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평점 :
전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인류가 생겨나면서부터 늘 함께 해왔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가끔 잊어버리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휴전 국가이고요. 한라산이 휴화산이라고 해서 언제 분출할지 모른다며 벌벌 떠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휴전 국가라고 해서 전쟁이 일어날까 봐 늘 두려워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겁니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면 혹시 전쟁이 나는 건 아닐까 불안하긴 하지만요. - 심지어 전쟁 때문에 탄생하거나 널리 보급된 음식들을 즐기면서도 전쟁을 연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것들의 탄생 배경을 몰랐기 때문이죠. 저 역시 그렇고요.
병조림이라거나 통조림 같은 것이 전쟁시 보급과 보존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발명되었다는 건 상식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이라는 책을 읽고선 이렇게나 많은 음식들이 전쟁 중에 개발되어 군인의, 민간의 식량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다 간식으로 튀기듯이 볶아 계피 설탕을 뿌려 먹는 건빵도, 뽀빠이 과자에 안 들어 있으면 섭섭한 별사탕도 전투 식량으로 일본에서 개발하거나 보급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커피 믹스를 상업화 한 사람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조지 워싱턴이라는 사실도, M&M 초콜릿이 전투 식량으로 사용된 이야기도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그러나 백과사전 식의 단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윤덕노라는 작가의 스토리텔링 기법이 당시의 풍경과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하게 해, 더욱 이야기 속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런 음식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유, 그리고 웃지 못할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독자를 심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깔깔거리며 웃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정말이지 소시지 전투 이야기 때는 너무 웃겨서 옆에서 공부하는 딸을 붙잡고 손발을 써가며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니까요. 이런 것들이 작가의 글재주가 아니라면 그저 굶주린 소련 1개 대대가 100여 명의 핀란드 병사에게 역습당한 사실일 뿐이었을 겁니다. 과거의 사실을 이야기할 때 지나친 채색을 하여 왜곡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적당한 스토리텔링은 듣는 이로 하여금 몰입을 좋게 하여 기억에 도움을 줍니다. 그런 점으로 보아, 이 책은 음식에 관한 미시사 책으로서 무척 흥미롭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4년 전쯤 저자의 다른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장모님은 왜 씨암탉을 잡아주실까?>라는 책이었는데요. 그때도 음식의 유래나 어떤 날 특별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어 기뻤더랬습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를 재미있게 읽으신 분이라면, 도서관에서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과 더불어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