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해드립니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로런스 블록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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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드보일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칙칙할 것 같고 담배 냄새 자욱한데 발사된 총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까지 더해져 코끝이 매워 인상이 찌푸려지니까요. 하드보일드란 뭔가 마초의 장르 같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매력적인 탐정이 등장하더라도 허세처럼 느껴져서 별로 개운치 못해요. 그렇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소설들이 있더군요. 어어 이상하다 난 하드보일드를 싫어하는데.... 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오. 그런 소설들 중 하나가 바로 로런스 블록의 소설입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는 작가의 이름을 로렌스 블록으로, 엘릭시르에서는 로런스 블록으로 표기해서 다른 사람인가 했는데, 같은 사람입니다. 어쩐지! 같은 매력을 가졌더니만!!!! 로렌스 블록이든 로런스 블록이든 아무튼 이 작가는 하드보일드를 소프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정말 매력적입니다. 그의 초기작 매튜 스커더 시리즈의 매튜는 알코올중독 중년 탐정이라 정말 싫을 만도 한데, 그때도 그의 매력에 빠졌더랬는데요.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Hit Man' 켈러 시리즈는 더욱 매력 있습니다. 아마도 이 시리즈가 로런스 블록의 마지막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좀 섭섭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로런스 블록의 연세가... 1938년생이거든요. 


<살인해드립니다>는 청부 살인업자 켈러가 등장하는 연작 단편입니다. 켈러는 어르신에게 들어온 의뢰를 도트를 통해 전해 받고 타깃에게 접근. 되도록 고통 없게 한 번에 보내줍니다. 굉장히 빠르고 깔끔한 솜씨로 일감은 꾸준히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꽤 넉넉한 돈을 받을 텐데요. 흥청망청 쓰는 일은 없습니다. 대여금고에 돈을 보관하고 저축해놓는데, 그의 작은 사치는 자신의 개를 돌봐주던 여자 앤드리아에게 선물하고 했던 귀걸이를 사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녀는 차크라를 모을 줄 아는 매력적인 여인이었지만, 결국 그의 개 넬슨과 함께 그를 떠납니다. 왜 떠난 거니... 그에게도 안식처가 필요했는데. 넬슨은 두고 가지. 그는 허전했지만 슬퍼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합니다.

슈트가 잘 어울리는 그의 모습은 젊은 시절의 조지 클루니 같았을까 - 조지 클루니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켈러가 더 젊으므로 - 상상해봅니다. 요새 젊은 배우를 잘 모르니까, 그의 모습으로 상상되는 거겠죠? 


켈러가 등장하는 <살인해드립니다>는 하드보일드치고 소프트한 것도 모자라 블랙 유머 코드도 들어있습니다. 뭔가 피식. 웃기기도 하고 타깃과 마음을 열고 잘 해볼 것 같다가도 느닷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해치우기도 해, 사람을 놀래킵니다. 연작 단편 속에 기승전결, 반전들이 빼곡히 빠짐없이 들어가 있는 대단한 소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로런스 블록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더욱 빠져들게 생겼어요. 어쩜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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