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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꿈을 꾸었습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꿈이어서 단편소설처럼 끄적여볼까 했지만, 저의 나쁜 버릇인 귀차니즘이 발동되어 그만두었습니다. 꿈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어느 날 집으로 알약이 배달됩니다. 마치 이키가미처럼요. 이키가미에서는 죽음을 알리는 통보가 오고 어릴때 맞았던 약의 시한장치 때문에 죽는 것이지만, 제 꿈속에서는 추첨에 의해 이번에 죽을 사람으로 정해진 사람들이 배달된 약을 먹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디스토피아였죠. 적절한 인구 조절 때문이라고 했는데, 자세한 이유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을 거라고 여겨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막상 약을 받고 나서 생각하니 억울했습니다. 꿈속의 가족 모두에게 - 그런 경우는 드물었는데도- 같은 날 약이 배달되었습니다. 죽기 싫었습니다. 도망칠 수 있다면, 달아나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매일매일 살아갈 사람처럼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죽어야 한다니...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어도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힘들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련 또한 많아서 아직은 여한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없거든요. 분명 내가 없더라도 세상은 돌아갈 텐데,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없어도 나머지 사람들은 잘 살아갈 텐데,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요.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사자가 된 후에 운명을 납득하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종교에 따라 이름은 다르지만 뭔가 죽기 전의 기억을 지우는 강이나 의식 같은 게 존재하나 봅니다.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에서는 매우 독특한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중유라는 곳에서 입국 심사 용지를 작성하는 것처럼 자신의 프로필을 작성하고심사 기준에 맞춰서 분류됩니다. 반성을 할 수 있는 교육실도 있어서 그곳에서 충분한 반성을 하고 나면 좋은 곳으로 보내줍니다. 정말 단 하나의 잘못도 하지 않은 사람은 극락 왕생하지요. 그러나 여기 미련이 엄청나게 남은 세 사람이 있습니다. 백화점 여성의류 코너의 쓰바키야마 과장, 조폭 두목 다케다, 그리고 아직 이곳에 오기엔 어린 7살 렌짱이 그들인데요. 과로사한 쓰바키야마 과장은 아직도 일에 대한 미련이 철철 넘칩니다. 그리고 똑똑한 아들과 아름다운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못한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음행의 죄라니!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죄라고 할 만한 걸 지은 것 같지 않은데.결혼 전에 만났던 여사친이자 온몸으로 정을 나누었던 그 여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게 왜 잘못인지 모르겠습니다. 조폭 두목 다케다 역시 억울합니다. 정말 야쿠자인가 싶을 정도로 성실한 그는 아우들이 걱정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아 살해당하다니, 애초에 킬러가 노린 건 누구란 말인가요. 궁금합니다. 그리고 렌 짱. 자신을 키워주신 부모님께도 죄송하지만, 친부모를 만나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결국 그들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단 3일 동안만요. 규칙은 세 가지. 돌아올 시간 엄수, 정체 들키지 않기, 복수 금지. 과연 그들은 그 규칙을 잘 지킬 수 있을까요? 규칙을 어기면 무시무시한 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잘 할 테죠.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불량 청소년으로 살아보기도 하고 야쿠자, 다단계 판매원 등등을 했던 작가의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이야기는 유쾌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그러다가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하고... 죽은 자, 그리고 7일이라는 점에서는 위화의 소설 <제7일>이 생각납니다만,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그렇게 무거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정보를 찾아보니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 소설이라는군요. 그런 드라마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드라마는 원작을 잘 살렸을까요? 조금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