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바다
김재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묘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바다를 그리게 하는 표지입니다. 김재희라는 이름에 끌렸고, 표지의 빛깔에 끌려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내 기억 속의 애월 바다는 쪽빛을 띄고 있지 않았지만, 책 속의 애월 바다는 함덕의 바다처럼, 월정리의 바다처럼, 하도리의 바다처럼 쪽빛을 띄고 있었습니다.


<봄날의 바다>주인공인 희영은 10년 전 동생 준수가 새별 오름 인근에서 은행원을 성추행하고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지만 구치소에서 자살해버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들의 무죄를 주장하던 어머니는 작년에 돌아가실 때까지도 준수의 무죄를 밝혀야 한다며 희영에게 당부했습니다. 동생이 살아 있을 때에도, 죽은 후에도 희영에게는 동생이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가해자의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평생 자신을 옭아맬 올무가 되어 언제고 준수와 자신의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몰라 두렵습니다. 

동생이 죽은 지 10년이 지난 현재, 새별 오름에서 당시의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합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온 연쇄살인설 찌라시에 한 가닥 희망을 가져봅니다. 희영은 사실을 알고 싶었고, 동생을 위해서라기 보다 자신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려 제주에 내려옵니다. 주인장이 용의자일지도 모르는 바다 게스트하우스에 일부러 묵으며 그를 관찰하고, 그곳에서 현우를 만납니다. 현우는 사건에 접근하는 희영을 돕습니다. 희영의 친구 소정을 만날 때도, 감건호라는 프로파일러를 만날 때도 함께였습니다.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 애월에서 하나의 끈, 하나의 의지가 되어 준 현우는 어쩐지 끝까지 믿어주지 못 했던 동생 준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준수에 대한 죄책감이 현우를 통해 치유되는 것 같았습니다.


<봄날의 바다>에서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픈 이야기를 합니다. 준수가 판결이 나기 전에 자살했기 때문에 그 사건은 미결로 남았지만,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습니다. 수많은 고등학생들 중에 하필 왜 그 아이가 지목되었던 것인지, 프로파일링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는지. 구치소에서 바지를 찢어 목을 매 죽었다면 날붙이는 누가 전해 준 것인지. 부인과 자백, 그리고 다시 부인을 했던 준수.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인지... 그 모든 것이 밝혀지지 못한 채 희영은 10년간을 고통 속에 살아온 것입니다. 과연 그녀는 모든 진실을 찾고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사실 조금 아쉬웠습니다. 초반 50여 페이지에서 추리도 아닌, 흐름상의 짐작을 했는데, 그게 맞아버렸거든요. 설마하니 그렇기야 하겠나 싶었는데, 추리물의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금새 눈치 채고만 것 같습니다. 게다가, 방언 적용이 잘 못 되어 있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표준어로만 구사를 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몇 개 나오지 않은 방언마저 이상하게 적혀 있어서 참 아쉬웠습니다. 희영이 제주공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고 20여 분 달리니 애월의 한담 해변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실은, 제주공항에서 노형로터리를 벗어나는 데만도 20분은 걸릴 겁니다. 한밤중인 지금 달려도 30분 좀 넘게 걸리거든요. 뭐 그런 저런 게 괜히 마음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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