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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평점 :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악당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아. 그래서 용서라는 성가시기 짝이 없는 걸 구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아. 악당은 자신이 빼앗은 만큼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도 잘 알아. 그래도 기어코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는 인간, 그게 바로 악당이라는 거다.
-p.243
정말 그런 걸까요? 죄를 저지르고 형을 사는 동안에 자신이 지은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만, 자신 역시 잃는 것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나쁜 짓을 저지르고 마는 걸까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 소년범 문제가 무척 심각한 모양입니다. 일본의 뉴스를 자주 접하지 않아 소설이나 만화에서 보는 것이 고작이지만, 허구를 실제라고 여겨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소년범이나 성인범(?)이나 그 죄의 질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님에도 단지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감형을 받거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권 때문이라고 하던데,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우선시 되는 인권이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가해자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살고... 그러면서 제대로 갱생해서 나오면 좋겠습니다만, 감옥에서 더 질 나쁜 사람과 의기투합해서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어 나오기도 한다니 한숨이 나옵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고 알 고 있습니다.
<악당>에 등장하는 많은 악당들의 대부분도 여전히 나쁜 짓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누나를 잃은 사에키 슈이치는 경찰이 되어 근무 중 납치 강간범에게 총을 들이대는 바람에-발포는 하지 않았지만-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미성년이었던 세 명에게 강간 살해당했습니다. 아픔은 계속해서 그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근무하는 탐정사무소에 노부부가 찾아옵니다. 11년 전 아들을 살해하고 소년원에 들어갔던 사카가미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그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그 이유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사에키는 사카가미에게 접근해서 그를 관찰하지만 용서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노부부에게 그대로 보고합니다. 사카가미를 다른 곳에서 만났더라면 친구가 되었을는지도 모르겠지만 소년범들에게 누나를 잃은 사에키로서는 처음부터 사카가미에게서 용서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소설은 연작 단편처럼 진행됩니다. 매 장마다 각각의 의뢰인이 등장, 사에키가 사건을 조사하고 의뢰인에게 보고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누나를 죽인 범인들의 뒷조사도 하는데요. 사에키 역시 그들을 용서할 이유를 찾고 싶어서였던 건 아닙니다. 그는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마음을 녹여줄 하루카. 그녀는 사에키를 사랑합니다. 사에키는... 글쎄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범죄 피해자가 가장 괴로운 순간은 가해자가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알았을 때다.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범죄를 눈곱만치도 반성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다.
-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