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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왜 다섯 살 난 동생을 죽였을까? - 평범한 사람들의 기이한 심리 상담집
타냐 바이런 지음, 황금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 소개의 끄트머리에 종종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와 비견되고 있다고 적혀있는 걸 보고, 나는 비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지만 올리버 색스를 떠올리지 않고 작가의 글을 읽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올리버 색스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던 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였었는데요. 스토리텔링하듯 실사례를 생생하게 전하며 뇌과학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비전문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타냐 바이런의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책이 끊임없이 생각나게 만들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책인데요. 자신이 임상 심리사로 일하며 만났던 환자와 사건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재편성해 허구의 소설처럼 쓴 글입니다. 이 책의 임상심리사는 타냐 본인이지만 어디까지가 실제 있었던 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열다섯 살 때 마약중독자 임산부에게 할머니가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인간의 전두엽에 관한 관심을 갖게 되고 현재는 임상 심리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의 타냐는 아직 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실습생으로, 다양한 환자를 만나면서 많은 시련을 겪습니다. 말하자면, 환자를 만나서 그의 증례를 살펴보고 이론과 경험에 의해 진단을 하고 도움을 주었던 색스와는 달리(물론 그도 초보 시절이 있었겠지만) 타냐의 경우엔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며 헛다리를 짚기도 합니다. 그런 면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보여서 좋았습니다. 바티스트 보리유의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라는 책과 비슷한 느낌이면서 그보다는 조금 가벼운 문체의 글이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작가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소설 같은 이 상담 이야기에는 환자 자신의 문제가 본인 내면에서 기인한 것도 있었지만, 외부에서 온 것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단편적인 상황인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얽혀 하나의 증상을 나타낸 것이죠.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개 그렇지 않던가요. 보통은 시간이 해결해 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일들이 마음을 좀먹어 아프게 만드나 봅니다. 저자 역시 이십 대 초반의 실습생이었기에 남들이 지고 있는 무게를 자신이 함께 짊어지는 것에 대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지도교수에게 이야기를 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거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임상의로서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마음의 빛이 되어 주었지만, 환자들 역시 그녀에게 새로운 것들을 가져다주었습니다.
** 소녀는 다섯 살 난 동생을 너무 사랑했기에 죽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