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가 사는 저택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2
황태환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좀비 문학을 좋아합니다. 실제로 좀비들이 창궐하는 세상에서는 단 며칠도 살아갈 수 없을 거면서 희한하게 책에서의 좀비물에는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좀비라는 것이 작가들의 손에서 그 특징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요. 특정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이건 뭐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 언데드가 기괴한 모습과 냄새를 풍기며 돌아다니죠. 대부분의 좀비들은 서로를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그런고로 좀비가 인간을 공격하는 건 인육을 탐한다기보다는 생물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번식 때문이 아닐까 하는데요. 인육 섭취는 부수적인 문제고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좀비라는게 현재로서는 상상의 산물, 창작물이니 정해진 분석, 정설은 없을 테니까요. - 있긴 합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라고, 맥스 브룩스가 쓴 책인데, 그는 그 책을 바탕으로 <세계 전쟁 Z>를 집필했습니다. 그 가이드북마저 창작물이니, 좀비가 나타났을 때 정말로 큰 도움이 될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부산행>옆에 꽂아둔 정명섭의 <좀비 제너레이션>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영화 <부산행>에서도 느꼈지만, 한국형 좀비들은 스피드가 장난이 아닙니다. 감염되고서 잠복기가 길지 않아 그런지, 녀석들이 싱싱해요. 사후경직이 다소 있긴 해도, 아직 멀쩡한 육체 덕분에 좀비가 되기 전보다 더 잘 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청 빠릅니다. 힘도 세고요. 넘어지면 다친다, 넘어졌더니 아프다. 이런 감정이 없으니 그냥 본능에 충실한 겁니다. 그러니 저는 잡혀서 좀비가 될 겁니다. 달리기 꼴등을 면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황태환의 <난쟁이가 사는 저택>에 등장하는 좀비들도 스피드가 대단합니다. 괴이한 모습으로 생존자를 향해 달려오는데, 이리저리 몸을 굴려 도망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은 선천적 왜소증입니다. 짧은 다리를 열심히 놀려 남들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합니다. 아버지가 경비로 근무하고, 자신이 무급 노동을 하던 병원 건물은 이제 좀비들의 소굴이 되었습니다. 식량 보급은 옥상에서 헬기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투하됩니다만,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아버지와 함께 보급품을 받을 수는 없기에 1인용의 식량을 가지고 근근이 살아갑니다. 좀비 병원장의 목에 걸린 자이로콥터의 열쇠만 빼앗는다면 아버지를 모시고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 텐데. 설상가상, 결국엔 아버지가 자발적으로 좀비가 되어버리고, 가까스로 빼앗았던 자이로콥터의 열쇠마저 아버지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사라집니다. 한편 병원장의 개망나니 아들 문복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보유자라는 이유로 구조대가 투입되고 그를 게토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좀비들의 습격으로 실패합니다. 문복과 구조대원 기원은 주인공 성국의 도움으로 살아납니다만, 안하무인인 문복의 태도는 세상이 변해도 여전해, 성국을 괴롭힙니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 하게 된 혜진과 상범. 이들 다섯은 운명 공동체가 되는데요. 어휴. 셔터 밖의 좀비들은 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꽤나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데, 이들 다섯은 전혀 그렇지 못 합니다.. 어쩌면 저렇게 생각이 안 맞는 다섯 명이 모였을까요? 보급품을 받으러 가는 옥상의 통로가 파괴되어 유일한 통로는 쓰레기 배출구만이 남았습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예전 복도식 아파트나 건물에는 더스트 슈트가 있었습니다. 소각로로 연결되어 있거나 외부로 가져갈 수 있는 문이 있는데요. 아무튼 그게 위에서 아래로 직선 하강하는 구조로 되어 있을 텐데, 이 병원에는 환풍구 스타일로 되어 있었는지 - 그럼 가로 부분에 쓰레기가 막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튼 그 통로를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왜소증인 성국뿐입니다. 처음엔 미련하리만큼 선했던 그는 어떤 계기로 삐뚤어지고, 음식을 지배하는 자로서 권력의 정점에 섭니다. 과연 그런 권력이 영원할까요? 


<난쟁이가 사는 저택>이라는 좀비 소설에서는 좀비의 무서움이라거나 좀비와 싸워 이기자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무섭기도 하고 싸우거나 피해서 살아가야만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이겨내야만 하는 건 오히려 사람입니다. 몇 안되는 생존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쓰레기 같은 일들. 추악한 짓거리들. 그런 것을 피해서 살아난다고 해도 실은 보급품이 끊기면 완전히 끝난다는 여러 가지 불안한 가능성들이 있음에도 그들은 뭣이 중헌지도 모른 채 단결하지 않습니다. 조금은 단결해도 좋지 않은가 싶은데, 이렇게까지 각자의 생각만 할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입니다. 실제의 사람들은 저렇지 않으니까요....라고 믿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