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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캠프 ㅣ 사계절 1318 문고 106
김영주 지음 / 사계절 / 2016년 8월
평점 :
학교 폭력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따돌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때는 따돌림이라고 해야 말 그대로 정말 따돌리고 같이 안 노는 것 정도가 보통이었는데요. 당사자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남자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의 경우엔 말이에요.
사촌 동생과 저는 중학교 1학년 때쯤 따돌림에 가까운 걸 당했습니다.
여자들은 - 아마도 자연의 섭리로 - 무리를 짓는데요, 어떤 무리에도 들어가지 못하거나 무리에서 방출된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대상이 됩니다. 저야 뭐,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정신 공격이야 무시하면 되니까...라는 태도로 잘 이겨나가서 나중엔 친구도 사귀고 아무튼 그 시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데, 사촌 동생에게는 문제가 생겼지요. 미리 알았더라면 그까짓 것 무시하라고 이야기를 해줬을 텐데... 아, 아니에요. 나쁜 선택을 한 건 아니에요. 아무튼, 요즘의 왕따는 예전과는 달리 언어, 신체에다가 사이버 폭력이 따라와서 정말 큰 문제입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나가기엔 벅찬 데다가 섣불리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도 없습니다. 도와주려다간 자기도 괴롭힘을 당할까 봐 무섭거든요. 이런 청소년의 모습이 우리나라나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범 세계적인 건가 봐요. 외국 소설을 읽어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왕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도 별로 소용이 없는데요. 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포식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정말 짱 세다는 오해를 하고 있는 사춘기의 아이들의 마음가짐은 언제쯤 바로 잡힐까요.
폭력은 전염성이 강해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둘 다 아니니 안심하며 권력을 쥔 아이 옆에서 아부하며 가해자가 되기를 자처하기도 합니다. 이런 전염성은 좀비 바이러스를 닮지 않았나요. 좀비에게 물린 피해자가 이내 좀비가 되어 가해자가 되니까 말이에요.
김영주의 <Z 캠프>는 따돌림에 관한 것을 Z 바이러스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따돌림당하다 죽은 학생은 과연 자살인가, 사고인가, 살해인가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사건과 관련된 아이들이 외딴섬에서 Z 캠프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그들에게서 바이러스가 발명, 좀비 같은 증상을 보이며 서로를 공격합니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 90% 정도 퍼져있다는 바이러스. 이 바이러스는 특별한 조건이 갖춰져 있을 때 발현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마 따돌림, 그리고 폭력과 흥분일 겁니다.
독특하고 영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스터리의 느낌도 있고, 아이들 간에 숨겨두었던 이야기들. 설정들이 참신했는데요. 라이트 노벨과도 닮아있어서 청소년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중학생도 코웃음 칠 것 같더군요. 청소년 문고로 나오는 책들의 문제 중 하나는 교훈을 주려 한다는 거라고 늘 생각해왔는데요. 이 책도 교훈 주기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왕따 문제를 생각하고 반성하며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마음과 시도는 정말 와 닿았지만, 아이들도 정말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런 점이 아쉬웠습니다. 중후반까지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못된 어른인 저는 꿈도 희망도 뭣도 없이 다 짓밟아 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굳이 작가가 떠먹여주지 않아도 책을 읽고서 스스로 왕따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