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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평점 :
요네자와 호노부라고 하면 고전부 시리즈가 유명합니다만 시리즈의 첫번째 편 <빙과>를 읽고 나서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은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그의 책은 계속 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고로 <야경>은 작년에 선물 받은 책이었지만, 책꽂이에 계속 꽂혀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선물 받은 것이 아니라 딸이 받은 책이었기에 천천히 읽거나 해도 좋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미루어 두었던 건데요. 요사이 열대야와 평소의 수면장애가 겹치는 바람에 괴로워하던 차,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야경(夜景)이 아닌 야경(夜警)이지만 어쩐지 읽고 나면 어둠 속의 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저를 책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단편들은 밝음보다는 어둠이 많았습니다. 어두운 반전. 등장인물들은 빙과 시리즈를 그린 타스쿠오나의 그림체로 나타나 제 머릿속에서 멋대로 이야기를 펼쳐나갔습니다. 어쩐지 위태로운, 언젠가 사고를 칠 것만 같은 부하를 둔 파출소의 경찰도(야경), 자살의 명소라고 알려진 료칸의 종업원도(사인숙), 아름다운 어머니와 별 볼 일 없는 아버지를 둔 아름다운 두 자매도(석류), 어떻게든 회사를 위해 성과를 올려야 하는 해외 주재 회사원도(만등), 손님이 드문 휴게소의 주인 할머니도(문지기), 좋은 분이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숙집 주인아주머니도 어두움을 안고 있었습니다(만원). 그러니 어둠 속에서 빛을 찾기는커녕 빛 속에서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죠.
어둡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미스터리가 그렇지 않나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소설처럼 경쾌하고 밝은 미스터리도 있지만, 보통은 어둡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어둠을 즐기는 거죠. <야경>은 단편 미스터리의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적당한 길이의 적당한 호흡. 그리고 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