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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 속 눈의 여왕 ㅣ 영상 속 문학 읽기 시리즈 2
신경범 지음 / 산호와진주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이거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있지만, '겨울 왕국'은 간첩도 알 겁니다. 어린아이들조차 'Let it go'를 이상한 옹알이로 부르며 뛰어다니니까요. 뿐인가요, 엘사 풍의 원피스, 인형, 피규어들이 엄청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2014년 1월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인데도 아직까지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니 성공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왕이면 부모님들이 '겨울 왕국'의 모티브가 된 '눈의 여왕' 이야기를 함께 전해주셨으면 좋을 텐데, 그랬다면 아이가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읽고 또 다른 - 아니 어쩌면 비슷한 - 감동을 느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깨닫는 것이지만, 현대 이전의 동화는 다소 잔인한 면이 있습니다. 꿈속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가 가혹한 심리적, 육체적 학대 속으로 빠집니다. 어리거나 여린 주인공이 이겨나가기 힘든 고난과 마주칩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일을 일상으로 여길 만큼 험난하게 살았던 걸까요. 아니면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있어 주인공을 사지로 몰아넣는 걸까요.
장난꾸러기 악마가 놓쳐 깨져버린 거울의 파편이 눈에 박혀 차가운 마음을 갖게 된 소년 카이가 눈의 여왕에게 납치당한 후, 카이를 되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겔다가 <눈의 여왕>에 등장합니다. <겨울 왕국>에서도 안나가 언니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고생하지만 겔다의 고생에 비할 바가 아니죠. 겔다가 산적의 딸의 도움을 받았다면, 안나는 크리스토프와 올라프의 도움을 받는데요. 어쨌든 결국 결정은 자기 자신. 카이의, 엘사의 마음을 녹이는 건 그녀들의 몫입니다.
<겨울 왕국 속 눈의 여왕>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인간은 이러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산다. '내 안에 존재하는 자아'와 '밖으로 표출되는 자아'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이러한 이중성을 가지고 일생을 살면서, 세상 속에서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조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엘사가 만든 눈사람, 올라프는 이렇게 말한다. "뜨거움, 차가움, 양쪽 다 중요하지. 둘이 같이 있는 게 맞는 거잖아!"라고 말이다.
-p.37
단순한 개그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올라프가 가장 현명해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자신 내면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인정한다면 좀 더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올라프가 저렇게 말했을 때는 몰랐어요. 이렇게 깊은 대사인 줄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캐릭터 분석과 더불어 애니메이션과 동화를 연결 지어 깊이 있게 설명해주는 이 책을 읽기 전엔 말이에요. 책을 읽어가면서 장면이나 대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책이 좋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볼 수 있게 해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