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메로네 - 테일 오브 테일스
잠바티스타 바실레 지음, 정진영 옮김 / 책세상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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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된 직후부터 얼마나 읽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 모음집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림 동화, 안데르센 동화, 라 퐁텐 우화 뭐 그런 것들요. 그런데, 최초의 동화집인 줄 알았던 그림 동화 보다 좀 더 앞선, 동화집이 있다고 하니 안 읽어 볼 수 없잖아요. 게다가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의 원작이라고 하더군요. 영화의 개봉과 책의 출판이 거의 같은 시기였는데, 저는 영화를 먼저 보았습니다. 무척 밝은 톤이고 영상이 아름다운데 내용은 괴이하고 우울하며 무거운 분위기라 상당히 이상한 감정을 느꼈는데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전부터 결론을 내린다면, 영화 시나리오가 무척 잘 쓰였고, 감독이 멋지게 만들어 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 이야기는 영화만큼 임팩트가 없어요. 좀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 편의 마지막은 영화만큼 오싹하긴 했지만요. 영화를 보면서도 무지무지 재미있거나 한 건 아닌데, 나는 왜 이걸 보고 있는 걸까 싶었지만, 다 보고 난 후에도 배우의 모습과 장면 장면이 계속 남는 걸 보니 보통의 영화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펜타메로네>는 천일 야화처럼 아니 그것보다는 데카메론처럼 여러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며칠간에 걸쳐 한 편씩의 이야기를 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10명의 남녀가 10일 동안 - 주 5일제로 2주간이죠 - 이야기를 하는 것과 비견해 펜타메로네는 10명이 5일간 이야기를 합니다. 신랑감 왕자를 파렴치한 노예에게 뺏긴 초차 공주가 그를 되찾아 오기 위해 계책을 사용해 이런 이야기 파티가 열리게 된 건데요. 그곳에서 사람들은 신기하고 괴이하지만 나름 교훈이 있는 이야기를 합니다. 교훈이라지만, 17세기에 맞는 이야기라 지금에 와서는 어쩜 저리도 말도 안 되는 교훈이 다 있을까 싶습니다. 안데르센의 '부싯깃 통' 이야기도 개를 이용한 뻔뻔한 납치 강간범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 책은 끔찍한 이야기의 나열이었습니다. 잔혹 동화라니. 제가 생각하는 잔혹은 이런 게 아니거든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남에게 (동물이나 오그르가 대부분이지만) 해를 끼치거나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런 주인공을 재치있고 용감하다고 칭찬하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주의 남편감을 뺏은 노예 여인의 행동도 기회를 잘 잡은 재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모순이 보였습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누가 주인공인가 하는 거였던 거죠. 주인공도 아닌 주제에 왕자와 결혼하다니! 나쁜 노예로군!

그런 저런 것을 감안하고 책을 읽었습니다. 나쁘지 않더군요. 영화보다는 다소 심심한 구성이었지만 나름 괜찮았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장면을 섬세하게 상상하거나 누군가의 음성으로 듣는다고 생각하며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딱 그렇게만 읽어야 해요. 당시는 중세였으며 온갖 편견이 있던 시대였다는 걸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울컥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여성 비하적이고, (나폴리인을 제외한) 타 민족에 대한 비하가 무척 많이 등장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지만 계속 읽습니다. 신데렐라나 라푼젤, 장화 신은 고양이,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의 원형이 된 동화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으니까요. 그러다 가끔 지루합니다. 그러면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읽다가 다시 읽습니다. 괜찮아요. 단편 모음이니까요. 그렇게 쉬어가며 읽는 재미도 발견합니다. 

글을 쓰다가 잠깐 멈추고 생각해봅니다. 이 책을 추천할 것인가.
반반입니다. 책을 한 번에 읽어나가는 걸 좋아하는 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쪼개서 하나씩 읽어볼 분에게는 나쁘지 않겠군요. 
청소년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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