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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4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부희령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조이스 캐럴 오츠의 책에선 대부분 불안한 심리 상태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이 소설 <초록 눈 프리키는 알고 있다>의 주인공 프랭키(프란체스카)도 좀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여느 청소년과 다를 바가 없어요. 다르게 보인다면 그건 그녀의 배경 때문일 겁니다. 전직 미모의 아나운서 엄마와 스포츠맨 출신이면서 현재도 왕성하게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아빠와 함께 품격에 걸맞을 정도의 집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금은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이복 오빠 토드와 초등학교 6학년 정도의 동생 샘이 있습니다. 프랭키는 초록 눈에 붉은 머리로 눈에 확 띄는 소녀인데요. 원래 그 나이가 외모에 제일 관심이 많지만 제일 못생긴 시기이므로 프랭키 역시 그런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아주 평범하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타입이잖아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눈에 검은 부스스한 머리를 고민하겠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해봅시다.
프랭키는 파티에서 만난 한 남자에게 원치 않는 일을 당할 뻔했는데요. 어디선가 튀어나온 용기가 그 소년을 물리쳐줍니다. 그날 이후 자기도 몰랐던 그런 용감한 모습을 한 초록 눈의 소녀를 프리키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저는 프랭키가 좋지 않은 일을 겪어서 인격이 분열한 줄 알았지 뭐예요. 그러나 계속 읽다 보니 그런 병적인 것은 아니고, 많은 말을 삼켜야 했던 그녀의 용기 부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 2에 봉인 해제되는 흑염룡 같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프랭키의 아빠는 무척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며 가정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그의 아내마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이었으면 하지만, 아내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 아주 평범한 자유를 누리길 원합니다. 아빠는 통제에서 벗어난 엄마를 때때로 때리곤 했나 봅니다. 엄마는 긴팔 옷을 입고, 스카프를 합니다. 여름에도 말이지요. 결국 엄마는 별장에 거주하며 자신이 원하는 미술 작품 활동을 하고 가끔씩 아이들을 만나기로 합니다. 아빠가 허락해주어서 다행이에요. 혹시 집 안으로 다른 여자들을 끌어들이기 편해서 보내준 건가 싶기도 한데, 누가 알겠어요.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며칠간 별장에서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아빠가 무척 심하게 화를 내며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버립니다. 아빠는 엄마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며칠 후, 엄만가 사라집니다. 실종된 것인지 떠나버린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무서운 일을 당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늘 그렇듯이 제1 용의자는 배우자이기에, 아빠의 변호사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는지 훈련을 시킵니다. 프랭키는 아빠의 편에 섰습니다. 하지만 프리키는 무언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에 의심하고, 엄마가 있던 별장으로 찾아갑니다.
흐름 그대로입니다.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추리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하는 그대로거든요. 이 책은 무척 담담합니다. 엄마의 실종 이후 배가 아플 정도로 긴장되고 고통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보통 때는 뭐 괜찮습니다. 아빠가 말하는 것도 엄마가 말하는 것도 두 가지가 상반된 이야기라도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면 편합니다. 어차피 아이 일 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건 어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이지만요. 어째서 이 책을 담담하게 느꼈을까요? 그것은 제가 프랭키인 적도, 프리키였던 적도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난 괜찮아'라는 상자에 들어앉은 채 그녀를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결말 부분에 이르기까지 그녀인 적은 없었지만 기분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소설의 느낌은 청소년 대상 소설 같지만, 청소년에게 권하기 뭣한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빠가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것을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