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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6
강상중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7월
평점 :
일제시대의 작가라는 편협한 이유로 가까이하지 않았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 그러다 슬그머니 <도련님>을 읽고 즐거워했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어 볼까 망설이는 동안 '현암사'에서 하나씩 나오던 나쓰메 소세키 시리즈가 완결, 주변에서 한 권씩 챙겨 읽으며 그 감상을 말하는 바람에 마음이 많이 흔들렸습니다. 일본 소설들을 챙겨 읽는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이 읽으면서 어째서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읽으려 하지 않는 걸까. 저는 어쩌면 고전 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에서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망설이다 잊고, 기억해냈다 잊어버리는 동안에도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시시때때로 일어나곤 했지요. 그러던 중,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를 만났습니다. 강상중은 부모님이 일제시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대인데요. 나가노 데츠오라는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녔지만 심한 차별을 겪으며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합니다. 이에 강상중이라는 한국 이름(본명)을 사용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했다고 합니다(출판사 제공 저자 소개). 그는 학자, 교수, 저자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나쓰메 소세키를 -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소세키의 책을 읽으며 자신의 인생과 닮아있는 주인공들에게 감정 이입을 하면서 나아갈 길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위안을 얻기도 하며 깊이 빠져들어갔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대담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태로운(p.14), 어떻게 보면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 그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책을 통해 수많은 나쓰메 소세키의 책들 중 데뷔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전기 3부작 <산시로>,<그 후>, <문> 그리고 <마음>을 소개하며 소세키와 소세키 문학의 매력을 전합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소세키 문학의 행간을 읽어줍니다. 소설은 흐름 자체만으로도 즐겁지만 그 안에 내포된 의미나 배경을 알고읽을 때, 그 맛이 더 좋아지는 법입니다. 물론 반드시 그 패턴을 따라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작가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가 하는 걸 안다면 그 작품의 깊은 맛까지 음미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작품에 대한 해설집 같은 책이로군요. 문학 작품의 해설집, 혹은 해설이 독이 될 때도 있습니다. 다소 난해한 소설을 읽었는데 마침 뒤에 해설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더니 더욱 모르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흔하지 않습니까. 멀리 갈 필요 없이, 국어 시간에도 겪는 일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면 염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 책은 교양 있는, 사려 깊은 선생님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문학의 깊이를 담뿍 안고서 되도록 쉬운 말로 다정하게 읽어주는 기분이 들게 하니까요. 얼마나 그러 하냐 하면, 강상중으로 인해 소세키라는 작가의 매력이 마음속에 틀어박혀 저는, 인터넷 서점을 뒤적이고 말았습니다. 전집을 한 번에 사려 하니 제 기준으로는 큰 돈이 들게 생겨서 낱권으로 사야겠구나 싶었지만요. 일단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시리즈, <마음>부터 읽어봐야겠습니다. 그 책들을 읽은 후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를 다시 읽는다면 더 뚜렷하게 마음에 박힐 것 같습니다. 아니, 어째서 저는 바보처럼 이제껏 소세키를 멀리했던 거죠?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 발행 중인 AK 이와나미 시리즈에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제1권인 이와나미 신서의 역사부터 읽어보고 싶습니다. 혹시 어렵지는 않을까,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이 책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정도라면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는 애초에 주니어도 읽을 수 있게 쓰인 책이니까요.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그러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