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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12월의 첫 책으로 선택한 것이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여름인 건 그렇다지만 제목부터가 어울리지 않는 계절인 것을. 그렇지만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서로 안 어울리긴 마찬가지거든요. 첩첩산중 와이파이는커녕 데이터도 사용할 수 없는 아홉모랑이 마을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탐정이 운동복 차림 삼수생에, 여든 넘은 할머니, 열다섯 살 꽃돌이라니 그 조합의 삼총사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막장 드라마를 보다가 정말로 뒷목잡고 쓰러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초상을 치르러 산촌의 마을에 모였던 효심 깊은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은 혼자 남은 노모가 걱정이 되어 삼수생이라는 이름의 백수인 무순이에게 할머니를 부탁하고- 라지만 늦잠 자는 사이에 쪽지와 용돈을 두고 모두 떠나버렸습니다. 잔소리쟁이 할머니를 피해 마실을 나갔던 무순은 할아버지 책장에서 자신이 15년 전이 집에서 살 적에 그렸던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지도를 발견하고, 보물 찾기에 나서는데요. 지도의 장소에서 발견한 것은 '다임개술'이었습니다.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보물이 아니라 잡동사니뿐이었는데요. 그곳에서 종갓집 종손 꽃돌이와 마주칩니다. 정녕 보물은 꽃돌이였던 것인가! 꽃돌이, 아니 창희는 무순이 발견한 것들에 흥미를 보입니다. 종갓집에 입양된 자신과는 달리, 이 집의 진짜 딸인 유선희가 실종되기 전에 남긴 것 같은 물건을 보았기 때문이죠.
이 마을에는 공개된 미스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백수잔치를 하기 위해 온 동네 어른들이 온천여행을 떠났던 15년 전. 마을에 돌아와보니 네 명의 여자아이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종갓집의 피부 하얀 아가씨 유선희(16세) 뿐만 아니라, 삼거리 공깃돌 줍는 모자란 아이의 누나 황부영(16세), 소문난 날라리 유미숙(18세), 교회 목사님의 막내 딸 조예은(7세) 이렇게 네 명이었는데요. 나이도 그렇고 뭔가 안 어울리는 조합의 네 명의 여자아이들이 한 번에 실종되다니 경찰의 수사도, 무당의 신기도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 했습니다.묻혀버린 사건이지만,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님은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목사 사모님은 정신을 놓은 것 같습니다. 예은이를 외계인이 데려갔다며 매일 하늘을 향해 울부짖습니다. 이미 세월은 15년이나 지났는데도요. 시간은 다른 사람들에게나 흐르는 것이지 아이 잃은 엄마에게는 그렇지 않나 봅니다.
무순이와 꽃돌이가 처음부터 이 미스터리에 뛰어들려고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유선희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자전거와 소년'이라는 목각을 '소년'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찾아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과거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카리스마 간난 여사가 합세해, 이 희한한 탐정단은 마을의 모든 비밀을 들쑤시게 되지요.
처음엔 무지막지한 코믹함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아니 이거 뭐야, 미스터리가 이래도 좋은 거냐. 하지만 그 코믹함 속에 들어있는 삶이 보이고, 사람이 보여 마냥 웃을 수만은 없습니다..... 라지만, 다시 웃게 만듭니다.
모처럼 희한한 미스터리를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