중에 제프와 연락을 주고받은 캣을 찾아낸 것이고요. 마마보이의 징징거림쯤으로 여긴 지역 경찰과 캣은 이 일을 넘겨버리려 하지만, 캣 입장에서는 제프가 걸려있느니만큼 쉽게 넘겨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잖아도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범죄자가 최근에 암으로 죽었지만,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의심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탓에 상사로부터 밉보여서 강제 휴가도 받았겠다, 캣은 브랜던 엄마 찾기에 한 쪽 발가락을 담가봅니다. 조금씩 드러나는 이상한 점들. 개별적인 것으로 보면 그냥 넘길 수 있는 일들이 모이니 이상한 일이 되어 캣의 직감을 휘젓습니다. 그리고 캣은 결국 제프와 만나게 되지요. 제프는 브랜던의 엄마를 어떻게 한 걸까요? 정말 둘이 거액을 인출해서 새 출발을 하려던 참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다정했던 그 남자가 그 사이에 여자를 등쳐먹는 말종이 되어 있었던 걸까요.
작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를 누가 죽였는가 하는 건 초중반에 이미 눈치를 차버렸습니다. 복선을 지나치게 많이 깔았기 때문이지요. 다만, '왜?' 가 궁금했기에 긴장을 늦추진 못했습니다. 브랜던의 엄마 실종 사건은 잠시 숨 쉬는 것을 잊을 정도로 스릴이 넘쳤습니다. 제대로 멋진 스릴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