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섬 바벨의 도서관 5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몽실 북스에서 출판된 <마술가게>에 수록된 첫 번째 이야기 '목소리 섬'을 읽었더니 스티븐슨의 다른 단편들도 읽고 싶어졌습니다. '목소리 섬'이전에는 그가 쓴 단편을 접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중2병에 걸렸을 때  셜록 홈스, 오스칼 등과 더불어 내 마음을 떨리게 했던 상남자 실버가 등장한 <보물섬>의 저자 스티븐슨. 그의 책은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밖에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땐 막연한 동경심으로 읽었던 거죠. 소설이라기보다는 동화 같은 기분으로 읽었드랬습니다. '목소리 섬'에서는 앞서의 두 편과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앞서 <마술가게>를 리뷰할 때 살짝 언급했지만, '목소리 섬'의 배경은 하와이의 한 섬, 몰로카이입니다. 하와이 원주민들 사이에서, 이 섬에는 오래전부터 마법사가 살았다는 전설이 있지요. 실제로 그랬을는지도 모릅니다. 처음 '목소리 섬'을 읽었을 때는 실제의 섬인가 가상의 섬인가 궁금했었어요. 지금은 한 세기도 훌쩍 지나버려서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주인공 케올라를 만날 수 없겠지만, 그의 마법사 장인은 아직도 목소리 섬에서 헤매고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이 책에는 '목소리 섬'외에 '병 속의 악마', '마크하임', '목이 돌아간 재닛'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악마가 들어 있는 병을 산 후 부유함을 얻었지만 불안과 공포 때문에 이내 병을 팔아버린 남자 케아웨. 사랑스러운 여인을 만나 청혼하고 승낙을 얻은 날, 자신이 문둥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병을 삽니다만 이 병의 판매 규칙인 구매가격 보다 저렴하게 팔아야 한다는 덫에 걸려 매일매일 괴로워합니다. 이 남자가 되 산 가격은 1센트였거든요. 더 낮은 가격에 팔 수 없었던 거죠. 이런 사실을 아내 코쿠아에게 털어놓습니다. 아내는 프랑스령으로 가면 더 낮을 화폐단위가 있다는 걸 그에게 알려줍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여행을 떠나는데요. 소설의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스릴감을 주었던 이야기, '병 속의 악마'였습니다.


'마크하임'은 올바르지 않은 인간입니다. 자신의 약혼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평소에 거래하던 장물아비- 여기서는 중개인이라고 말하지만, 그래봤자 장물아비-에게 찾아갑니다. 그는 선물로 손거울을 추천하는데요. 여기서 마크하임은 울컥하고 맙니다. 아마도 내면에 숨겨두었던 양심 때문이었겠죠. 손거울이라니! 지난 과거와 죄악과 어리석음을 상기시키는 이런 물건, 이런 양심을 비추는 손거울을 주다니!(p.117) 화를 내는 마크하임에게 중개인은 물건을 사던지 꺼지라고 합니다. 이내 마크하임은 그에게 사과를 하고 다른 물건을 보여달라고 하는데요. 다른 물건을 찾던 중개인을 찔러 죽입니다. 그 뒤 그의 그의 마음의 소란함과 낯선 남자, 그리고 마크하임이 내린 결론과 결심이 이 소설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이 돌아간 재닛'은 무섭습니다. 재닛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마녀로 몰리고, 집단 징벌을 받습니다. 이때 나타난 주인공 목사가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치라... 같은. 뭐 그런 이야기는 안 했지만, 어쨌든 그녀를 구해줍니다. 그런데, 구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그 뒤로 재닛은 목이 이상하게 돌아간 채로- 한쪽 어깨 쪽으로 축 처졌었나 봅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데요. 결국 목사는 신앙심을 대방출 할 기회를 획득합니다. 아이고 무서워요.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목소리 섬>은 그의 몽상가적 기질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많이 보였는데요. 상상을 하며 읽는다면, 신비면서도 기괴함에 마음을 사로잡혀버릴지도 몰라요. 곡성을 보면서도 태연자약했던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기행을 보이기도 했지만, 실은 좀 무섭답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읽으셔야 해요. 슬며시 찾아와 내 곁에 서서 귓가에 속삭이는 악마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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