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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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1995년에 쓴 것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과 필요성을 모두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지금은 후쿠시마 원전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1986년 체르노빌 사건 이후 20세기 말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와 가깝지 않은, 먼 곳의 이야기로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나라 국민들이야말로 원자력 발전 시스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해야 했는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원자력을 자원으로 이용하게 된 것은 원자력 잠수함이 그 시초였는데요. 소량의 물질로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착안, 원자력으로 발전소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핵분열 연쇄 반응시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이고 그 증기로 터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인데요. 간단히 말하면 이렇지만, 일반인인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무척 어렵고 복잡한 원리와 장치가 있습니다. 아무튼 2차 대전 이후 원자력은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목소리가 모아졌고, 무기로서의 이용보다 발전 장치 쪽으로 연구를 하게 되어, 많은 발전소가 세워졌습니다. 대다수 정부 기관과 학자들은 거의 무한대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지하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라며 반가워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안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을 때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더욱 그러했고요. 그러던 중,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멜트 다운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1986년엔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로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만 명의 피폭자가 후유증으로 사망합니다. 지금까지도 체르노빌은 죽은 땅이 되어 생명체가 온전하게 살기 힘듭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미국과 서유럽은 원자력 발전소를 줄여나갔지만, 상대적으로 지하자원이 부족한 일본이나 한국은 오히려 원자력 발전소를 늘렸습니다. 지금도 늘려 나가고 있다는 걸 뉴스를 통해 알고 계시겠지만요. 원자력 발전소는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30%가량 (총 생산량 중 2위, 1위는 석탄. 39.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지요. 아주 중요한 것을 알고 있지만, 위험도도 높기 때문에 되도록 설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천공의 벌>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무리 안전에 힘을 써도 완전히 안전하다는 건 없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하자원의 부족과 높은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이 중요한 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안전에 힘써야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이야기들을 소설 속에 넣길 원했습니다. 자위대의 헬기 빅 B를 탈취해 '신양' 원자력 발전소 위에 띄워놓고 원전 가동을 중지하지 않으면 헬기를 추락시키겠다는 대국민 협박을 하는 테러범의 이야기를 통해서요. 사실 테러범이라고 하기에는 참 순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길 원했나 봅니다. 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처럼 순리대로 흘러갑니다. 좀 답답했던 점은,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소설 속에 집어넣으려고 하다 보니 - 사회파 소설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 이야기가 지나치게 전문적입니다.
다른 작가의 소설에서도 작가가 소설을 쓰기 위해 취재하고, 연구한 내용들을 버리기 아까워 독자들에게 모두 알려주려 하다 보니 내용이 늘어지거나 피곤해지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요. 이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천공의 벌>에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전문적인 군더더기가 많아요. 피곤해서 대충 읽었지만, 제대로 읽었다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원리 및 냉각 원리, 시설, 조직 체계 등등에 대해 모두 공부할 뻔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나름 나쁘지는 않겠지만, 소설을 읽고 싶어 책을 집어 든 독자에게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니, 제 입장에서는 차라리 과학기술 서적을 읽을 걸 그랬나 하는 회의가 들더군요. 정 보이드 반응도라거나 음 보이드 반응도라거나 고속 증식로가 어쩌구, 냉각재인 액체 나트륨이 어쩌구... 등등... 너무 깊이 들어 간 것 같아요.
다만, 원자력 발전에 대해 장단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한국 원자력 연구원' 홈페이지에 방문도 해보고...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원했던 건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두고 있는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소설을 읽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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