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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 ㅣ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소설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좀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전작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먼저 읽는 게 좋습니다.
주인공인 야콥은 심리학자 겸 정신과 의사로,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에서 아벨 바우만이라는 사람을 만납니다. 자기가 신이라고 말하는 아벨은, 야콥에게 카운슬링을 부탁하는데요. 졸지에 신에게 카운슬링을 해주는 최초의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야콥은 자기가 신이라고 믿는 이 사람과의 상담을 하는 동안에도 자신에게 감당 못할 것 같은 개인사들이 일어나는데요. 그렇기 때문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벨과 야콥은 진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야콥은 편견을 버리고 그가 신이라는 걸 조금씩 믿게 되는데... 그만 아벨이 죽어버립니다. 신이라면서!! 그 뒤의 내용도 있지만 -아무튼, 책을 덮고 나서 이 사람이 신이었던 걸까? 아닐까...?하는 의문을 조금 품었었고, 그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로 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해왔습니다. 바로 이 책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악마도 때론 인간일 뿐이다>의 주인공도 역시 야콥입니다. 사는 건 전작보다 좀 나아졌습니다. 상담실에 환자도 좀 있고 - 예약 전화도 종종 오고 스케줄이 차 있는 데다가 직원도 있는 걸 보면요 - 전처와의 관계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친구로서 말이죠. 그런데, 그에게 악마라는 사람이 접근해 옵니다. 안톤 아우어바흐라는 이 남자는 악마답게 영혼을 사려고 하는데요. 다른 사람의 영혼보다 야콥의 영혼을 비싸게 쳐줍니다. 왜냐하면 신이 관심을 가졌던 남자였기 때문이지요. 아벨이 신이었건 아니건 간에 안톤과 아는 사이였다는 생각에 이 사람이 악마일 수도 있지만, 정신병이나 과대망상을 앓고 있는 환자로 여겼던 야콥은 영혼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악마는 어마어마한 돈으로 그를 유혹하지만, 진짜 악마라도 영혼을 팔 생각이 없었기에 거부하는데요. 유혹에 실패한 악마는 저주로 승부하려 합니다. 저주를 풀려면 영혼을 팔아라!!! 심지어 주변 사람들과 영혼 계약도 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잘도 넘기더군요. 이 악마의 행태를 보면서 저는, 악마가 악마임이 분명한 이상 전작의 신도 신이었구나 하는 걸 깨달아갑니다. 그러니 소설이 더 흥미로워지더군요.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메시지를 주는 코믹한 소설로, 재미있게 읽어가 가다 보면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얻을 수 있기에 즐겁고 감동적입니다.
악마가 왜 저렇게 야콥의 영혼을 원했는지, 알게 되니 좀 안쓰럽더군요. 인간적인 부분을 엿본 것 같아요.
이 소설의 주인공 야콥과 악역 안톤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연들의 쉴 새 없이 나타나 사건을 만드는 통에 책을 한 번 펴면 좀처럼 내려놓을 수 없게 하는데, 그중 가장 최고는 엑소시스트면서 신부인 - 알고 보면 술, 담배, 마약... 거기에 애인까지 있는 - 로베르토였습니다.
책이 삼부작인 것 같은데 아직 우리나라엔 마지막 편이 번역이 안 되었나 봐요.
기다리고 있다가 출간하면 즉시 만나봐야겠어요. 마지막은 누가 등장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무척 기대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