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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 - 별이 된 아이들 263명, 그 이름을 부르다
류이근 외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미완의 책이다. 글을 마감하려 할 때마다 또 다른 우주가 파괴된다. 꽃을 피우는 첫 번째 들판에 모든 어른들이 서 비를 맞고, 사라진 우주를 하나하나 호명하기까지 아동 학대 문제는 완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들판의 초입이다.
-p.6
.... 컴퓨터를 켤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 해야지. 글을 잘 써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테고, 그러면 학대받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타이틀을적고 나니. 글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니터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라벤더 차를 한 잔 가져옵니다. 분함을 잊어보려고 찹쌀 땅콩 한 알을 으드득 씹어봅니다. 맥주 안주에나 어울리는 찹쌀 땅콩과 함께 하는 향긋한 라벤더 차라니, 참 안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그날 그렇게 죽어버린 겁 많은 어린아이들도 그런 부모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들은 부모가 되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께서도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을 겁니다. 그 아이들에게선 죽기 전 학대의 증후가 여러 번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나 집안일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까 봐, 훈육하려면 때릴 수도 있다는 이유로 다들 모른 체했고, 결국 아이들은 세상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아동 학대의 결과로 1~2주에 한 명씩 사망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아이들이 신체적, 언어적 학대와 방임 등으로 괴로워하다 떠나갑니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통해 사건을 접하고, 특히 계모나 계부에 의한 살인인 경우 천벌을 받을 것들, 그동안 친부모는 뭘 했나 등등 욕할 줄만 알았지 이런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아동 학대의 가해자 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해보지 않습니다.
실은, 계모나 계부, 혹은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발생률보다 친부모로 인한 학대 발생률이 높습니다. 가해자가 확인된 아동 학대 사망 사건 107건 가운데 친모 36.4퍼센트, 친부 29.9퍼센트, 친부모 공범인 경우가 8.4 퍼센트였습니다. (p.87) 그러니 콩쥐팥쥐나 장화 홍련도 아니고 계모, 계부를 탓하는 일은 그만둡시다.
나 자신이 혹시 학대를 저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가끔 돌아봐야 합니다. 스스로는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때는 다 그렇게 컸는데 뭘.... 하며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때에도 잘 못 된 일이었다는 걸 상기해야 합니다. 폭력은 희한하게도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물림되거나 전염됩니다. 그러니 그 고리를 여기에서 끊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주변에 울고 있는, 상처받은 아이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라는 무척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한겨레신문' 탐사 기획팀의 다섯 기자들이 지난 아동학대 사건들을 다시 추적하고 취재하여 쓴 책입니다. 읽는 동안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짓기도 했습니다. 남은 아이들은, 형제의 죽음 뒤에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