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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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 사람 죽었으면 좋겠다고요. 왜 안 죽지?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는데. 적극적인 살의라기보다는 소극적인 살의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는데, 그냥 그런 사람이 가끔 인생길에 등장합니다. 저 사람을 길에서 치우려면 무진장 많은 복잡한 과정이 있을 테고, 그 과정을 잘 처리해나간다 해도 저 인간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구요. 그러니 저는 소극적으로 그냥 마음속으로 중얼거립니다. 죽던지 사라져 줘. 


그런데 세상에는 적극적인 사람들이 참 많아요. 자신의 목적에 반하는 사람을 죄책감 없이 눈앞에서 제거하거나 세상에서 제거해버리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오모 조목 따지지 않아도 아시겠죠. 매일같이 뉴스에 등장하니까요. 소설 속에도많이 등장하지만, 현실의 속도는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더 소설 같은 이 세상에서 죽여 마땅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소설은 그렇습니다. '실제 상황 기막힌 이야기'나 '사랑과 전쟁'에 등장할 만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요. 섹시한 여인과 결혼한 백만장자 테드. 제가 예전에 남사 친구에게 충고했듯이 '여자'보다 '사람'을 눈여겨보고 마음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플힙만 보았나 봐요. 핀업걸 같은 미란다의 모습에 한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그리고 미란다 역시 테드의 재력에 반해 결혼하지만, 둘은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미란다는 할리퀸에 나오는 돈 많은 짐승남을 원했던 것 같아요. 둘의 신혼집을 건설하는 브래드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데, 테드가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런 사실은 아는 사람에게 털어놓기엔 망신스러운 일이라 여겼는지 혼자서 속앓이를 하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난 빨간 머리의 여성, 릴리에게 털어놓는데요. 릴리는 이렇게 말을 하죠.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p.48


그리고 정말로 테드와 릴리는 미란다를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데요. 테드는 무엇에 홀린 듯 정말로 그녀를 죽이기 위한 마음을 굳힌 모양입니다. 이미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 릴리는 테드의 완벽한 살인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을 셈입니다. 그들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실은 일반적인 사고로는 테드의 살의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진 남자의 자존심 때문인가요? 신혼 초 아내의 부정을 목격했다면 사실을 근거로 이혼하면 되잖아요. 구설수엔 오르겠지만, 부정한 여자의 피로 내 손을 더럽히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요. 릴리의 살인데 대한 집착과 접근보다는 테드쪽이 이해가 잘 안되었어요. 그렇다면 저는 왜 릴리를 이해하는 걸까요. 그녀의 살해 대상에 대한 증오심을 이해한다기보다는 그녀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 자체가. 맞아요. 바로 그거에요.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그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던 건가 봐요. 릴리의 계획이 무너지지 않기를. 모든 것이 그녀가 계획한 그대로 되기를. 릴리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책장의 마지막까지 바라고 있었습니다. 위험하군요. 위험해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영화화 작업중에 있다고 하던데요. 과연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될지 기대됩니다. 

영화로도 볼 만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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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돌이 2016-11-09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만 봐도 위험함이 마구마구 느껴지네요; 읽는 내내 인물들의 감정선이 파바박! 하고 튀어다니는 소설일 것 같아요! 위험한데 왜 자꾸 끌리죠...?

포니 2016-11-10 19:56   좋아요 0 | URL
바로 그게 문제에요. ㅎㅎ
막장코드 같은데 자꾸 읽게 되고, 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 애매한 등장인물에게 자꾸만 끌리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