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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평점 :
굳이 영화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2008)>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후 세계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겁이 나서 실제로 영화를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많은 분들의 리뷰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사후 세계가 궁금해서 사람들을 극단적인 상태로 몰아가는 고어 영화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어째서 사후 세계가 궁금한 걸까요? 먼저 죽음의 문턱을 넘어간 선배들의 안부가 궁금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자신이 갈 곳에 대해 예습하려는 태도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설마, 순수한 탐구정신 때문인 건 아닐 테지요. 점집에 가서 미래를 알아보고 대처하려는 것과 비슷한 마음으로 궁금해하는 거라면, 어차피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도 언젠가는 그곳으로 가게 될 테니 애써 미리 알려고 하지 않아도 좋지 않을까요. 스스로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되어 저 너머엔 천국이 있을 수도 있고, 지옥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좋을 테지요. 뚜껑을 열기까지 그냥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왕이면, 천국이나 천당, heaven, 극락에 가기 위해 살아있을 때 착하게 살아두는 것도 좋고, 저승 곳간을 채워두는 것도 좋겠습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앞으로 갈 곳에 대한 궁금증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나온 곳에 대한 고찰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자신만의 역사도 좋지만, 생명이라는 것의 탄생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기독교적 시각으로 하나님이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였고, 흙으로 남자를 빚어 숨을 불어넣었으며 갈비뼈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도 매력적이고, 46억 년 전 원시 지구의 카오스에서 가까스로 대기와 바다로 분리되고 대기 중의 무기물들이 태양열이나 자외선 등에 의해 유기물로 합성되고 비와 함께 바다에 도착한 녀석들이 다시 합성되기 시작해 복잡한 유기물에서 원시 생명체로 진화되었을 것이라는 설도 참 매력적입니다. 유기물 수프인 바다에 번개가 번쩍! 그리고 코아세르베이트가 생겨나고 오랜,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인간에까지 이르다니. 그 과정에 신의 손길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지요. 우리는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은 것들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지만, 처음의 발견자들은 신성 모독일 수도 있는 것들에 두려워하면서도 그 마력에 마음을 뺏겼겠지요. 현재의 우리도 비슷합니다. 여전히 바벨탑을 쌓고, 생명 창조를 꿈꾸는 우리들은 언제 신에게 미움을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신께서 너희들이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대견하도다... 하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스티븐 킹의 <리바이벌>을 읽고 나서 쓰는 글 치고는 이야기가 산으로 가다 못해 저세상까지 가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어안이 벙벙했거든요.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물론 소설이므로 많은 부분이 허구겠지요. 전체가 다 허구였으면 좋겠는데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음악 이야기라거나 기독교 금서에 관한 부분들이 사실인 관계로, 실제로 있었던 사실에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펜이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내어 첨가 한 것 같습니다.
<리바이벌>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드 베르미스 미스테리스'에 대한 것을 찾아보았는데요. 1542년 연금술사인 루드비히 프린에 의해 쓰인 라틴어판 책이라고 합니다. 그나마도 원저자가 아니라 십자군 원정 때 누군가로부터 훔친 책을, 이단 심문에 회부되어 투옥하던 중에 라틴어로 저술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예언, 강령술, 강신술에 대한 내용,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어쩐지 이 소설 속의 일들도, 이런 위험한 방법으로 시도해 본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테죠.
18세기 갈바니의 개구리 전기 충격 실험과는 다르겠지만 M.W.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보면 죽은 자를 살려내는 방법이 등장하는데, <리바이벌>에서와의 의도는 다르지만 어쨌든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합니다. 인체에 전류를 흘려보냄으로써 약물 중독이나 두통뿐만 아니라 만병을 통치할 수 있었지만, 간헐적으로(몇 년마다 한 번씩이었지만) 나타나는 끔찍한 후유증은 치료받은 자들을 견딜 수 없게 했습니다.
부흥회 같은 걸 정말로 싫어하는 저는 결단코 가지 않습니다만, 치유의 기적을 보여주는 부흥회니 목사 안수 기도니하는 걸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정말로 치유의 성령이 내려오시겠지만, 소설 속 제이컵스 목사의 치료는 그런 것과 다릅니다. 예수님의 실로암 기적처럼, 바울의 앉은뱅이(표현 죄송합니다만 성경에 그리되어 있으므로) 치유 기적처럼, 암까지 치유하는 제이컵스 목사의 부흥회는 정말로 대단했지만, 실은 제이컵스 목사가 신을 저주하고 있다는걸, 주인공인 제이미는 압니다. 여섯 살 때 그를 처음 만난 이후로 제이미는 제이컵스 목사를 잘 알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목사라고 불러서는 안되다는걸요. 다정하고 전기 다루기를 좋아했던 제이컵스 목사가 불운한 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한꺼번에 잃고 나서 좌절했고, 대중들 앞에서 신을 모독하는 연설을 한 후 마을에서 사라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약물 중독자가 된 제이미는 제이컵스를 다시 만났고, 그는 이제 목사가 아닌 찰스 아저씨였습니다. 찰스는 제이미가 어렸을 때 콘 형의 병을 고쳐주었던 것처럼 전기를 이용해 약물 중독을 고쳐주지만, 후유증이 있었습니다. 아주 고통스러운. 찰스와 제이미가 헤어져 다시 만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목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부흥회 목사가요. 하지만, 제이미는 그가 진정한 의미의 목사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의 치유의 기적이 진화했고,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입었지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걸 싫어한다는 것도 알아챕니다. 그렇다면, 그의 진짜 목적은 무얼까요.
이 책은 표지도 그렇고 띠지도 그렇고, 어쩐지 공포 소설일 것만 같습니다. 제 리뷰를 읽으신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요. 그래서 덧붙이려고요. 공포 소설로 읽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공포스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닙니다. 혹시 스티븐 킹의 <조이 랜드>를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그런 소설이구나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안 읽으셨다면 읽어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리바이벌>의 찰스 제이컵스가 <조이 랜드>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 110페이지까지 뒤적이다가 찾기를 포기했지만, 등장했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 찰스 제이컵스가 제이미에게 한 말이니까 '조이 랜드'에 있었던 건 맞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