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놀이터를 지켜라
제충만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평점 :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제주에는 놀이터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 공원이 제법 있는 편입니다. 관리 상태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요. 모든 놀이터를 돌아본 것은 아니니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도보로 많이 돌아다니는 제가 직접 보았던 놀이터에 한해서는 그렇습니다. 하루 종일 뛰어놀아도 좋은 놀이터에 할머니나 엄마가 함께 나와 아이들이 노는 것을 벤치에 앉아 지켜보며 수다를 떨기도 합니다. 좀 아쉬운 점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까지가 전부라는 거죠. 3학년 이상이 되면 놀이터에 잘 나오지 않습니다. 교육열이라면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제주이기에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느라 나와 놀 시간이 없어요. 가끔 저녁 7시 넘어 초등학교에 산책 겸 운동 겸 나가보는데요. 그 늦은 시간에 아이들이 뛰어놉니다. 9시에도 아이들이 놀고 있더군요. 집이 바로 옆이거나 엄마가 운동장에서 뱅글뱅글 걷기 운동을 하는 사이 친구들과 뛰어노는 겁니다. 밝은 낮에 즐겁게 노는 건 아니지만 밤에라도 노니까 다행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어릴 때 놀았던 기운으로 청소년기에 공부를 할 수도 있고, 어른이 되어서도 힘을 낼 수 있다고요. 어린 시절 별로 놀지 못했던 제가 하는 말이니 절반은 믿으셔도 됩니다.
제 아이는 올해 중 3인데요. 지금까지 사교육을 시킨 적이 없습니다. 여섯 살 때 학습지 두 달 공부한 것 빼고는요. 학원에 매이지 않았으니 놀 시간이 많았겠지요. 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버려서 같이 놀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놀이터에 가도 심심하니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안에서 혼자 노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뭐, 똑같습니다. 다른 청소년들처럼 스마트폰,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놀이터를 지켜라>라는 책을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요. 서울에서는 놀이터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나 보더라고요. 그렇잖아도 골목길 놀이 같은 것이 없어지는 이 시기에 놀이터까지 사라지면 아이들은 어디서 노나요? 키즈카페? 실내 놀이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끼리 함께 어울리며 낯선 아이들과도 교류하는 사회성도 키울 수 있는, 그러니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놀이터를 없애고 줄여나가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관리가 소홀하거나 외진 곳에 있는 놀이터에서는 주취자나 노숙자가 차지해서 아이들이 놀 수 없다고도 하고, 노후된 시설 때문에 위험한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NGO - 세이브더칠드런- 이 주축이 되어 건축가, 기업, 마을 공동체가 함께하여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도 행복한 놀이터를 만들었는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웠던 건 아닙니다.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순간도 무척 많았었거든요. 그런 어려움을 하나하나 넘어가며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는 프로젝트는 참 좋았습니다. 주민의 목소리, 아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반영하는 자세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건축법상 들어가야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만든다는 태도로 만들어진 놀이터와는 달랐습니다. 근처에 있다며 한 번 구경 가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놀이터는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한데요. 다행히 지자체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발산할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른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나가는데, 아이들도 그런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하지만, 게임이라는 게 실은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법이라 온몸으로 파워 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줍시다. 마음껏 뛰게 해주자고요.
** <놀이터를 지켜라>는 기아와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는 세이브더칠드런의 한 직원이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서울시의 버려진 놀이터 두 곳을 재생한다는 프로젝트를 세우고 부장님 이하 직원들과 함께 여러분들의 힘을 합쳐 놀이터 재생에 성공하는 586일의 여정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