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관 - 밀실 살인이 너무 많다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했던 작가 중에 '존 딕슨 카'도 있었군요. 미국 출신이지만 영국의 향기가 풍기는 작가였는데요. 그의 작품 중 <세 개의 관>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무척 오래전에 읽었기에 기억도 나지 않는 소설이지만 불가능할 것 같은 범죄에 대한 소설이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오리하라 이치의 <일곱 개의 관>은 이 소설에서 제목만을 오마주 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이랄까... 탐정 역을 하는 구로호시 경감은 존 딕슨 카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오타쿠에 가깝습니다. 지식은 방대해요. 상상력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의 빛나는 추리력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잿빛 뇌세포'를가동하려 하지만, 부하인 다케우치의 표현에 의하면 '다 타버려서 재가 된 뇌세포'라서 명쾌한 추리는 내놓지 못 합니다. 

본디 구로호시 경감은 이런 시골에서 썩을 인재가 아닙니다. 원래는 출세의 길을 달리고 있어야 마땅하거든요.



구로호시 경감은 일류대 출신으로 원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추리소설에 대한 열렬한 사랑이 화근이 되어 실패를 거듭했다. 예를 들면 지극히 간단한 사건을 맡아놓고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지적하거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방을 밀실로 취급하여 과거에 수많은 간단한 사건을 미궁에 빠뜨렸다. 그 때문에 '미궁 경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출셋길에서 내려와 시라오카라는 벽촌의 작은 경찰서에서 언제까지고 경감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p.015


뭐, 이런 인물입니다....라는 건 둘째치고, 경감이 이 마을에 존재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마을의 특산물이 그것인지는 몰라도 무슨 벽촌에 밀실 살인이 이렇게 많이 일어난답니까. 밀실 사건이 아니어도 밀실로 만드는 경감 입장에서는 신이 나겠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라고. 밀실에 갇혀 죽는 것이 그리 신나는 일인지. 어휴. 생각만 해도 심장이 벌렁벌렁. 핵 전쟁이 난다면 (넓지 않은) 좁은 벙커에 갇혀 있을래, 아니면 깨끗이 죽을래? 하고 묻는다면 한방에 죽겠다고 대답할 정도의 저는, 아마 밀실에 갇히면 돌연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앗? 소설 속에서도 저랑 비슷한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솔직히 밀실 살인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 만화에서도 밀실 사건은 종종 등장하는데요. 제가 처음부터 밀실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추리물을 자꾸만 보다 보니까, 도대체 얘들은 왜 머리 아프게 이런 장치까지 하면서 사람을 죽이는 거지? 아무리 치밀한 상황을 만들어도 금새 들통날 텐데 말이야....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니, 마음에서 멀어졌던 것이죠. 그렇다면 이 책은 왜 읽었느냐. 오리하라 매직을 기대했거든요. 나도 모르게 말려들어가서 나중에 속았다!!!를 외치게 되는 그런 마법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도 아니었습니다.

그럼 뭐냐고....


이 책은, 개그 코드가 있는 좌충우돌 구로호시 힘을 내!라는 소설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으로 읽으면 딱이에요. 추리 같은 거 하지 않고 쭉쭉 재미있게 읽으면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7개의 밀실 사건이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밀실에서 사람이 감쪽같이 사라진 건 타임머신 때문이다!!라는 황당한 결말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죠.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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