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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범죄자 - 옆집에 살인마가 산다!
웬디 L. 패트릭 지음, 김경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살던 집의 바로 담장 너머엔 2층 집이 있었습니다. 1층은 식당이었는데요. 2층엔 일가족이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확실하지 않았던 건 왕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 집의 다른 식구들은 몰라도, 아저씨는 몇 번 뵌 적이 있었습니다. 큰 키에 깔끔하게 밀어버린 머리, 험상궂은 얼굴, 검은색 티셔츠나 터틀넥 셔츠를 입고 검은색 양복을 입고 다니시는 분으로, 다른 옷을 입은 건 뵌 적이 없었습니다. 체격도 건장해서 누가 함부로 말을 붙이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저도 물론 말을 붙이거나 인사해본 적도 없었죠. 조직에 계시거나, 경찰 조직에 계시는 분일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강력반.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저씨가 우리 집 대문으로 들어와 1층 식당의 뒤쪽 창문을 기웃대는 걸 보았습니다. 좀 무섭지만 왜 그러나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현관문을 열고 나갔더니 오히려 아저씨가 당황하며 말씀하셨습니다. 실은, 앞집 건물 주인아저씨였는데요, 식당에서 가스 단속을 잘 안 하고 퇴근하는 바람에 한 번 큰일 날뻔한 적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실례인 줄 알면서 저희 쪽으로 들어와 식당의 열린 창문으로 살핀다고 하시더라고요.그날 가볍게 인사하고 헤어졌지만, 참말인지 거짓말인지도 몰라서 살짝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저희는 이사를 갔고, 그전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요. 딸과 함께 시내 나들이를 가다가 그 아저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조직의 둘째 형님이나 형사일 거라고 짐작했던 그 아저씨가, 사실은 꽃집 아저씨였지 뭡니까. 그렇죠, 상냥하고 사근사근한 분만 꽃집을 하라는 법은 없죠. 꽃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하면 꽃집 할 수 있죠. 험상궂고 건장한 체격만 보고서- 게다가 무채색의 의상까지 더해 오해하고 말았습니다.
외모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오해하고 마는군요. 비단 저만 그렇겠습니까. 세상에는 보이는 것 때문에 속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허점을 노리는 범죄자들도 참 많고요. 외모가 뛰어나거나, 재력이 있어 보이는옷차림과 자동차, 화려한 언변 같은 것에 넘어가 사기도 당하고, 강력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걸요.
현직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청 지방 검사이자 성범죄 스토킹 부서 팀장인 웬디 L. 패트릭은 <친밀한 범죄자>에서 우리 주변에 있는 범죄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들을 감별하는 방법을 FLAG라는 이니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FLAG는 가면 뒤에 숨은 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것들을 잘 관찰하면 내 주변에 숨어 있는 위험한 사람들을 알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F : Focus 관심사, 그 사람은 어디에 관심을 보이는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가 아니면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는가.
L : Lifestyle 생활방식, 그 사람의 생활방식은 어떠한가? 퇴근 후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취미는 무엇인가.
A : Associations 주변인, 그 사람은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가? 주로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어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가.
G : Goals 목표, 그 사람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나중에 돌아보면 분명 허술한 점이 있거나 수상한 점이 있는데, 희한하게도 일이 안되려면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미심쩍은 점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애시절엔 눈에 콩깍지가 씌웠다고도 하죠.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볼 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데 본인을 활활 불타오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증후군이라고, 반대하면 반대할수록 더 타오르는데요.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파국을 맞습니다. 자신이 보지 못 했던 그런 부분 때문에요. 아마도 객관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냉정함이 부족하기 때문일 테죠.- 그렇게까지 냉정하면 그건 그것대로 힘들 것 같습니다만.
저자는 책의 앞쪽에서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서술을 통해 우리에게 FLAG를 파악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그렇기에 저도 책에 Flag를 많이 달아놓았습니다. 한 번에 이해하기엔 좀, 그래요 힘들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겠습니다. 만일 저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과연 이대로 실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건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얼마 안 되는 서문과 Part 1을 지나고 나면 실례와 함께 현실적인 조언을 합니다.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요새 유튜브에서 '용감한 기자들'을 발췌해 놓은 걸 보고 있습니다. 티캐스트를 통해서 제공되고 있는데요. 놀라운 사건이 무척 많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가까운 사람끼리 저럴 수 있나 싶은 그런 기사들인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는 사이에, 친한 사이에 일어나는 범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믿기 싫은 마음에서 나오는 한탄이겠죠.
<친밀한 범죄자>에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부분이 제법 다뤄집니다. 읽다 보면 요새 뉴스에 나오는 누구와 누구, 그리고 누구누구가 생각나기도 하고, 지인 중에 딱 들어맞는 부분도 있었고 해서 놀랐습니다. 그런 사람들까지 사이코패스였구나 싶어 놀라기도 하며 읽었는데요. 다소 무거운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내용도 무겁지만, 책 자체도 -실제로 - 무겁습니다. 300여 페이지 치고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