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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ㅣ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엔,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보존액이 섞인 물이 한가득 담겨있는 욕조에는 아주 깔끔하게 목이 잘려나간 시체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몸통 없이 머리와 팔, 다리가 있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이것은, 육망성 치킨이다!"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에서는 눈 내리는 밤 광기 어린 화가의 여섯 딸이 살해되고 신체가 절단됩니다. 이때 사용된 트릭은 정말 놀랄만한 것이지요. 저 역시 소년 탐정 김전일 <육각촌 살인사건>에서 이 트릭을 처음 봤었는데 깜짝 놀랐었거든요. 대중적으로는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김전일의 <육각촌 살인사건>을 본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쌉니다 천리마 마트>에서 '육망성 치킨'편이 등장했을 때, 모두들 김전일의 패러디라며 웃었습니다. 실은 저도 그랬어요. 나중에 <육각촌 살인사건>도 <점성술 살인사건>의 오마주(인지 뭔지)라는 것을 알았지만요.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은 다릅니다. 초반에 '육망성 치킨'을 외쳤지만, 이 소설은 시마다 소지의 오마주이면서도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갑니다. 머리, 몸통, 오른팔, 왼팔, 오른 다리, 왼 다리를 조립해서 하나의 아조트로서 탄생한 데드맨은 시신이 아니라 생명체입니다. 프랑켄슈타인 인건가.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생명체보다 데드맨쪽이 더 지적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사랑하고 노력하고 분노합니다. 이쪽은 다소 심각하지만, 형사 쪽은 좀 발랄하고 코믹합니다. 어쩐지 <메시바나 형사 타치바나>의 사토 지로를 떠올리게 하는 가부라기 형사를 중심으로 히메노, 마사키, 과학수사 프로파일러 사와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자꾸만 웃게 됩니다. 여섯 명이나 살해된 사건에다가 죽었다가 살아난 데드맨의 등장이 전혀 공포스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치한 것도 아닌데요. 그 무게감을 잘 조절한 것 같습니다. 스토리의 전개가 자연스러워 금세 읽고 말았습니다.
이 소설이 데뷔작이라니 참 놀라운데요. 한자야 어떻든 간에 '가와이'하고 '간지'한 이름이 마음에 쏙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