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남에게 들러붙어 착취하는 인간을 보고 "야, 이 기생충 같은 것들아!"라고 욕을 한다지만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가 들으면 서운해할 겁니다. 아니 기생충이 뭐 그렇게 나쁜 짓을 했다고. 알고 보면 귀엽거나 신비한 녀석들인데. 그건 자연의 섭리로 볼 때 그렇고, 저 자신도 속해있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다른 건 몰라도 인간을 종숙주나 중간 숙주로 이용하는 기생충은 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생충 중 스피로메트라라는 촌충이 있는데요. 이 촌충의 유충을 고충(스파르가눔)이라고 합니다. 개나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지만 드물게 사람이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중간 숙주인 뱀이나 개구리 등을 생식하는 경우에 감염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리 유키코의 <고충증>에서는 스피로메트라의 변종이 등장해 감염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요. 증상은 일반적인 고충증과 비슷합니다. 감염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고충이 피하쪽으로 이동하면 통증, 염증, 블루베리 모양의 작은 혹이나 돌기 같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안와쪽에서 증상이 나타나 각막 궤양 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두통, 발작, 마비, 기억상실, 의식 장애, 언어 장애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스피로메트라의 알을 품고 있는 물벼룩이 유영하고 있는 물을 마실 일도 드물거니와 개구리나 뱀 같은 것을 생식 - 화식도 요새는 드물죠-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혹시나 고충중에 걸리면 어떡하냐며 덜덜 떨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리 유키코의 <고충증>에 등장하는 그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이 고충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아마도 프리섹스 근절일 것 같습니다. 

마리 유키코의 데뷔작 <고충증>은 무척 혐오스럽다는 소문을 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뭐 특별히 심하게 혐오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이 작가의 소설은 워낙에 이야미스니까요. 끝 맛이 좋지 않아요. 하지만 이 소설은 끝 맛이 나쁘거나 하지 않고, 앞에서부터 나빴으니까... 이런 경우엔 무어라 표현해야 하죠?

고급 맨션 스카이헤븐 다키모리에 살고 있는 미모의 주부 마미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사립학교 준비를 하고 있는 딸이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지극히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어쩐지 유대감 같은 것이 적은, 단절된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났더니 단순하게 줄거리를 읊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니 줄거리는 생략하도록 하지요. 그렇지만 진짜 고충은 역시 사람인가보다...하는 말 만은 해야겠어요. 

소설의 방향은 과다 성욕, 프리섹스, 기이한 사망으로 흘러가다가 금지된 사랑, 비뚤어진 욕망, 의심, 난해함으로 흘러가다가 종국에서는 챕터 1의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야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갑자기 난데없이 마무리 짓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데뷔작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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