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 / 살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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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보편적인 인생의 흐름이라는 게 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표준화된 것 같은 흐름이 있는데요. 학교에 다니고, 졸업 후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제시간에 맞춰 그 흐름을 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고, 잘 못 된 사람처럼 여깁니다.

개울물도 유속이 서로 다른데, 각자의 인생 역시 다른 속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때로는 보에 막혀서 앞으로 나갈 수 없을 때도 있고, 그러다가 갑자기 내리는 폭우에 다른 길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어째서 그 자리에 있느냐 타박합니다. 굵은 줄기를 타지 못한 자들에게 끊임없이 이리 오라 합니다. 그 자리가 그에게 어울리건 어울리지 않건 간에요. 그들처럼 되는 것만이 정상인인 것처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과 같지 않은 사람은 차마 '난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정말로 내가 여기 있는 것이 잘 못된 일이 아닐까 고민하기도 합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p.98



무라타 사야카의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엔 게이코라는, 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한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이 남다른 데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소설에서 이르지는 않았지만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졌나 봅니다. 다소 공격적인 면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타인의 생각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 스스로 매뉴얼화해서 움직입니다. 졸업 후 게이코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됩니다. 

매뉴얼화되어있는 접대 방식이라거나 판매 방식, 진열법 등이 그녀에게 딱 맞았습니다. 게이코도 이곳에서라면 다른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누구보다도 뛰어난 직원이었지요. 점장님 말씀을 숙지하고, 그대로 지키며 매뉴얼에 따라 점포가 활성화 되도록 하는 것에는 그 누구도 따라갈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르바이트지만 안정적인 이곳에서 그녀는 18년 동안이나 일했습니다. 그 사이 함께 근무하는 동료를 관찰하며 평상복이라거나 소품들을 남들과 다르지 않게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말투도 동료 몇 명의 것을 섞어서 어울리게 사용했습니다. 우리도 친한 친구와는 말투가 닮아가니,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게이코는 편의점에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게이코를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걸 알고 있는 여동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창들은 여전히 게이코가 결혼하지 않는 것도, 벌이가 좋은 곳에 취직하지 않는 것도, 그래 결혼은 둘째 치더라도 연애조차 하지 않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걱정해주었습니다. 세상 쓸데없는 게 남 걱정인 거 같은데 말이죠. 아무리 게이코라지만 남들과 또 다르게 보이는 자신이 걱정되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 열네 번이나 "왜 결혼하지 않아?"라는 질문을 받았다. "왜 아르바이트를 해?"라는 질문은 열두 번 받았다. 우선 들은 횟수가 많은 것부터 소거해보자고 생각했다.

-p.113




그때, 인간 말종 쓰레기 시라하가 들러붙습니다. 제발 그녀의 인생에서 꺼져다오.



남들과 다른 게 그렇게 문제가 되나요? 게이코가 결혼하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폐라도 되는 건가요? 왜 일을 하고 있는데 취직을 하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건가요. 그들과 다른 삶의 형태로 살아가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런 우리는 영원히 갈 곳 없어 헤매어야만 하는 건가요.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안 되나요.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살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해주면 안 되나요? 이것도 저것도 안된다면 그냥 모른체해주면 안 되나요.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장소가 있습니다. 그곳이 타인의 눈에는 의아하게 보이거나 때로는 형편없게 보일지라도 자신에게는 딱 맞는, 마땅한 장소가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의 틀에 억지로 욱여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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