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
신여랑 외 지음, 김종민 외 그림 / 사계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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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만 하더라도 4.3이나 광주 이야기를 하는 건 과격파라거나 빨갱이로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이었습니다. 집안 사정상 제대로 된 동아리에서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저는, 그래도 뭔가를 하고 싶었기에 사회 무슨 연구회 같은 곳에 들어갔는데요. 선배들과 함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 알고 가입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무시무시하게도 광주 이야기랑 4.3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무서운 곳인 줄 알았더라면 가입하지 말 걸... 후회하면서 되도록 예쁜 핑계를 대며 탈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시대였으니 4.3이 뭔지 모두들 쉬쉬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 수 없었습니다. 아빠께 여쭤 봤더니 낮에는 우리 쪽 군인이 죽이고 밤에는 빨갱이가 죽인 사건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빠도 제주 사람이 아니어서 자세히는 몰랐거나, 그냥 정말로 그렇게 알고 계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한 달 전에 딸아이가 4.3 사건이 정확히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요.

영화 <지슬>을 보면서 마음 아파해놓고 정작 무슨 사건이 어떻게 벌어져서 진행되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희생되었는지 몰랐습니다. 4.3 평화 기념관에도 가봐야지, 가봐야지 하면서도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핑계로 가보지 못했습니다. 시티 투어 버스를 타면 갈 수 있었는데도요.

그렇게 무지렁이로 살아가고 있던 제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제주 4.3은 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주도서관 2017 공감 독서 "같이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된 책인데요. 지난 수요일, 책을 잔뜩 빌려서 나서려는데 이 책이 눈에 띄더군요. 표지가 어린이용처럼 아기자기하게 되어 있어서 사실 조금 망설였습니다. 무거운 주제의 글일 텐데 지나치게 가볍게 다루어져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요. 하지만 읽지 않으면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 책 한 권을 더하였습니다. 
프롤로그 부분을 읽어보니 어린이, 청소년 책 치고는 용어가 무척 어렵더군요. 이래가지고 어디 이해할 수 있겠어? 하며 혀를 끌끌 찼지요. 그렇지만, 이내 이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프롤로그만 어렵고 본문은 누구라도 읽을 수 있도록 편한 단어와 문체를 사용했더군요. 


대화 안에 제주어를 살려 생동감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제주인은 좀 더 진한 제주어를 사용했었겠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준으로 낮추어서 표현해주어 알아보기도 쉬운 데다가 마치 등장인물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육지의 독자가 읽으면 좀 어려울지는 모르겠지만요. 대체로 문맥으로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인 것 같았습니다. - 블로그에서 이웃님들께 여쭈어 보았지요. 이 책의 진행은 소설 혹은 동화 부분과 당시 실제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삽입되어 있어서 접근이 용이했습니다. 

4.3 사건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이 포스팅에 모두 쏟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훔쳐야 했는데요. 무척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알았습니다. 4.3 사건이 어떤 일이었는지... 세상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졌었군요.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시간들. 이제는 관덕정에 갈 때마다, 이마트에 가면서 지나쳤던 북 초등학교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시간들을 이겨내고 이렇게 살아남아 제주를 지켰군요. 제주의 곳곳이 이제는 다르게 보일 것 같습니다. 지명만 떠올려도 눈물이 나는 걸요.

소설인데 소설이 아니에요. 허구인데 허구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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